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그린피스 활동가들, 한국에서 출국 정지돼... 각국에서 빠른 송환 요청
- Theodore

-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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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6 최민욱 기자
그린피스, 서울중앙지법 앞 기자회견
2025년 5월 16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해 11월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해상에서 평화 시위를 벌인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액티비스트 4인과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 헤티 기넨 선장의 재판 직후 진행됐다. 한국정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들 활동가들은 재판에 넘기고 출국을 정지시켰다. 출국 정지된 활동가는 네덜란드 출신의 레인보우 워리어호 선장 헤티 기넨(Hettie Geenen), 영국, 멕시코, 독일, 대만 출신의 활동가 샘(Sam), 알(Al), 옌스(Jens), 애쉬(Ash)다. 그린피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지구와 사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을 했다고 믿으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하루빨리 가족과 친구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판의 조속한 결정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 촉구한 평화 시위가 출국 정지 사유?
영국, 독일, 멕시코 등 국적으로 구성된 이들은 유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회의(INC5)가 부산에서 열리던 당시, 플라스틱 원료를 운반하는 탱커선의 마스트에 올라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배너를 펼쳤다.

제5차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회의(INC5)에 참석한 170여 개국 정부 대표단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제5차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회의(INC5)가 부산에서 열렸고 이 기간에 맞춰 이들 활동가들은 충남 대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단지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발진한 고무보트(RHIB)를 타고 석유화학 원료를 적재하려는 탱커 ‘부에나 알바(Buena Alba)’호에 승선해, 돛대 위에 올라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이라는 문구가 담긴 배너를 흔들었다. 해당 탱커는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독성 석유화학물질인 프로필렌(propylene)을 선적할 예정이었다.
이후 네 명의 액티비스트와 헤티 기넨 선장은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까지 출국이 정지된 상태다. 영국 국적의 액티비스트 알 윌슨은 “플라스틱은 생산 단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이 발생하는 만큼, 플라스틱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생산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에 모인 각국 대표들에게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싶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화석연료 업계는 협약을 약화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고, 우리는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평화적 시위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21개 지역, 1만 4천여 명이 한국정부에 송환 요구
그린피스 인터네셔널 측은 “활동가들은 출국 정지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평화적인 공익 시위에 대해 출국정지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행위의 성격과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출국 정지가 지속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고 지난 2025년 4월 18일 주영한국대사관 앞에서 활동가들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를 열었다.

재판이 있던 날, 현장에는 시위에 참여한 네 명의 액티비스트 샘, 알, 옌스, 애쉬와 헤티 기넨 선장의 모습을 담은 대형 벽화가 설치됐다. 이 벽화는 지난 4월, 그린피스 영국사무소가 주영 한국대사관 앞에서 벌인 액티비스트 본국 송환 퍼포먼스에 사용된 이미지로 당시 참가자들은 해당 이미지를 직접 페인팅하며 “액티비스트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라(Bring our activists home)”고 촉구했다.
연대 행동은 전 세계 21개 국가로 확산됐다. 대만, 브라질, 미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인도네시아, 홍콩,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DRC), 카메룬, 세네갈, 노르웨이, 벨기에, 프랑스, 핀란드, 일본, 필리핀의 각국 한국 대사관 앞에서 액티비스트들과 헤티 기넨 선장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배너 퍼포먼스, 벽화 설치, 서한 전달이 이어졌다. 액티비스트들의 본국 송환을 지지하는 서명에는 전 세계 시민 1만 4천여 명이 참여했다. 헤티 기넨 선장은 “이는 액티비스트들이 고립된 존재가 아닌, 세계 시민 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며, “연대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80여 일 앞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공을 위해 캠페인 이어나갈 예정
시위가 있었던 2024년 11월 30일, 그린피스 인터네셔널은 보도자료를 배포했었다. 지금 플라스틱을 감산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을 최소 75%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장에는 220여 명의 석유화학 로비스트들이 참석해 생산 감축을 저지하려 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편 부산에서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의 협상은 결론 없이 끝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등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플라스틱 감산에 반대 의견을 제기했고 플라스틱 생산 감축보다는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는 실패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마지막 협상 회의로 예고되었던 INC5에서 100여 개 이상 국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이들은 약한 협약이 채택되지 않도록 소수의 산유국들에 맞서 목소리를 냈다.”며 “속개 회의인 INC5.2까지 이제 8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회원국은 시민의 건강과 생태계, 기후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성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NC5.2(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는 오는 2025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정부를 포함한 회원국은 시민의 건강과 생태계, 기후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성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기자회견에서 전달하며, "회의에 참여하는 각국 대표단에게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에 끝맺음을 하지 못한 플라스틱국제협약이 이번 제네바에서는 마무리 되었으면 합니다. 모쪼록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도 고향으로 돌아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