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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⑤ | 가공식품의 시대가 오고 있다

2025-09-05 김현권

가공용 쌀 소비가 늘고 있다. 쌀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공용 쌀의 독자적인 생산과 공급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쌀 고비용 구조도 전환해야 하며, 쌀의 시장 격리를 통한 가격지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쌀의 저장과 보관 방법도 개선해서 쌀의 맛을 높여야 한다. 쌀의 생산을 늘려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분야


가공식품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식품산업 중에서도 가공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불평등의 심화와 장기적인 경기침체도 원인이다. 코로나 팬데믹도 한몫했다. 한국에 기회가 오고 있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국가 신인도가 단군 이래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세계를 둘러보아도 가공 식품산업에서 대한민국에 견줄 만한 나라가 없다. 미래에도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일 수 있다.


만두를 시작으로 김밥, 떡볶이, 쌀 스낵 등으로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쌀가공업자들은 원료곡이 모자란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원래 식품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을 다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유사 이래 식품산업의 절반에 도달한 산업이 없을 정도다. 식품산업과 제조업, ICT를 연결하여 어마어마한 시장에 우리가 진출할 수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서 올해 뽑은 대표 쌀가공품들. 사진_한국쌀가공식품협회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서 올해 뽑은 대표 쌀가공품들. 사진_한국쌀가공식품협회

가공 쌀이 우리 쌀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2023년 국내 쌀 가공산업의 매출액은 8조2천 억이다. 2017년 대비 연평균 8.74% 성장했다. 수출은 3억 달러이고 5년간 연평균 22.61% 성장하고 있다. 2024년은 38.7% 성장하여 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한다. 쌀은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되는 유일한 원료곡이다. 이제 ‘골칫덩이‘가 아니라 ‘소중한 자원‘으로 귀하게 대우받을 날이 머지않았다. 가공 쌀이 우리 쌀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가공 쌀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가공을 목적으로 생산하는 쌀은 거의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 비축미의 출구로 이용될 뿐이다. 안보적 기능을 다한 묵은쌀이 가공용으로 공급된다. 또 가격지지를 위해 시장 격리된 쌀과 의무 수입 물량 40만 톤이 가공용으로 시장에 풀린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밥상용 쌀의 소비는 1인당 132.4kg(1980)에서 55.8kg(2024)으로 떨어지고 가공용 쌀은 65만 톤(2024)으로 늘어나고 있다. 작은 규모가 아니다. 2024년 밥상용 쌀은 282만 톤 소비되었다. 가공용이 밥상용의 22.9%에 달하는 규모다. 주정용과 사료용으로 쓰이는 쌀을 제외하고 그렇다. 이들은 공급단가가 거의 폐기 목적의 수준이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라 보기 어렵다. 가공용 쌀에 일부 수입쌀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가공용 쌀의 독자적 생산과 공급 체계 마련해야


쌀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공용 쌀 정책을 수립하여 적극 지원하고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밥상용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지금 가공용 쌀의 원료곡 공급은 모두 정부가 쥐고 있다.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비축미 재고량 관리 차원에서 가공용 쌀의 공급량을 결정하는 구조는 산업의 위험 요인이다. 가공 쌀의 독자적인 생산과 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쌀 고비용 구조, 소농 구조를 전환할 적기가 왔다


쌀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어느 산업이나 초기에는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가격경쟁력의 확보가 선결 요건이다. 해외로 나갈 때 더욱 그렇다. 쌀의 고비용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마침 많은 고령 농들이 농지로부터 은퇴를 희망하고 있다. 노후의 평온한 안식을 갈망하고 있다. 소농 구조를 해결하고 산업으로써 농업으로 전환할 적기가 왔다. 고령 농의 은퇴 촉진과 연금 강화에 정부 예산을 통 크게 써야 할 때다.


쌀의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식품산업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쌀도 농업 자체를 튼튼하고 강하게 만드는 길 말고 농민도 살고 산업도 성장하고 나라도 부강해지는 방법은 없다. 소농 구조는 생산물이 적다는 뜻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농민이 부자가 되지 않는다. 모두가 힘들어질 뿐이다.


