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 ② 맑은 강물이 보고 싶다

최종 수정일: 9월 9일

2025-07-25 김현권

왜 강물이 더러울까? 하수도 시설이 다 갖춰지지 못해서 생활폐수를 강에 버린다. 우리는 가축의 분뇨를 정화처리해 강에 방류하지만 여전히 찌꺼기가 쌓인다. 축산 강국 덴마크는 분뇨를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바이오 에너지로 생산한다.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는 가장 먼저 분뇨가 폐기물이 아니고 자원임을 선언해야 한다.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지난 기사


세상은 한 번씩 뒤집어져야 맑아진다


장마가 지고 태풍이 불고 홍수가 나면 강물이 무섭게 흐른다. 개울을 가득 채우고 들판과 마을로 넘쳐 커다란 피해를 주곤 한다. 하지만 거친 황토물은 강바닥을 뒤집어 강을 깨끗이 정화한다. 모래와 자갈에 달라붙은 이끼를 제거하고 강이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맑은 물에 피라미와 모래무지, 미꾸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세상은 한 번씩 뒤집어져야 맑아진다는 섭리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그 맑고 아름다운 강이 잠시 잠깐이다. 사시사철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수 없을까? 아쉽게도 강은 이내 흐려지고 더러워지고 만다. 산천에 숲이 우거져 녹음으로 가득해도 강은 맑지 않다.


왜 강물이 더러운가?


자전거를 타고 낙동 강변을 달려 본다. 자전거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다. 상주보, 구미보, 칠곡보를 따라 달린다. 푸른 강물은 넘실대고 들과 산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칠곡보에 들러 떨어지는 물을 구경한다. 이내 당황하여 고개를 돌리고 뒤로 물러나고 만다. 수문으로 떨어지는 물이 시커멓다. 녹조가 잔뜩 끼어 있다. 물안개가 피어 바람 따라 날리고 내게도 다가온다. 숨조차 쉬기 겁난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만다. 낙동강은 겉보기 등급만 좋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큰 강이다. 녹조는 이제 상수가 되었다. 그러니 강을 두고 선거 때 마다 시끄럽다. 보를 해체하고 재자연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농업용수가 필요하다는 농민단체가 맞선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다. 맨날 보를 가지고 싸운다.


오늘은 강물을 들여다보자. 보는 원래 필요에 따라 물을 가두기도 하고 흐르게도 하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물이지 보가 아니다. 왜 강물이 더러운가?


하수도가 없어 생활폐수가 강으로 버려진다


가장 먼저 하수도 보급율을 보자. 지구에 인간 만한 오염원이 없다. 매일 쓰고 버린다. 하수도를 따라 공공하수처리장으로 가는 생활폐수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수도가 없으면 그대로 강으로 버려진다. 다른 길이 없다. 경북 시군의 하수도 보급율은 충분한가? 안동이 80.8%이다. 19.2%의 안동시민이 하수도가 없는 지역에 거주한다. 약 3만 명이다. 매일 쓰고 버리는 생활폐수가 정화 처리 없이 강으로 흘러간다. 영주는 하수도 보급율이 87.7%, 영천 77.3%, 상주 78.3%, 의성 55.0%, 청송 54.3% 예천 68.0%, 봉화 75.1% 이다. 인근 경남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강물이 까끗하기 어렵다. 1500만 대한민국 국민이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쓰고 살고 있다.


막대한 양의 돼지 분뇨가 정화처리되었다고는 하지만


경북은 어디나 축산시설이 많다. 한우는 전체의 20%를 넘어 전국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양돈 또한 만만치 않다. 많이 키울수록 많이 싼다. 그 분뇨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2023년 통계를 보면 돼지 분뇨의 39%가 정화처리된다. 퇴비로 29.9%, 액비로 30%가 처리된다. 여기서 정화처리란 분뇨를 농장에 저장해 두고 저장조에 공기를 주입해 호기성 발효를 유도하고 BOD 기준을 충족시켜 방류함을 의미한다. 환경부에서 요구하는 표준 방식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은 분뇨를 자가처리 방류하고 규모 이하의 영세한 농장은 공공처리장으로 위탁하게 되어 있다. 자가처리 대상 농장의 54%가 정화 방류를 하고 있다. 공공처리장도 정화 방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막대한 양의 돼지 분뇨가 정화라는 절차를 거쳐 강으로 방류되고 있다. BOD 기준을 충족했다 하나 강바닥에 찌꺼기가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러고도 맑은 강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덴마크는 축산 분뇨를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쓴다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는 어떻게 할까? 경상북도 만한 땅에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돼지를 사육하면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축산물 수출국가 중 하나다. 여러 차례 방문도 해 보고 업무 담당자와 대화를 해 보았다. 덴마크는 정화방류를 일체 하지 않는다. 축산 분뇨는 모두 음식물 쓰레기, 지역의 유기성 폐자원 등과 함께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그 시설을 바이오 플랜트라 부른다. 곳곳에 깨끗한 환경의 바이오 플랜트가 있고 플랜트 하나가 반경 20~30㎞ 지역을 감당한다. 더 넓어지면 운송비 부담이 커진다. 생산된 바이오 가스는 도시가스에 섞어 쓴다. 덴마크의 바이오 가스 생산량은 이미 도시가스 사용량의 30%를 넘었다. 2030년까지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축산 분뇨를 활용해 탄소중립 시대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 북부 스뵈링 인근, 축산 분뇨를 수집해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설비. 사진_위키커먼즈
덴마크 오르후스 북부 스뵈링 인근, 축산 분뇨를 수집해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설비. 사진_위키커먼즈

