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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경제ㅣ시장을 넘어서 생태로, 전환의 기로에서

2025-06-06 금민, 유승경

지구 생태와 인간 경제. 경제가 생태계를 무시하거나 압도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 '환경경제학'이 등장한다. 환경경제학은 환경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으로 끌어 와 생태계를 가격으로 측정한다.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파괴는 가격으로 잡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경제를 생태계의 일부로 보는 '생태경제학'이 등장한다. 생태발자국이 대표적이다. 기후위기에 맞서 생태경제학은 방향을 잡아 주고, 환경경제학은 도구로써 서로 보완적이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운영위원장,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최근 디지털 자본주의,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공유부 기금 등이 관심사이며,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으로부터 기본소득의의 의의를 끌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Financing Basic Income-An Exploratory Study of the Korean Case(공저, 2022), 『모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다』(공저, 2021),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공저, 2021), 『이럿타로 경제에 눈뜨다: 쉽게 읽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공저,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020), 『진짜 민주주의』(2012), 『사회적 공화주의』(2007) 등이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https://alternative.house/me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 및 금융 관련 연구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석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MMT 논쟁』(2021), 번역한 책으로는 『주권화폐–준비금 은행제도를 넘어서』(2023), 『기본소득과 주권화폐–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2021), 『경제 위기는 반드시 온다–금융 위기 200년사를 통한 경제 위기 예측과 대처법』(2020),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2020),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2019), 『세계화의 종말–위기의 자본주의와 포스트-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전망』(2012_)이 있다. 연구보고서는 『탄소세 도입 정책동향과 경기도 시사점』(책임연구)이 있다.

유승경의 ‘화폐, 금융, 경제 이야기’ https://alternative.house/category/economy-story/


인간 경제와 생태계: 오래된 갈등, 새로운 자각

 

지구는 인간 문명의 고향이다. 우리의 식량은 토양에서 자라고, 깨끗한 물은 강과 호수, 지하수에서 공급된다. 호흡할 수 있는 공기, 따뜻한 햇살, 사계절의 순환, 이 모든 것은 지구 생태계가 제공한다. 이처럼 생태계는 인간 삶의 기반이며, 우리 경제 활동의 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 경제는 자연을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은 끊임없이 개발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생태계는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대기 오염, 산림 파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이러한 생태계의 위기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위협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북극의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 산불, 홍수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인간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경제학도 기존의 사고방식을 넘어서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경제가 생태계를 압도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는 자각은, 경제학 내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바로 환경경제학(Environmental Economics)과 자원경제학(Natural Resource Economics)이다. 이들은 생태 문제를 단지 윤리적,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로도 접근하며 해법을 찾고자 한다.

 

가격으로 측정되는 생태계: 환경경제학의 역할과 한계

 

환경경제학은 환경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 안으로 끌어들인다. 쉽게 말해, 자연 자원과 오염 문제를 '가격'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보는 학문이다. 이 접근은 자원 고갈, 공기나 수질 오염, 탄소 배출 같은 문제들을 시장 원리에 따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석유와 같은 자원이 희소해지면 가격이 오른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에너지 절약 기술이나 대체 에너지 개발이 촉진된다. 이는 시장의 자동 조정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탄소 배출이 환경에 해를 끼친다면, 탄소에 ‘가격’을 매기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 탄소세(carbon tax)와 탄소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배출할수록 비용이 커지므로, 배출을 줄이려는 유인이 생긴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별로 배출 가능한 탄소의 양을 할당하고, 남거나 모자라는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팔게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유럽연합, 한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경제학의 접근은 실제 정책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시장 가격은 생태계의 진정한 가치를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맑은 공기, 건강한 토양, 다양한 생물종—이들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지만, 그것을 돈으로 정확히 환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둘째,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손실 같은 환경 파괴는 불확실성과 되돌릴 수 없음을 특징으로 한다. 기후가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큰 비용이 들 수 있다. 이럴 경우, 아무리 정교하게 가격을 매기더라도 사후 조치로는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생태경제학의 전환: 경제는 생태의 하위 체계다


