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 전환을 책임지는 21세기 시민 모델, 기후시민
- hpiri2
-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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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시민은 단순한 개인 실천을 넘어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며,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끄는 책임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핵전쟁 못지않은 재앙이다. 어쩌면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일지 모른다. 직관적이지 않은 기후변화의 속성은 인류와 지구에게 가혹한 진실이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비극은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인류의 뇌와 감각에 각인되었다. 80년 전의 일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다. 막상 기후변화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 차원의 재앙인데도 뇌를 각성시키지 않으면 인지가 안 된다. 기후변화의 비직관성은 다른 사회적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대응을 요구한다.
기후변화가 직관적이지 않은 이유는 인간의 감각과 인지 구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작동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기후변화는 장기간 느리게 누적되어 진행된다. 날씨와 다르게 바로 체감되지 않는다. 평균기온 상승이나 복사강제력 같은 지표는 개인이 일상 경험으로는 직접 느끼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이다.
온실가스 배출과 폭염·홍수·가뭄 같은 기후 재난 사이에는 시간적·공간적 간극이 있어 인과관계를 직관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인간은 즉각적 위험에는 민감하지만 장기적·확률적 위험에는 둔감하다.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기후위기는 감각이 아니라 학습과 설명으로만 이해 가능한 위험이다.
기후변화의 비직관성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 먼저 기후변화가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체감되지 않으니 시민의 위기의식이 낮아지고 대응이 지연된다. 평균기온 상승이나 탄소 농도와 같은 추상적 지표는 현실감이 떨어져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기후 재난을 일시적 자연현상으로 오해하게 되고, 책임 주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약화된다.
이러한 틈을 이용해 가짜 뉴스와 과학 부정 담론이 확산되고, 기후 문제는 쉽게 정치적 진영 갈등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 결과 기후 정책은 단기적 비용 논쟁에 매몰되고, 장기적 전환을 위한 사회적 신뢰와 협력이 훼손되는 문제가 빈번하다. 기후위기의 진짜 위험은 이런 비직관성이다
기후시민은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윤리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과학적 이해에 기반해 공적 의사 결정과 공동체 행동에 참여하는 시민을 말한다. 기후시민은 개인적 차원의 친환경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 정책을 이해·평가·감시하며 민주적 절차 속에서 의견을 표현하고 연대한다.
기후위기의 비직관성과 정보 왜곡을 인식하고, 사실에 근거한 판단과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다. 나아가 현재 세대의 선택이 미래 세대와 취약 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전환을 요구하는 책임 있는 시민 주체가 바로 기후시민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전환을 이끄는 21세기형 시민이라 말할 수 있다.
기후시민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위기가 기술이나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민주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비직관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되어 시민의 이해와 참여 없이는 문제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되고 대응이 지연된다. 기후시민은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후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를 판단하고, 왜곡된 정보나 정치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도록 사회적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결국 기후시민은 기후위기 대응을 실제 행동과 제도로 연결하는 핵심 주체이며, 지속가능한 사회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적 동력이다.
기후 리터러시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작동 원리, 영향과 대응 방식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기후 과학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 날씨와 기후의 차이를 구분하고, 온실가스 배출 구조와 탄소중립 개념을 이해하며, 기후 관련 정보와 정책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역량을 포함한다.
기후 레토러시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의미를 공공의 언어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설득·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기후 과학 지식을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대화 속에서 기후 문제를 설명하고 쟁점을 정리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량이다.
기후 리터러시와 기후 레토러시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필수적 관계에 있다. 기후 리터러시는 기후변화의 원리와 구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인지적 역량이라면, 기후 레토러시는 이러한 이해를 사회적 언어로 풀어내고 공적 소통과 설득으로 연결하는 실천적 역량이다.
기후 리터러시가 부족하면 기후 레토러시는 감정적 주장이나 왜곡된 메시지로 흐를 위험이 있고, 반대로 기후 레토러시가 없으면 기후 리터러시는 개인적 이해에 머물러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따라서 두 역량은 ‘이해와 전달’, ‘지식과 행동’을 연결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기후시민의 판단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함께 강화한다.
기후시민에게 요구되는 시민 역량은 기후 리터러시와 기후 레토러시를 함께 갖추는 데서 완성된다. 이 두 역량이 결합될 때 기후시민은 단순한 개인 실천을 넘어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며,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끄는 책임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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