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부터 정부가 시동 건 ‘햇빛소득마을’, 실패하지 않으려면
- hpiri2
- 1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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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소득마을은 재생에너지로 마을 공동체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혁신적 시도이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대적 선택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공동체가 유휴부지, 농지, 저수지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해서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발전 수익을 주민이 나누는 사업 모델이다. 에너지 전환과 지역 소득 창출, 공동체 활성화를 특징으로 한다.
정부는 2026년 기준 약 45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을 통해 태양광 설비 투자비의 최대 85%까지 장기저리 융자를 제공한다. 전국 약 3만8000여 리(里)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매년 500개소 이상, 2030년까지 2500개소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약 550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범정부 추진기구인 '(가칭) 햇빛소득마을추진단'이 신설되었다. 추진단은 전력 계통 연계, 부지 확보, 금융 지원 등 사업 추진의 핵심 요소를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우선 태양광 사업의 주요 걸림돌이었던 전력 계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햇빛소득마을에 계통 우선 접속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추진한다. 계통 여력이 부족한 지역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지원해 접속 대기를 줄이고 계통 연계를 원활하게 한다. 부지 확보를 위해 국·공유재산의 사용허가·대부, 사용료·대부료 감면 등도 지원한다.
햇빛은 누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자산이 아니다. 자연이 제공한,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가 될 수 없는 공유 자산이다. 햇빛연금이 ‘재생에너지 수익 공유’의 실험이었다면, 햇빛소득마을은 공유자산에서 발생한 가치를 공동체로 환원하는 구조, 커먼스(commons)사상의 정책적 구현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유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나누며, 어떤 관계 속에서 관리하고 누가 결정하는가이다.
햇빛소득마을은 이 과정을 주민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햇빛소득마을이 당장 인구를 늘려 지역 소멸을 막거나 마을을 부유하게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소득은 삶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고, 공동체의 자산을 함께 관리한다는 새로운 경험을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재생에너지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무너졌던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된다. 햇빛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달라지는 건 그 햇빛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다.
햇빛소득마을 논의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은 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첫 실험이었다.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에서는 주민이 직접 사업의 주체가 되고, 수익을 개인 소득과 마을 공동기금으로 나누는 실험이 있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설비의 숫자를 넘어, 공동체의 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무너졌던 공동체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미 국가 정책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태양광과 풍력 설비는 빠르게 늘고, 농촌 역시 주요 입지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발전 설비의 확산이 곧바로 지역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발전소는 들어왔지만, 마을의 소득 구조와 삶의 안정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게 대체적인 평가다. 농촌 태양광 사업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했다. 외부 사업자가 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농촌은 부지를 제공하거나 일부 보상금을 받는 방식이다. 전력은 도시로 이동했지만, 수익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러한 문제의식 가운데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정책이 햇빛소득마을 이다.
정부는 특정 지역의 성공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전국 농촌에서 적용 가능한 조건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햇빛소득마을의 전제는 주민 참여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민 참여’는 종종 설명회 참석이나 서명으로 대체돼 왔다. 이 경우 실제 운영과 의사결정이 소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지점이 햇빛소득마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본다. 참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햇빛소득마을은 기존 태양광 사업에 ‘주민’이라는 이름만 덧붙인 형태로 변질되고 만다.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태양광 사업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정책의 방식 자체를 농촌을 중심으로 바꿔 보자는 제안이다. 재생에너지에서 생긴 수익을 마을공동체를 살리고 농민들이 햇빛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되도록 해 보자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마을을 성공 사례로 삼아 희망 고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기대감이 무너지면 정권의 불신이 되고 실패한 정책은 역사에 남는다.
현재의 수익 구조가 대출 거치 기간이라는 조건이어서 가능할 뿐 원금 상환이 본격화되면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출 기반 태양광 사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다. 이를 정책 확산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대비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이 전국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철저히 준비되고 설계되어야 한다. 한 마을의 성공 사례가 다른 마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모든 마을은 그 마을마다의 특성이 존재한다. 철저한 맞춤형 정책이 되어야 한다.
방향은 제시되었다. 실행 전에 제도화를 통해 성공보다 실패를 대비해야 한다. 계통 우선 연결 원칙, 농지 훼손 방지 기준, ESS 필수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병행되지 않으면 속도는 오히려 정책 신뢰를 해칠 수 있다. 햇빛소득마을은 아직 완성형 모델이 아니다. 시범사업과 조정, 실패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한다.
햇빛소득마을이 성공 사례를 복제하는 정책이 되면 안 된다. 실패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수익이 줄어드는 시기를 견딜 수 있는 구조, 주민에게 리스크를 솔직하게 설명하는 행정, 지역 여건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햇빛소득마을은 재생에너지로 마을 공동체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혁신적 시도이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대적 선택이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구조의 문제다. '햇빛'이라는 공유 자산을 발전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고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제대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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