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기후변화는 할머니도 전기차를 타게 만든다
- hpiri2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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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전기차 확산정책, 기후변화로 할머니도 전기차를 타게 된 사연을 소개하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충전 인프라 구축의 도전 과제를 살펴보며,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5-5-16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시당 청년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시당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그래서 전기차를 샀어
“네가 쓴 책을 읽고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다정한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제 글을 사랑해 주신다는 것 또한 멋진 일입니다. 저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문장에서 제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전기차를 샀어.”

저의 어머니는 1958년생이십니다. 불과 몇년 전에 컴퓨터를 쓰는 법을 배우셨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법에 관한 수업도 들으시고 관련 책도 읽으십니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분이지만 67세 할머니가 전자기기와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가솔린 자동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구입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추진력은 언제나 대단하십니다. 괜찮으시려나. 저는 걱정이 앞섭니다. 며칠 뒤 어머니께서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충전소까지 갈 배터리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니? 견인차를 불러야 하니?”
저는 남은 배터리로 갈 수 있는 충전소들 중 어머니가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았습니다. 휴대폰 어플을 설치하고,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등록하고, 전기차 운전자를 위한 카드를 발급받고, 충전을 위한 케이블과 젠더도 구입했습니다. 일 년쯤 시간이 지났고, 이제 어머니는 매일 전기차를 타고 다니십니다.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기후변화는 할머니도 전기차를 타게 만듭니다.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탄소중립?
우리 모두가 전기차를 타면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매년 약 5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합니다. 510억 톤 중 약 16%에 해당하는 82억 톤은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사람을 옮기고,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82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자가용, 버스, 오토바이 등 여객 운송을 위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45%입니다. 뒤를 이어 자동차를 이용한 화물 운송이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비행기와 선박이 각각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운송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달리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가 필요합니다. 승용차도 필요하고, 화물차도 필요합니다. 테슬라, BYD, 폭스바겐 그룹, 현대차 등 많은 회사들이 전기차의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전기차는 달리는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세계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운송 분야의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전기차에 쓸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공간 혁신이 필요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는 어떻게 생산할까요? 우리는 화력, 수력, 원자력 등 다양한 형태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합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인류는 여전히 60%의 전기를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비율도 9.1%나 됩니다.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15.9%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5%입니다.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참고로 OECD 38개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평균은 35.8%이며, 중국과 인도 또한 각각 34.3%, 21.8%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습니다.
단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 생산 비중을 낮추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화력발전소는 ㎡당 500~1만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당 5~20W, 풍력은 ㎡당 1~2W의 전기만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땅이 부족합니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먼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부유식 해상풍력이라거나 투명한 태양광 패널을 적용해 건물 외벽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태양광 발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리튬 배터리의 문제, 나트륨 배터리의 혁신
전기차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 또한 문제가 됩니다. 배터리 생산을 위해서는 리튬이라는 광물이 필요합니다. 리튬 광산들은 주로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의 건조한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물이 필요한데, 주로 인근 지역의 지하수를 이용하게 됩니다. 광산에서 과도하게 지하수를 사용함에 따라 인근 지역의 식수와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광산에서 유출되는 중금속에 의한 토양오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 이외에도 장시간 저임금 노동, 불투명한 보상체계 등의 사회적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CATL에서는 리튬이 아닌 나트륨 기반의 배터리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흔하고,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술혁신을 통해 배터리 생산 과정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나트륨 배터리가 일반화된 세상은 조금 더 안전하고 정의롭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전기차로 갈아 타야 합니다
전기차는 환경친화적인 운송수단이 아닌 걸까요?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고,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니까 우리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중단하고 내연기관 차를 타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기차를 타야합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전기차를 타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온실가스의 배출을 관리하는 관점에서 보면 수억대의 내연기관차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각자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한 곳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탄소포집과 오염물질 저감 기술을 적용해 관리하기 쉽습니다.
또한 내연기관차는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반면 전기차는 주행 중에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거의 없습니다. 도심의 대기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 모터,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기술혁신을 통해 운송수단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혁신을 이룰 수 있다면 기존에 보급해 둔 전기차와 충전인프라는 지금보다 훨씬 환경친화적인 운송수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기차를 핑계로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전기차나 재생에너지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직 어머니께 들려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자율주행이나 배터리에 관한 이야기를 어머니께서 재미있게 들어주실까요? 아마도 피곤해 하실 것 같습니다. 첨단기술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조금씩 다가오는 미래, 새로 만나는 기술 앞에서 늘 서툰 존재들입니다. 충전은 낯설고, 조작은 서툽니다. 하지만 우리는 골치 아픈 전기차를 핑계로 종종 만나고, 수다를 떱니다. 전기차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들고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만나게 합니다. 원고를 핑계로 어머니께서 운전해 주시는 전기차를 타고 조용히 교외에 있는 좋은 카페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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