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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픽션 '더 체인'ㅣ#4화. 내분

  • hpiri2
  • 2025년 8월 1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8월 8일

2025-08-01 정욱식


지난 줄거리

대만 해협의 포성은 거대한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중 함대가 동아시아로 집결하며 일촉즉발의 상황,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진짜 위기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 순간, 그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함정의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전쟁 행위'라는 북한의 섬뜩한 선언과 함께 동해에 나타난 러시아 함대. '사라예보의 총성'이 동아시아에서 재현되면서, 일본은 80년 만에 다시 전쟁이라는 악몽과 마주하는데...



북한 김정훈 위원장은 “조중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게 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미국은 대만 해협이 위기 상황이면 전투기, 핵항모 등 군사력의 입출입을 남한에 요구해 왔다. 최서희 대통령은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분쟁에 연루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순간 최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이 오는데...


일본의 후쿠오 기자와 통화를 마친 국립진먼대학교*의 류페이치 교수는 서둘러 진먼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대만국립대교 국제정치학 박사 출신인 류페이치는 후쿠오가 대만국립대교에서 1년간 연수할 때부터 친분을 맺어 왔다. 타이베이 항공편 탑승 시간이 1시간 남은 것을 확인한 류페이치는 동학인 라이창더 총통의 리신센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러 차례 문자와 통화 시도 끝에 탑승 30분을 앞두고 리신센이 전화를 받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는데, 너를 만날 상황이 전혀 아니야. 당분간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어.”

“네 입장도 이해하는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만나기 힘들면 내가 보내는 문자라도…”

뚜뚜 뚜뚜. 류페이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신센이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가봐야지.’ 류페이치가 낙심한 표정으로 탑승구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공항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항공 운행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민간 항공기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중국이 대만 해협 ‘격리’에 이어 30분 전에 대만 상공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면서 대만 정부가 내린 긴급조치였다. 대만 정부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군용기를 이용한 초계 활동은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상 대치 이틀째에 접어들면서 대만 해협의 위기는 극도로 고조되었다. 해상 충돌 5시간 후 중국의 바지선과 해경 함정이 샹안으로 돌아가면서 긴장이 완화되는 듯 했지만, 중국은 정비를 마치고 다시 이들 선박을 출항시켰다. 일본 요코스카에서 출항한 조지 워싱턴호도 동중국해를 지나 대만 해협 동쪽으로 다가섰다. 이 핵항모에는 F/A‑18E/F 슈퍼 호넷과 F-35C 등 전투기와 전자전기, 조기경보기, 공격용 헬기 등 65대의 함재기가 탑재 되어 있고, 항공모함 전단 소속 전력도 속속 합류했다. 두 척의 순양함과 이지스함을 비롯한 8척의 구축함, 그리고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 2척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칭다오에서 출발한 랴오닝함과 지원 전력도 미국 항모 전단보다 빨리 대만 해협에 다가서고 있었다.


이 와중에 중국 경비정과 충돌해 바다에 빠진 대만 고속정 승조원 한 명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실종자 수색·구조에 나선 대만 해경이 진먼다오 앞바다에서 발견했다. 사망자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머리에 큰 상처가 났다고 확인되었다. 사인은 선박에 머리를 부딪쳐 과다 출혈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미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 대만 내부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야당인 국민당은 중국과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만 정부와 여당인 민진당은 국민당의 이런 주장을 굴욕적이고 매국적이라며 맹공을 퍼부으면서 대만인들의 단호한 결의와 통합만이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만 여론도 둘로 갈렸다.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여론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는 여론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내전을 방불케 하는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당신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행 체포합니다.”

타이베이 중정광장에서 열린 ‘우리는 대화와 평화를 원한다’는 집회에 참석한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 한 명이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자 대만 경찰들이 그를 에워싸면서 말했다.

“당신은….”

경찰들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체포하려고 하자 집회에 참여한 군중들이 버스를 에워싸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지금 여러분은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즉시 물러서지 않으면 여러분도 체포하겠습니다.”


2025년부터 대만에선 공안 정국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을 “외부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군사법원을 부활시켜 ‘이적행위’ 처벌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2년간 간첩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학자·전현직 군인의 숫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또 친민진당 계열의 시민단체들은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 24명의 해임을 촉구하는 국민소환운동에 돌입했다. 민진당도 이들 위원이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인사들'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소환 대상이 된 입법위원은 지역구 유권자 25% 이상이 투표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위원직을 잃게 된다.


“이거 총통이 비상명령권을 발동하려고 하는 거 아냐?”

진먼대로 돌아온 류페이치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옆에 있던 동료 교수에게 말했다.

“지금 입법원 구성이 총 113석인데 국민당과 민중당이 52석과 8석이고 민진당은 51석이잖아. 친국민당 성향의 무소속도 2명 있고. 숫자로 따지면 야당 입법위원 13명 이상 위원직을 잃거나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 입법원에서도 비상명령권이 유지될 수 있어.”

대만 헌법에선 총통의 비상명령권 발동 이후 10일 이내에 입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공식 선거 운동 3일째를 맞이해 국민당 총통 후보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민진당 정권이 총통 선거를 연기하려는 의도로 국민당을 탄압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민진당이 위법적으로 입법원의 다수를 차지해 총통은 비상명령권을 발동하고 입법원에선 이를 유지해 선거도 연기하려고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만의 누리소통망(SNS)에서는 출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글과 영상이 쏟아졌다. 라이창더 총통이 이미 대만 밖으로 피신했다거나, 중국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미국과 중국이 비밀협상에 돌입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난무했다. 대만 정부에선 중국과 대만 내 중국 간첩들이 민심을 교란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만인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졌다.


"위이잉〜."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만 시민들에게 문자 메시지가 일제히 날아들었다.

“중국의 드론이 대거 날아오고 있다. 주민들은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길 바란다.”

대만 방공사령부는 중국이 선박과 육지에서 수백 기의 드론을 날려보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요격 태세에 돌입했다.



  • 국립진먼대학(國立金門大學 National Quemoy University NQU)은. 대만의 푸젠성 진먼현에 위치한 국립대학교로 진먼(金門)현 최고 명문 대학이다.  진먼도(金門島)는 대만해협을 두고 타이완섬과는 200㎞ 떨어져 있지만 중국 대륙의 샤먼시와 불과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만의 영토이다.


***

[글쓴이 주] 2027년 중국과 대만의 충돌, 미국의 개입, 그리고 한국·조선·일본·러시아 등이 엮여 있는 동맹의 체인이 맞물려 고조되는 동아시아 전쟁 위기, 위기를 지나 재앙으로 치닫는 기후변화, 그리고 배타적이거나 공유된 두려움…. 이들이 빚어 내는 대서사를 ‘리얼픽션’ 행태로 써 내려갑니다. 리얼픽션 '더 체인(the chain)'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과 곧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필자가 도전해 본 영역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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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2025년 8월 04일

리얼픽션...다큐소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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