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⑦ 기후질병 | 야생과 인간의 접촉지대, 바이러스가 넘나든다
- Dhandhan Kim
- 8월 7일
- 3분 분량
2025-08-07 김복연 기자
기후변화와 개발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인수공통감염뿐 아니라 사람에게서 동물로 감염되는 역인수공통감염의 위험도 높이며, 신종 팬데믹의 생태적 조건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인간·동물·환경이 연결된 현실에서 ‘원헬스(One Health)’ 접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자연을 통제하는 대신, 존중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회복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인간의 토지 점유는 점점 더 많은 야생동물들을 인간 거주지와 맞닿은 공간으로 밀어낸다. 이 불청객들은 원치 않는 손님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먼저 그들의 집을 허물고 문밖에 서 있게 한 셈이다. 그리고 이 '위험한 동거'의 접점에서, 다음 팬데믹의 단서들이 움트고 있다.
야생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포유류의 약 60%가 서식지 감소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인간 거주지 주변으로 이동 중이다. 이는 단순한 생태적 이동이 아니다. ‘접촉’이라는 새로운 감염 경로를 만들어내는 사회생태학적 전환이다.
2022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기후변화는 종간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증가시킨다(Climate change increases cross‑species viral transmission risk)"는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전 세계 포유류 약 3000종 이상의 서식지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2070년까지 약 1만5000건 이상의 ‘종 간 바이러스 공유’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과거에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던 종들 사이에서 바이러스의 새로운 교차 감염 경로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곧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의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생물학적 조건이다.
기후변화가 ‘전파의 지도’를 다시 쓰다
기후변화는 생물권의 재편을 이끌고 있다. 고온건조화된 평야에서 벗어나고자 고산지대로 이동하는 박쥐, 녹아내린 빙하를 피해 해안으로 내려오는 북극곰, 도시의 녹지대에 적응한 너구리들. 이 모든 생물학적 이주가 ‘생태적 경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기존의 지리적 격리(geographical isolation)라는 바이러스 차단막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간 역시 동일한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외곽의 개발, 농업지 확대, 도로 건설은 야생동물의 탈출구를 막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좁은 여유 공간만을 남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병원체는 장벽을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런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급증했다. 2020년 IPBES(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팬데믹 예방을 위한 보고서」에서 “신종 감염병의 70% 이상은 야생동물에서 유래한다”며, 자연 파괴가 팬데믹의 직접적 촉매임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단순한 보전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경제 안보를 지키는 ‘예방 백신’임을 지적했다.
‘역방향 전파’라는 새로운 공포

감염병은 이제 단방향이 아니다. 사람으로부터 동물로 전파되는 역인수공통감염(reverse zoonosis)도 점점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간에게 감염된 바이러스가 반려동물, 농장동물, 심지어 야생동물로 전파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야생 흰꼬리사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항체가 집단적으로 검출되었고, 덴마크에서는 밍크 농장에서 감염된 동물이 사람에게 역감염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감염 경로의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물 내에서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 환경에 적응하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다시 인간 사회로 되돌아오는 ‘순환 감염’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팬데믹 위협이다. '인간-동물-인간'이라는 반복 고리가 바이러스를 더 강하게, 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 사회

인간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병원체 감시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그 감시는 대부분 인간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동물 사회의 감염 현황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야생동물의 바이러스 보유 여부, 지역 내 감염 확산 경로, 인간 거주지와의 거리 등은 통합적인 생태 역학 모델 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원 부족이지만, 질병관리체계가 ‘종(인간)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공동으로 ‘One Health’ 접근을 통해 이러한 통합 관리를 제안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정책과 예산은 여전히 인간 중심 방역에 치우쳐 있다.
신종 팬데믹 시나리오의 시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다음 팬데믹은 어떤 경로로, 어떤 바이러스가, 어떤 종을 매개로 올까?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방향성과 확률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야생동물을 밀어내고, 야생동물은 새로운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를 교환하며, 인간은 그 순환의 한 축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위협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현실은 움직이고 있다. 동물원, 반려동물, 농장, 사냥, 밀렵, 야생동물 거래 등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일상 속에서, 바이러스는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기후위기로 인해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예방은 가능한가?
팬데믹은 막연한 불가항력의 재난이 아니다. 오히려 IPBES, WHO, WWF 등은 ‘예방이 가장 비용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방의 핵심은 단순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야생동물 거래 제한 및 중단
서식지 보전 및 생태 연결성 확보
감염병 고위험 지역 생물다양성 감시 확대
생태계 기반 방역체계 설계(One Health)
도시계획 및 개발 시 자연 서식지 고려
이 중 어떤 것도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GDP 손실 규모(약 8~16조 달러)와 비교하면, 사전 예방 투자 비용은 1/10 수준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와 살아가고 있는가
팬데믹은 더 이상 인간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공존하는 수많은 생물 종과의 관계 맺음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확장해 온 개발의 그늘에서, 수많은 생명이 집을 잃고 있다. 그들은 떠돌고, 접촉하고, 감염된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과 마주친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어떤 바이러스가 올까?'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로. 그 질문에 대한 성찰 없이 맞이하는 다음 팬데믹은 예고된 재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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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생화가 왜 필요한지 사유하게 만드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