우리에게 축산 분뇨는 여전히 폐기물이다. 처리가 관심의 대상이다. 관점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다. 우리는 자원을 폐기물로 지정하고 처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분뇨에 공기를 강제로 주입해 BOD 기준을 맞추는데 많은 시간과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추경에도 농업용 전기 지원 예산은 논란이 됐다.


미래는 채굴하지 않는 사회


새 정부가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재편한다. 정책의 종합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시대라는 말은 ‘폐기물이란 없다’는 선언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폐기물은 곧 자원이다는 인식이 없으면 탄소중립 시대에 도달할 수 없다. APPLE사에서 2022년 발간한 환경경과보고서는 ‘미래는 채굴하지 않는 사회’라 선언했다. 보고서는 자사 제품이 얼마나 자원을 재활용해서 생산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밝히고 있다. 금속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PE제품까지 재활용 대상이다. 채굴하지 않는 사회란 모든 폐기물을 재활용해야 꿈 꿀 수 있다.

가축의 분뇨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임을 선언하라


새로 출범하는 기후에너지부는 가장 먼저 가축의 분뇨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임을 선언해야 한다. 더 이상 자원을 폐기하기 위해 에너지를 들이고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의 축산 역사는 짧다. 산업동물로 사육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제도가 많이 부족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 분뇨정책은 새로 정비해야 한다. 지금은 개별 농장에서 모두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다. 덴마크는 축산업자가 분뇨를 처리하지 않았다. 축산과 분뇨처리는 전혀 다른 전문 분야로 다루었다.


축산업도 재생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다


축산업에 규제를 일방적으로 강화한다고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 지금도 BOD 기준을 모두 맞추고 있고 환경부 지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관점을 바꾸고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많이 바뀌어야 한다. 덴마크는 분뇨를 농장에 저장해 두지 못하게 한다. 지체없이 바이오 플랜트로 수거해야 한다. 동물의 내장에서 막 나온 분뇨가 에너지 가치가 높은 ‘고품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농장에서 함부로 반출하면 안 된다. 반출할 때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기물 관리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러니 축사 환경이 나빠지고 악취가 발생한다. 우리도 전국적으로 바이오 플랜트를 설치하고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길로 가야 한다. 축산업도 재생에너지원으로 당당히 탄소중립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질소비료를 빼 놓을 수 없다. 결국 강으로 흘러간다.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쓴다. 농촌의 고령화도 관련이 있다. 환경부는 토양양분관리제를 도입했으나 화학비료를 제외했다. 탄소발자국이 잔뜩 뭍은 화학비료부터 관리해야 한다.


바이오 플랜트를 보급하고 농촌의 열 이용 계획을 수립하자


하늘이 파랗고 강물은 늘 맑고, 사람 사는 동네가 깨끗한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우리는 아직 무늬만 선진국이다. 강물을 맑게 하자.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비점 오염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현재 읍과 면 단위까지 하수종말처리장이 보급되어 있으므로 이미 많은 투자가 되어 있다. 순차적으로 큰 마을부터 오수관로 사업을 하고 농촌마을 정비사업도 하자. 바이오 플랜트를 시와 군마다 두 세 개씩 보급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재생 열을 활용하자. 장기적으로 농촌지역 열 이용 계획을 수립하자. 농촌은 전기 못지 않게 열이 중요하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농촌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 그곳이 모두 도시민들의 공간이 된다. 농촌과 지방과 도시가 함께 사는 길이다.

댓글 1개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trokim
7월 28일

왜 우리는 덴마크 처럼 못하는건가요? 이제는 우리나라도 덴마크 못지않게 돈도 있을텐데요

좋아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