쌀 생산을 늘려, 산업으로 키우자


전략 작물 재배도 한계가 명확하다. 생산을 분산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수요처의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콩을 심기 위해 논을 밭으로 바꾼다. 기반 조성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농가는 소득의 차액을 지원받으므로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 생산된 콩을 학교급식에 쓰고 군대에 공급할 간장 된장을 만들 때도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쌀을 시장 격리하고 전국의 창고에 저장하는 비용이 해마다 2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 쌀의 가격지지를 위해 예산을 붓는 전형적인 고비용 구조이다.


쌀 가공산업의 육성과 수출시장의 확대는 고비용 구조와 양립할 수 없다. 저비용 구조로 가야 한다. 정부 예산을 들여 쌀 재배 면적을 인위적으로 감축할 것이 아니라 생산을 늘려 산업으로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자.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농지의 보전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가공산업의 기반 조성에도 맞다. 세계 8위 무역 대국이자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에 더 어울리는 방안이 아닌가? 가공산업의 성장은 밥상용 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난 5년간 가공산업에서 정부양곡의 소비가 19% 느는 동안 민간 구매량은 49% 늘었다.


우리가 쌀의 생산감축에 더욱 신중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북한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오랜 세월 삼남 지방의 쌀로 남과 북이 함께 먹고 살았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는 쌀의 해상운송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북한은 서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그 미래를 담보하는 소중한 자원이 바로 쌀이다.


쌀의 시장 격리를 통한 가격지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그러나 정부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4년 12월에 발표한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보면 2029년까지 정부양곡으로 공급하는 가공용 쌀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이후 중단할 것이라 한다. 시장에서 신곡으로 조달하라 한다. 정부는 쌀의 가격지지만 관심 사항이다. 세상이 변하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우선은 정부 양곡으로 가공용 쌀을 안정적으로 확대 공급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비축 기간을 축소 운영해야 가능하다. 앞으로 정부는 농지의 규모화를 통한 생산 기반의 강화에 주력하고 쌀의 시장 개입에 점차 거리를 둬야 한다. 쌀의 적정 재고량 80만 톤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군인도 많이 줄었고 전투 개념도 과거와 다르다.


쌀의 시장 격리를 통한 가격지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적절한 비축량과 회전 기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해마다 격리와 저장에 쓰는 2조 원 이상의 돈을 가공쌀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R&D를 하고 식품산업의 수출입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쓰자. 쌀의 처리가 아니라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는 데 쓰자. 그래야 농가 및 이해관계자의 수익이 늘어난다.


쌀의 품질을 높이는 저장 방법으로 개선해야


하나 더 할 일이 있다. 우리 쌀은 품종도 우수하고 생산기술도 훌륭하다. 하지만 보관과 저장 방법은 개선해야 한다. 맛있는 밥을 허(許) 하라. 이미 쌀보다 고기와 빵을 더 많이 먹는 시대다. 밥은 식사 뒤에 조금 먹는 선택지가 되었다. 무조건 먹어야 하는 필수 음식이 아니다. 그럴수록 밥맛이 중요하다.


나락의 저장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수매하여 일반 창고에 보관하는데 수분 기준이 15%다. 수분이 많으면 변질의 위험이 커지고 장기 저장이 어렵다. 그런데 일반 저장 창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락이 계속 마른다. 밥맛이 가장 좋은 수분함량은 16.5%와 거리가 멀어진다. 창고에서 나락은 14%, 13%까지 계속 마른다. 밥을 금방 해도 윤기가 없는 푸석푸석한 쌀이 된다.

일본 전농은 쌀을 수매하여 건조하고 가을에 모두 도정을 하여 현미 상태로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쌀의 품질관리에 유리하다. 우리도 품질관리에 맞는 저장 방법을 도입하자.


20세기 초에 하버-보쉬는 질소비료를 개발해 인류를 기아에서 구했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사람의 비율이 65%에서 10%까지 경이적으로 줄었다. 질소비료는 칼로리의 양을 늘렸다. 가공식품은 칼로리의 손실을 줄인다. 가공식품이 인류에 주어지는 또 한 번의 축복일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역할을 찾고 차지하는 자가 역사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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