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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의 전쟁과 기후ㅣ작년 세계 군사비 3916조원, 그리고 77%의 의미

2025-05-16 정욱식

2024년 세계 군사비가 3916조원에 이르고 전체 GDP의 2.5%를 차지한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뺏고 있으며, 군사비 감축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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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2조 7180억 달러(약 3916조 6000억 원)


작년 세계 군사비 총액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4월 28일에 공개한 ‘2024년 세계 군사비 현황’에 따르면, 이는 2023년보다 9.4%가 늘어난 것이자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또 냉전 시기 군사비 증액이 절정에 달했던 1988년의 1조 6천억 달러(2023년 화폐가치 기준)보다 무려 1조 1천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3조 달러 넘어설 듯


이렇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세계 군사비가 올해엔 3조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이후 군사비 폭등의 핵심 요인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종식되지 않고 있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게 군사비 인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 대부분의 국가들과 일본은 올해 군사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꺾이지 않으면 2030년경에는 4조 달러를 넘나들 것이다.


2024년 4월 10일부터 5월 17일까지 열린 '2024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포스터. 세계군축행동의 날은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일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요구하는 국제 캠페인이다.사진_centredelas.org
2024년 4월 10일부터 5월 17일까지 열린 '2024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포스터. 세계군축행동의 날은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일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요구하는 국제 캠페인이다.사진_centredelas.org

이는 너나할 것 없이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 데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정작 인류는 ‘전쟁의 확산’과 ‘지정학적 대결’에 처해 있다. 여러 나라들이 자신의 군사력이 역대 최강이라고 자랑하면서도 국가안보는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도 한다. 무분별한 군비증강과 군비경쟁이 안보딜레마를 격화시키고 상호간의 정치군사적 적대감을 심화시키는 현실을 새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비증강과 군비경쟁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대개 군비증강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군사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세계 군사비는 세계 GDP 대비 2.5%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0.2%나 높아진 수치이다. 이렇게 경기침체와 자원 분배의 왜곡이 만나면 민생고는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선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이 부족하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988~2024년 지역별 세계 군사 지출. 자료_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Apr. 2025.
1988~2024년 지역별 세계 군사 지출. 자료_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Apr. 2025.

역대급 군사비 지출로 인류사회가 치르고 있는 가장 큰 기회비용은 기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군사 활동 자체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소중한 재원을 전쟁과 군비경쟁으로 탕진하고 국제협력을 뒷전으로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후위기가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이것이 군비증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군사 부문은 기후위기 대처에 거대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돈이 없는 게 아닌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작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선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 300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선진국이 연간 3000억 달러를 분담하고, 나머지 1조 달러는 민간 부문과 개발도상국의 협력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목표액은 기후위기 대응에 크게 부족하고, 또 이 목표액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2009년 회의에서 선진국이 연간 1000억 달러의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지만, 이 약속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는 군사비를 봐야 한다. 군사비 감축과 감축한 예산의 기후위기 대처 투입은 ‘완화’와 ‘적응’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군사비 감축은 해당국의 탄소 배출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예산 증대에 도움이 된다. 또 개발도상국들에게 지원하는 기후금융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이들 나라의 탄소 배출 저감형 산업구조로의 재편 및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할 수 있다.


가령 세계 국방비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연간 2조 달러 수준으로 묶어 두고, 이를 예상되는 군사비 증액과 비교해 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세계 군사비를 3조 달러로 추정하고 이후 5년간 세계 국방비 연평균 증가율을 5%로 가정해 보면, 5년간 합계는 약 17.4조 달러가 된다. 이에 반해 2026년부터 5년 동안 세계 연 국방비를 2조 달러로 동결하면, 5년 동안 절약할 수 있는 재원은 7.4조 달러에 달한다. 5년간 2.5조 달러로 동결해도 4.9조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절약한 재원의 절반을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가령 5년간 군사비에서 7.4조 달러를 절약하면, 이 액수만으로도 5년간 기후 재원인 6.5조 달러 전체를, 군사비 4.9조 달러를 절약하면 기후 재원 75%를 충당할 수 있다.


대개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을 두 개의 범주로 나눠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먼저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상 재원 공여 의무국(Annex II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약 1조 5000억 달러였다. 이는 COP29에서 이들 나라들이 약속한 3000억 달러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재원 공여 의무국에는 상당수의 경제·군사강국이자 탄소 배출 상위 국가들이 누락되어 있다. 이에 따라 G20 국가들을 기준으로 산출해 보는 것이 더 실효적이다. 2024년 G20 국가들의 군사비 총액은 약 2.1조 달러로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77%를 차지했다. 이는 선진국이 약속한 3000억 달러의 7배에 달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24년 G20의 총 탄소 배출량도 약 32.4억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77%를 차지했다. 아래의 표는 국가별 군사비 지출 및 탄소 배출를 나타낸 것이다.


G20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 및 탄소 배출 현황(2024년 기준)
G20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 및 탄소 배출 현황(2024년 기준)

어떻게 범주를 잡든, 화석연료를 사용해 부를 축적해 온 나라들은 군사비도 많이 지출한다. 이 세 가지 연결고리, 즉 ‘탄소 배출-경제 발전-군비 지출’을 떠올려보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이들 나라가 윤리적 책임과 더불어 현실적 잠재력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나라들도 있다. 바로 5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뤄 보기로 한다.



참고 문헌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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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5월 19일

탄소중립을 위해 군비감축은 필수적일 것 같은데...각국은 군비를 증강하는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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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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