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 기후위기가 가져 온 ‘에너지 빈곤’
- sungmi park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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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2 박성미 총괄
같은 영하 기온이라도 어느 집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만, 또 다른 집은 생존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에너지 비용, 주거 단열, 난방 접근성의 격차가 한파를 사회·경제적 재난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기후불평등이라고 부른다.
겨울 한파가 가져온 사회적 문제, ‘에너지 빈곤’
유럽연합(EU)에서는 겨울 한파가 반복되면서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유럽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가 2025년 말 업데이트한 자료에 따르면, EU 인구의 약 9%가 “집을 충분히 따뜻하게 유지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수천만 명이 겨울철 난방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Eurostat, Population unable to keep home adequately warm, 2025).
특히 동유럽과 남유럽의 불가리아·루마니아·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해당 비율이 15%를 웃돌며, 겨울철 한파가 건강 위험과 초과 사망(excess mortality)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유럽 공중보건 연구들은 난방 부족이 고혈압,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악화와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 정부는 한파를 단순한 기상 대응이 아니라 재정·복지 정책의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26년 1월 말, 혹한 속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난방비 환급 및 가격 보조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한파가 동시에 가계 부담을 압박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Reuters, 2026.1.29).
영국 역시 2025~2026년 겨울을 앞두고 저소득·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웜홈디스카운트(Warm Home Discount) 제도를 확대했다. 해당 제도는 겨울철 에너지 요금에서 최대 150파운드(약 30만원)를 직접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정부는 “한파 대응은 에너지 시장 문제가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 문제”라고 명시했다.
가구당 평균 난방비 증가,
서울시는 한파로 인한 에너지 부담 완화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39만3천 가구를 대상으로 난방비 393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최근 서울시 기온이 –14℃까지 떨어지는 등 한반도 전역에 강한 한파가 지속됨에 따라 마련된 조치다. 지원 대상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35만 가구, 서울형 기초생활수급자 5천 가구, 차상위계층(차상위장애인, 차상위자활, 저소득 한부모가족 등) 3만8천 가구다. 각 가구에는 10만 원씩 현금이 지원된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고물가 및 에너지 비용 상승을 들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고,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난방비는 2024년 1월 9만8825원에서 2025년 1월 10만6269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2025년 12월 3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동절기 취약계층 지원 및 안전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한파에 대비한 난방·건강·생활안정을 위해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3월까지 확대하고,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취약계층에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난방시설로 교체를 지원한다.
아울러 전국 경로당에는 3월까지 월 40만 원의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한다. 모든 국민이 추운 겨울에도 생활 불안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복지 정책의 설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겨울 한파와 주거 환경의 관계를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한다. WHO의 주거 및 건강 지침(Housing and Health Guidelines)은 낮은 실내 온도가 심혈관계·호흡기 질환 위험을 높이고, 특히 노인·어린이·만성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한파의 피해는 단순히 ‘춥다’는 감각을 넘어 질병과 조기 사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위험은 열악한 주거와 낮은 소득층에 집중된다.
겨울 한파의 기후불평등은 세 가지 조건이 겹칠 때 가장 가혹해진다. 첫째, 야외·이동 노동처럼 추위에 직접 노출되는 일자리, 둘째, 단열이 취약한 주거 환경, 셋째, 높아진 에너지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득 구조이다.
이 조건이 동시에 작동하면 한파는 추위가 아니라 재난이 된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의 한파를 ‘사회적 재난(social disaster)’으로 바라 봐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추위라도 누구에게는 견딜 만한 계절이고, 누구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날씨가 아니라 주거, 에너지, 복지 정책의 설계다.
기후위기는 겨울을 더 춥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겨울을 더 불평등하게 만들고 있다. 한파 대응의 핵심은 예보 정확도가 아니라, 추위 앞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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