top of page

기후재난리포트12 ⑧ 기후질병(2) | '기후보험'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

최종 수정일: 4일 전

2025-08-14 최민욱 기자

경기도는 2025년 4월 전국 최초로 전 도민 자동가입 방식의 ‘기후보험’을 도입, 폭염·한파로 인한 온열·한랭질환, 말라리아 등 감염병, 기상특보급 재난 피해에 정액 위로금을 지급한다. 시행 100일간 78명이 수혜했고, 건강 피해를 복지 영역에서 보장하는 선례로 주목받는다. 보험료는 전액 도비로, 취약계층에는 확대 보장을 적용한다.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도 도입을 검토 중이며, 국가 정책으로 확산 가능성이 크다. 향후 과제로는 기후·건강 데이터 축적, 안정적 재원 마련, 지역 맞춤형 설계가 제시된다.


기후보험 홍보 포스터. 신청 안내 링크
기후보험 홍보 포스터. 신청 안내 링크


기후위기,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2025년 여름,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기도 또한 폭염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7월 한 달간 642명, 8월 1일부터 13일까지 115명이 발생해 두 달 누적 환자 수는 757명에 달했다. 7월 8일 하루 95명이 발생해 하루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5월부터 8월 13일까지 누적 환자 수는 82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80%는 실외에서 발생했으며, 고령층과 야외 노동자가 주요 위험군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이런 기후재난의 구조적 위험을 인식하고, 이에 앞서 2025년 4월 11일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모든 도민이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는 방식이며, 폭염이나 말라리아 등 특정 감염병 진단 시 최대 10만 원, 기상 특보 수준의 재난으로 중상해 발생 시 정액 위로금을 지급한다.


ree

경기도는 시행 100일째인 7월 20일 기준, 총 78명이 보험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 중 온열질환 38명, 감염병 39명, 취약계층 1명이 포함됐다. 7월 말까지 지급 건수는 110건을 넘었으며, 그중 온열질환 관련 지급이 60건이었다. 보험 시행 이후 하루 평균 20건 이상의 문의가 접수되고 있고, 절반가량은 실제 청구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로 확인돼 제도가 실제로 작동함을 보여 준다. 전국 첫 수혜자는 남양주 거주 말라리아 확진자로, 진단 후 1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경기도 기후보험은 날씨로 인한 건강 피해도 사회가 공동으로 대비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한 제도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중요한 공공재”라며, 기후재난을 국방이나 치안처럼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냉방 환경에 접근 가능한 계층과 달리, 야외 노동자나 저소득층은 폭염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구조는 기후위기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집중시키는 ‘기후격차’로 이어진다. 경기도 기후보험은 이러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기후복지의 실험적 제도다.


전 도민 자동 가입, 보편적 기후 안전망


경기도 기후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유사하게 도민 전체를 자동 가입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별도 신청 없이도 약 1400만 명의 도민이 폭염·한파에 따른 온열질환·한랭질환이나, 말라리아·쯔쯔가무시증 등 특정 감염병 진단 시 진단비를 정액 보장받는다. 또한, 태풍·폭설 등 기상특보에 해당하는 재해로 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최대 3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경기도 기후보험은 경기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내국인은 물론, 거소를 신고한 외국인까지 포함해 도내 모든 거주자가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적이나 체류 자격에 따른 차등 없이 동일한 보장 범위가 적용되며, 이는 보편적 기후 안전망으로서의 제도 설계 방향을 보여 준다.
경기도 기후보험은 경기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내국인은 물론, 거소를 신고한 외국인까지 포함해 도내 모든 거주자가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적이나 체류 자격에 따른 차등 없이 동일한 보장 범위가 적용되며, 이는 보편적 기후 안전망으로서의 제도 설계 방향을 보여 준다.

