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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권의 아사(餓死) 직전 | ⑤ 정확한 농업 통계부터 만들자

2025-06-13 김현권

세계 대부분 국가는 농업소득세를 부과하지만 우리 농민은 농업소득세가 없다. 자료가 없으니 당연히 통계가 없고, 정책·연구에 한계가 분명하다. 통계 공백으로 농가 소득과 피해를 증명할 수 없으니 재해보험·국민연금·정부지원에서 농민의 불이익이 심화되고 있다. 180만 농업경영체 중 고작 4.6만 정도만 사업자등록이 있다. 증빙 불가로 농가의 교섭력 약화와 탈세 우려가 증가한다. 사업자등록 의무화, 소득세 재도입을 검토하자. 정확한 통계 기반으로 정책 효과를 높이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자. "낼 거 내고 받을 거 받자".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우리 농업의 근본적 구조개혁의 관점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농지, 영농형 태양광, 청년농 양성, 농협을 다루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농업소득세와 사업자등록에 관해 얘기해 보자.


우리 농민은 농업소득세가 없다


우리나라 농민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농업소득세가 없다. 농산물은 부가가치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비농업인들도 ‘농민은 세금을 내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의무는 하지 않고 요구사항만 많은 이등국민처럼 인식을 할 때가 있다. 참 불편하다. 국민의 소중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은 송두리째 무너진다.

사실 전 세계에서 농업소득세가 없는 나라는 별로 없다.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등 5개 나라에 불과하다. 우리도 2009년까지 농업소득세가 지방세로 있었다. 2010년 FTA 협정 비준할 때 농업인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농업소득세를 폐지했다. 재정당국은 농업소득세 징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전체 농민의 1~2%만 소득세 부과 대상이어서 징수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현재 식량작물은 모두 비과세이고 과수, 원예, 시설농업은 연 매출 10억까지 비과세이다. 축산은 한우 50두, 돼지 700두, 닭 오리 1만 5000두까지 부업 축산으로 간주하여 과세하지 않는다. 규모 있는 축산 전업농만 농업소득세를 내고 나머지는 모두 비과세이다.


농업 통계가 없다 … 자료가 없으니 정책은 뜬구름, 연구도 불가능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결과 자료가 남지 않는다. 농업 통계가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농산물 출하시에 영수증을 주고 받지만 세금이 없으니 집계가 안 된다. 당연히 농가소득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농가소득은 통계청에서 전국 3300개 농가를 표본으로 설문하여 작성한 것이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파악한 것이 아니다. 그마저 표본 수가 작아 광역시도까지 통계가 작성될 뿐 시군 단위 자료는 아예 없다. 전국의 모든 시군의 단체장은 자기 지역 농가의 소득을 알지 못한다. 단체장이 무슨 정책을 할 수 있을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할 것 없이 정책이 뜬구름 잡는 것 같다. 예산을 집행해도 사업의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길이 없다. 지자체는 그저 예산을 쓰는 조직으로 머무는 이유다. 예산을 다 쓰면 일을 다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자료가 없으니 연구도 불가능하다. 조사와 연구 없는 정책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농업정책의 근본적 한계다.


소득을 증명할 길이 없으니, 학자금 대출도 국민연금도 불이익


농업소득세가 없는 것이 우리 농민에게 좋은 일도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농민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피해를 입증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에서도 소득을 증명할 길이 없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흔히 있다. 국민연금도 손해를 본다. 다수의 고령농들이 절대적인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1년 농업인의 소득기준액을 월 100만원으로 정했다. 소득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담액을 줄이려고 다른 업종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기준액을 책정했다. 농민들은 그것 마저 최저액으로 가입했다. 그 결과 농업인들은 전체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연금을 받고 있다(김남훈 외의 2020년 연구). 연세 많은 농촌 여성들은 그 국민연금도 아예 없다. 오로지 기초노령연금으로 살아간다.


재해보험도, 소득지원도 어렵다


농업인 재해보험의 설계도 어렵다. 피해에 비례한 보상이 쉽지 않다. 정부가 재해보험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지만 현장의 농민들은 불만이 많다. 대형산불로 농자재가 소실되고 임산물의 피해가 발생해도 매입, 매출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 주요 농작물 소득보장보험도 아직 도입을 못하고 있다.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 모든 걸 어렵게 한다. 연금도 보험도 소득지원에서도 그렇다. 궁극적으로 피해는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농민에게 사업자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더불어 모든 농민은 사업자임에도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다. 과세대상이 아니므로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사업자등록이 없는 농민은 거래시에 증빙서를 발급할 수 없다. 거래 당사자로서 지위가 심각하게 훼손 당한다. 상인은 농민의 계산서를 수취하지 않아도 정규 증빙을 발급받은 걸로 간주한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다. 농민의 교섭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농산물을 매점매석해도 적발이 어렵고 탈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농민은 사업자등록을 한다. 물론 일정 규모 이상만 한다. 사업자로써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며 환급도 받는다. 세액공제와 정부지원금을 받을 때 사업자등록은 필수사항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조세법상의 사업자등록을 해야 농민연금 가입이 가능하고 농민연금 가입 여부로 법적 농민의 자격을 판단한다.

우리는 180만이 넘는 농업경영체 중에 4만 6천여 농가만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를 하거나 농식품 가공업에 종사하는 이들만 예외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 농민에게 사업자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낼 거 내고 받을 거 당당히 받자'- 사업자등록, 농업소득세 부과 재검토 필요


이제 농민의 사업자등록과 농업소득세 부과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득은 작고 손실은 너무 크다. 사업자등록을 한다고 모든 농민이 곧바로 과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농업소득세 비과세 조항을 폐지한다 하더라도 92%의 농민은 세금 부담이 전혀 없다는 연구가 있다. 다행히 젊은 농민들 사이에 ‘우리도 낼 거 내고 받을 거 당당히 받자’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진짜 중요한 피해는 또 있다. 실제 많은 농민이 매입, 매출을 정확히 관리하지 않는다. 경영 평가가 어렵다. 혁신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생산과정 중간중간에 정부보조가 들어가니 농민도 본인의 생산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한계농민을 양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농업의 성장을 방해한다. 농민이 사업자등록을 하면 당장 가짜농민이 발 붙일 곳이 없어진다. 직불금 부당 수령은 모두 드러난다. 농가소득 보장은 훨씬 용이해진다.


한국 농업의 개화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정확한 통계, 자료를 만드는 일은 농업개혁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나는 우리 농업이 정말 아깝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이 좁은 땅에서, 기후는 또 얼마나 혹독한가, 그럼에도 최고의 농업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농민의 책임성, 성실성, 창의성은 단연 세계 최고다. 우리는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다. 여기에 IT 강점이 결합된다면 농식품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한국 농업의 개화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반드시 구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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