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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③ 폭염 | 폭염이 가져온 집단폐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2025-07-10 김복연 기자

산업화된 축산업이 가축의 생명권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매년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축산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 준다.


폭염이 드러낸 먹거리 시스템의 민낯

매년 여름이 되면 뉴스는 비슷한 식으로 시작한다. 가축 수십만 마리가 폐사했다는 소식과 피해 규모가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보험금 지급과 지원책을 발표하지만 이 장면은 해마다 반복된다. 2019년에는 289만 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쓰러졌고 2020년에는 69만 마리, 2021년 90만 마리, 2022년 78만 마리, 2023년 92만 마리 그리고 2024년에는 155만 마리를 넘어섰다. 피해금은 매년 수백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는 단순한 재정 손실을 넘어서 우리가 고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본질을 드러낸다. 폭염은 단지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재난의 전조이자 결과이며 이 재난은 우리가 만든 먹거리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무너뜨린다.

진화가 만들어 온 생물학적 필요조건

가축이 폭염에 취약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의 생물학적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소, 돼지, 닭은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치며 각자 생존에 필요한 방식으로 체온을 유지해 왔다. 소는 정상 체온이 38.5도에서 39.5도까지로 반추위 발효를 통해 거친 식물을 분해하고 미생물의 활성화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열을 생성한다. 돼지는 다양한 병원체를 견디는 면역체계를 발전시키고 신진대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약간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 닭은 40.5도에서 42.0도까지의 높은 체온을 가지며 빠른 대사율을 유지해 과거 비행 능력과 높은 활동성을 지탱했다.

이러한 체온과 대사 특성은 자연 상태에서 그들의 생존 전략의 일부였다. 소는 넓은 초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나무 그늘을 찾아 이동하고 돼지는 진흙 목욕을 하며 체온을 식혔다. 닭은 그늘진 곳으로 피하거나 깃털을 부풀려 열을 방출했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의 몸을 조절하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적 필요였고 동물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특성이 독이 되는 공장식 축산의 역설

밀집 사육되는 닭.  사진 연합뉴스
밀집 사육되는 닭. 사진 연합뉴스

산업화된 축산 시스템은 동물의 진화적 특성을 위험 요소로 전환시켰다. 공장식 축산은 더 빨리 더 많이 살을 찌우도록 교배를 선택하고 사료를 조정했다. 소와 돼지 닭은 자연 상태보다 훨씬 무겁고 지방이 많은 몸을 갖게 되었고 더 많은 대사열을 발생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움직일 공간을 박탈당했다. 좁은 케이지와 콘크리트 바닥에 수백, 수천 마리가 몰려 있는 밀집 사육환경은 본래의 열 조절 능력을 차단한다.

돼지는 진흙 목욕을 할 수 없고 닭은 그늘을 찾아 피할 수 없다. 소 역시 방목지의 바람과 나무 그늘 대신 환기조차 어려운 축사에 갇혀 있다. 자연에서 유용했던 체온과 대사 특성은 공장식 축산 안에서 폭염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노출되면 그대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극심한 열스트레스는 호흡 곤란과 체온 상승을 일으키고 결국 폐사로 이어진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이러한 구조적 약점은 치명적으로 드러난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일수가 증가하고 열대야가 심화되는 가운데 동물들은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서 동시에 질식하며 죽는다. 이는 단순한 농가의 피해를 넘어 우리가 설계한 먹거리 시스템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고기는 자연의 산물이 아닌 산업화의 산물

1913년 포드 자동차용 자석 발전기와 플라이휠을 조립한 최초의 이동식 조립 라인의 작업자들, 하이랜드 파크
1913년 포드 자동차용 자석 발전기와 플라이휠을 조립한 최초의 이동식 조립 라인의 작업자들, 하이랜드 파크
 육가공 작업장. 사진 아젠시아 브라질
육가공 작업장. 사진 아젠시아 브라질

우리는 고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비한다. 마트의 진열장과 식탁 위에서 고기는 그저 익숙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기의 생산 과정은 결코 자연적이지 않다. 그것은 철저하게 산업화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자동차를 대량으로 조립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한 헨리 포드는 아이디어를 시카고의 육가공 공장에서 얻었다. 당시 거대한 도축장은 수천 마리의 소를 컨베이어에 매달아 이동시키며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발라 부위별로 분해하는 분업적 라인을 운영했다. 동물의 개체성과 고통은 철저히 삭제되고 몸은 표준화된 상품 단위로 나뉘었다.

포드는 이 방식을 뒤집어 조립라인을 만들었다. 부품을 표준화하고 분업화해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혁신이었다. 그러나 이 혁신의 기원에는 동물의 생명을 부품처럼 취급하는 사고가 자리했다. 고기의 대량 생산은 효율성 극대화라는 논리로 동물의 생명을 숫자와 비용으로 환원했다.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 역시 이 산업적 감각을 그대로 계승했다. 좁은 케이지, 밀집 사육, 자동화된 급이, 급수 설비는 모두 싸고 빠르고 많이 생산하기 위해 설계됐다.

산업화된 고기 생산과 기후위기

이 시스템은 단순히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화된 축산은 기후재난의 주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를 차지하며 국내 농업부문 배출의 80% 이상이 축산에서 발생한다. 장거리 수송 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 또 가축용 사료는 대량의 곡물과 대두를 단일재배해 수입에 의존하고 산림을 파괴해 경작지를 확대하며 생산과 수송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결국 싸고 빠르게 많이 공급하는 시스템이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더 잦고 극심한 폭염을 만들어 내며 동물과 사람 모두를 위협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악순환의 한복판에서 가축들은 기후재난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양이 된다.

공급량 안정성이라는 편향된 기준

이 문제는 단순히 농가의 책임이 아니다. 정부와 산업은 공급량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왔다. 2025년 9월까지 산란계 케이지 면적을 마리당 0.075제곱미터로 확대하려던 계획도 계란 수급 불안을 이유로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냉방·환기시설은 권장 사항일 뿐, 의무화된 법령 기준조차 없다. 여전히 동물복지보다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된다.

다수의 언론도 폐사한 동물의 숫자와 경제적 피해만 강조한다. 수백억 원의 피해금과 보험금이 매년 반복되지만 구조적 문제를 바꾸려는 논의는 적다. 동물의 생명권은 여전히 생산 비용과 수급 통계의 이면에 가려져 있다.

먹거리 생산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방목된 소들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한다. 사진 플래닛03
방목된 소들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한다. 사진 플래닛03

폭염에 쓰러지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은 단순한 자연 재해의 피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든 먹거리 시스템의 폭력성과 기후위기의 결과를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싸고 많이 빠르게 공급하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아 온 결과는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생명권을 희생시키는 구조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먹을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과연 윤리적인가. 기후재난의 시대에 수급 안정성이라는 편향된 기준을 넘어서 동물의 고통과 생명권을 고려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먹거리 윤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폭염 재난을 마주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전환의 출발점이다.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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