보험료는 전액 경기도가 부담하며, 한화손해보험 컨소시엄이 운영사로 참여해 민·관 협력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민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특히 기후위험에 취약한 약 16만 명의 계층을 별도로 지정해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대상자 등은 폭염·한파 특보 기간에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교통비 등 부대비용을 추가 지원받고, 재해로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위험 노출 수준에 따라 보장을 차등화함으로써, 건강·소득 조건에 따라 기후피해가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대부분의 해외 기후보험은 주택이나 농지 등 재산 피해에 대한 배상을 중심으로 설계된 재난보장 성격이 강하다. 이에 비해 경기도 기후보험은 폭염·감염병 등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직접 보장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초점과 구조가 다르다. 특히 공공부문이 기후위험을 건강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사회적 보장의 대상으로 삼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기후위험을 공공복지의 새로운 보장 항목으로 구성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지역 실험에서 국가 정책으로의 확산


경기도에서 시작된 기후보험이 지역 단위 정책을 넘어 전국 확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경기도의 사례를 참고해 폭염 피해에 특화된 '지수형 기후보험' 도입을 준비 중이며,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후위험을 제도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경기도 기후보험이 온열질환이나 감염병 등 실제 발생한 건강 피해에 사후 보상하는 방식이라면, 환경부의 구상은 사전 예방적 접근에 중점을 둔다. 일정 기준 이상의 기온이 지속되면 작업 중지를 의무화하고, 그로 인한 임금 손실을 보험으로 보전하는 모델이다. 실외 노동자가 폭염 경보로 인해 작업을 중단할 경우, 보험을 통해 손실 임금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온열질환 발생 자체를 줄이는 예방 효과를 목표로 한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경기도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 서울시·인천시·울산시·경상남도 등은 자체적인 기후보험 도입을 검토 중이며,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학생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유사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민간 보험사들도 기후위험 보장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후위험 대응 수단을 확장해 가는 추세다.


전국 확산의 가능성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충남 논산시가 처음 도입한 '시민안전보험'은 사고로 인한 사망·부상을 지자체가 보장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는 새로운 시도로 여겨졌지만 효과가 입증되자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됐다. 2024년 2월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28개(93.8%)가 유사한 시민안전보험을 운영 중이다.


기후위기가 전국적·일상적 위험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경기도 기후보험 역시 국가 정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도 사례를 기후복지의 선례로 평가하며, 기후로 인한 피해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임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정책보험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새로운 지평과 미래 과제


경기도 기후보험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회안전망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기존에는 재난이 발생하면 사후에 복구비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의존했지만, 기후보험은 기후재난으로 인한 개인의 건강 피해를 직접 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제도로 작동한다. 복지의 개념을 확장해 기후위기로부터 모든 시민을 보호하는 보편적 안전장치를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폭염이나 감염병으로 쓰러져도 치료비 일부는 사회가 함께 부담한다는 안전망은, 기후재난 시대에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권을 보장하는 토대가 된다. 이 시도는 기후위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하는 기후경제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기후보험뿐 아니라 기후적응 산업 육성, 기후위성 발사 추진 등 기후를 새로운 경제·산업 분야로 개척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비용이 드는 소극적 의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비전이다.


경기도 기후보험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과학적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 기후 요인과 건강 피해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위험도 지표를 만들어 내면, 보험의 인과성 판단과 보장 범위 설계가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향후 중앙정부 차원의 기후위험 대응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도 예산 34억 원으로 3년 한시 운영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이나 기후대응기금 등을 연계해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국 단위 확장에 대비한 제도 보완도 요구된다. 지역마다 기후 특성과 취약계층 분포가 다르므로, 지자체별로 세부 설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 모형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 지역 간 형평성과 협력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의 첫 시도가 대한민국 전체의 기후위기 대응 체계를 발전시키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기후보험이라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통해, 기후위기 속에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복지와 안전망의 범위를 넓힌 진전이며, 앞으로의 발전을 통해 기후적응복지국가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1 Comment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trokim
4일 전

3년 한시가 아니라 상설로 바뀌고 전국으로 시행범위도 넓어지길 바랍니다.

Like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