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을 지켜 내는 햇빛·바람소득마을
- hpiri2
-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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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은 이미 충분하다. 부족한 건 자원의 결핍이 아니라, 그 자원의 소유와 분배에 대한 논의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 개의 위기를 한꺼번에 맞고 있다. 기후위기, 에너지 위기, 지방 소멸이다. 기후위기로 폭염·집중호우·산불 등 극단적 재난은 일상이 되고 국민의 생명과 경제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가격 변동과 지정학적 위험에 취약하며, 전력 수요 증가는 공급 불안과 요금 부담을 키운다. 한편 수도권 집중과 산업 구조 변화로 지역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가속되어 경제와 공공서비스가 붕괴되는 지방 소멸에 직면하고 있다. 세 위기는 서로를 증폭시키며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흔들고 있다.
세 가지는 결국 하나의 문제로 모아진다. 에너지 전환은 다른 듯 보이는 위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기술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와 선택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소득 구조의 전환인 이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구조는 단순했다. 생산은 지방에서, 소비는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이익은 중앙으로 쏠렸다. 재생에너지로 바뀌어도 이 구조는 여전하다. 구축되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아무리 늘어나도 지역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발전원이나 기술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소득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재편하는 소득 구조의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이 소득 구조 전환과 결합되지 않으면, 비용은 국민이 부담하고 수익은 일부 기업이 독점하는 불평등이 심화된다. 반대로 에너지 생산·저장·효율 개선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지역과 주민에게 귀속될 때, 전환 비용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해진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회복을 동시에 달성하는 필요조건이다. 핵심 질문은 누구의 삶을 바꾸는가이다.
지방 소멸의 본질은 인구가 아니라 정주 가능성이다. 지방이 비어 가는 이유는 일자리 부족만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아갈 정주 여건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의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함으로써 정주 조건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힘을 갖는다. 에너지가 지역의 비용이 아니라 소득이 될 때, 주민은 지역에 머물 이유를 얻는다. 이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 현금 흐름을 만드는 장치로, 지방을 소비의 대상이 아닌 삶과 생산의 터전으로 회복시킨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지역이 보유한 토지·일조·풍력·공공시설 지붕과 같은 공공 자산을 재생에너지 생산에 활용하고, 그 수익을 지역 주민의 정기 소득으로 만드는 구조를 말한다. 에너지를 외부 자본의 수익원이 아니라 지역 공동의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발상이다. 발전 설비는 공공 또는 주민 공동 소유로 운영되고, 전력 판매와 REC 등에서 발생한 수익은 배당 형태로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 구조는 복지 지출이 아닌 자산 기반 소득을 창출해 재정 부담 없이 지속성을 확보한다. 즉 에너지 기본소득은 지역의 자연·공공 자산을 삶의 안정성과 정주 여건을 지탱하는 장기적 소득원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지방 소멸은 인구 변화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수도권 중심 성장, 중앙 집중 재정, 지역 자산의 외부 유출이라는 설계가 장기간 누적된 결과다. 그러므로 지방의 미래는 다시 설계될 수 있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복지나 지역 활성화 정책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국가의 정주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지역의 햇빛·바람·토지 같은 공공 자산을 지역 주민의 안정적 소득으로 전환함으로써, 사람들은 일자리를 좇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삶의 기반을 갖게 된다. 이는 지방을 ‘지원의 대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회복시킨다.
햇빛·바람소득은 자연 발생적 혜택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를 통해 만들어지는 ‘설계된 소득’이다. 발전 설비 규모, 수익 배분 방식, 참여 인구가 명확히 설정되면 주민 1인당 소득은 사전에 계산 가능하며, 이는 정책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 소득의 가치는 액수 그 자체보다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정기적이고 확실한 소득은 주민의 생활 계획과 정주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개인에게 돌아가는 소득과 함께 마을 단위의 공동기금을 병행해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소득과 공동체의 기반시설·돌봄·교육을 뒷받침하는 기금이 함께 작동할 때, 개인과 지역은 동시에 살아난다.
에너지 갈등은 기술이나 환경 문제가 아니라,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며 누가 이익을 얻는가이다. 주민이 배제된 채 외부에서 계획·추진되는 에너지 사업은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현실적 도구다. 참여란 단순한 찬반 동의가 아니라, 소유·의사결정·수익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햇빛·바람소득마을은 주민이 에너지의 생산자이자 결정 주체가 되어, 일상의 민주주의를 에너지 시스템 속에서 구현한다. 이는 갈등을 줄이는 걸 넘어, 공동체가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는 민주주의의 실천이다.
에너지 복지는 일시적 지원이나 보조금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기본 조건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구조의 문제다. 지속가능한 복지는 외부 재정에 의존하는 이전지출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는 내생적 재원에서 나온다. 마을이 주도하는 복지는 주민을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 만든다. 돌봄·주거·에너지 부담을 공동의 문제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복원한다. 햇빛·바람소득마을은 재생에너지로 창출된 수익을 개인 소득과 마을 기금으로 바꾸어 복지를 시스템으로 만든다. 이는 취약계층을 선별해 돕는 사후 복지를 넘어, 모두의 삶을 안정시키는 예방적·구조적 복지로 전환하는 모델이다.
햇빛과 바람은 이미 충분하다. 부족한 건 자원의 결핍이 아니라, 그 자원의 소유와 분배에 대한 논의다. 햇빛·바람소득마을은 새로운 자원을 찾자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햇빛과 바람을 함께 나누는 구조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는 누군가의 몫을 빼앗거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이익과 책임을 나누는 선택이다. 에너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선택이다. 그 선택은 효율의 논리를 넘어 공정과 민주를 묻는다. 이는 우리가 경쟁과 집중의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함께 정주하며 살아가는 나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이다.

2026년 1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다섯 가지 '대전환의 길'의 첫 번째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대전환하겠습니다. … 서울은 경제 수도로, 중부권은 행정수도로, 남부권은 해양 수도로 대한민국 국토를 다극 체제로 더욱 넓게 쓰겠습니다.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부터 인공지능 실증도시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까지, 첨단산업 발전이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할 것입니다." 그 이전 이 대통령은 2025년 12월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남 신안군 사례를 언급하며 "신안군은 인구 소멸 지역인데도 햇빛연금 덕분에 인구가 몇 년째 계속 늘고 있"으며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신속히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또한 "사업자 모델보다는 주민들이 협동조합 차원에서 하게끔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진_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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