이러한 한계에 대응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이다. 이 학문은 환경경제학보다 더 근본적인 전환을 제안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생태경제학은 경제를 생태계의 일부로 본다는 점이다. 환경경제학은 생태계를 인간 경제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지만, 생태경제학은 그 반대로, 인간 경제는 지구 생태계의 하위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 접근은 단지 철학적인 주장이 아니다. 열역학 법칙, 특히 엔트로피 개념을 근거로 한다. 간단히 말해, 어떤 에너지든 사용할수록 점점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하게 되며, 이 에너지를 무한히 공급받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간 경제가 무한히 성장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또한 생태경제학은 경제적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GDP(국내총생산)는 생산과 소비의 총량을 보여 줄 뿐, 생태적 피해나 자원의 고갈 정도는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산불이나 유조선 사고로 인해 정화 작업이 늘어나면 GDP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생태경제학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지속가능성 지수, 행성의 한계(Planetary Boundaries)와 같은 지표를 강조한다. 예컨대 '지구 몇 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생태 발자국 지표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자원이 지구가 재생 가능한 수준을 초과하면, 우리는 미래 세대의 몫을 앞당겨 소비하는 셈이 된다.


각 국가별 생태용량의 흑자와 적자를 표시한 그래프로 생태용량이 생태발자국보다 얼마나 더 많거나 적은지를 비율로 나타냈다. 녹색은 생태용량이 흑자인 나라들이고 빨간색은 생태용량이 적자인 나라들이다. 출처_Data.footprintnetwork.org
각 국가별 생태용량의 흑자와 적자를 표시한 그래프로 생태용량이 생태발자국보다 얼마나 더 많거나 적은지를 비율로 나타냈다. 녹색은 생태용량이 흑자인 나라들이고 빨간색은 생태용량이 적자인 나라들이다. 출처_Data.footprintnetwork.org

경쟁이 아니라 협력: 환경경제학과 생태경제학의 상보성


그렇다면 생태경제학이 맞고, 환경경제학은 틀린 걸까? 그렇지는 않다. 두 경제학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생태경제학은 방향을 제시한다. 무엇이 진짜 지속가능한 경제인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환경경제학은 도구를 제공한다. 지금 우리가 가진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예를 들어, 생태경제학의 시선에서 보면 탄소중립 사회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문명 전환의 과제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수단은 환경경제학이 제공하는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등이다.


문제는 방향이 없을 때 수단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적 전환이라는 비전 없이 탄소세만 시행하면, 그것이 또 다른 불평등이나 ‘돈 주고 배출하는 권리’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환경경제학과 생태경제학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전환은 경주다: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과제다. 해수면 상승, 극심한 가뭄, 작물 생산량 감소, 생태계 붕괴 등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지 환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 위기, 사회 불안,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생태적 전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에만 의존한 점진적 변화는 너무 느릴 수 있다. 지금은 보다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한 시기다.


  •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

  • 공공 투자를 통한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확대

  •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 교육과 시민 의식 향상


이 모든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제와 생태의 관계는 다시 쓰여야 한다. 이제는 지구를 고려하지 않는 경제는 설 자리가 없다.

 

지속가능성의 이름으로 다시 설계되는 경제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경제는 자연을 정복하고 자원을 무한히 소비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그러나 미래의 경제는 자연과 공존하고, 자원을 순환적으로 사용하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생태경제학은 이 전환의 방향성을 제공하며, 환경경제학은 그 실현을 위한 정책적 수단을 제공한다. 양자는 결코 대립하는 이론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을 갖춘 실천이며, 윤리와 기술이 함께 가는 전환의 지혜다.


탄소중립, 지속가능성, 생물 다양성 보존, 녹색 일자리—이 모든 것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그 조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은 성찰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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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n 10

기후위기 시대에는 경제도 다시 설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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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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