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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햇빛과 바람이 기본소득이 되는 세상

다가오는 기후무역체제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길은 수출 주도가 아니라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성장이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행성인 지구는 원래 모두에게 주어졌다. 일부를 쪼개 구분소유를 한다고 하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사적 소유가 시작된 건 농경사회가 출현하면서부터다. 대략 1만 년 전쯤이니 지구는 말할 것도 없고 인류의 역사로 봐도 아주 짧은 기간이다. 소유의 대상은 개인이 노력하여 자연을 가공한 생산물이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연을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물이니 ‘내 것’으로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봐야겠다. 그 오랜 시간 소유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작물을 재배하게 된 건 기후변화라는 우연 때문이었다. 농경을 하는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때보다 더 행복해졌느냐는 별개다.


1만 년에 걸친 사적 소유는 좋든 싫든 인류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발명품 중 부(富)를 향한 욕망만큼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은 없었다. 아름다운 꽃도 지기 마련이다. 전일적 사적 소유를 손질할 때가 되었다. 고쳐 쓰지 않고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유부(共有富)’는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아닌 모두가 함께 소유하고 향유해야 할 자산과 부를 의미한다. 공공 자산이므로 사적으로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의 기여, 자연, 역사, 공동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유부 배당형 기본소득’에 주목해 보자.


우리나라가 장기 경제침체 늪의 문턱에 서 있다는 소문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심각한 건 이러한 위기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독일,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주도성장을 해 왔다. 필요 자원과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해야 하기에 취했던 선택이었다. 수출주도 성장모델은 해외시장, 해외수요, 글로벌 가치사슬과 국제무역체제 따른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면한 해외소비 위축은 미중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국제무역질서의 구조적 변화의 결과다. 상당 기간 이 상황은 지속될 거라 예상된다.


국내 수요가 부족한 우리는 수출에 의한 해외소비로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지금처럼 대외 여건이 나빠질 경우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외 여건이 호전되지 않은 한 저성장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결국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암울한 인구통계학적 저출산, 고령화 수치와 악화일로에 있는 소득불평등 수준은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성장모델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수출 주도가 아니라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성장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술 혁신을 통한 수출 경쟁력 재구성이 요구된다. 다른 하나는 내수 진작을 위해 소득 불평등 완화가 요청된다.


소득 불평등이 형평성, 사회정의 또는 도덕적 의제로서가 아니라 경제성장이라는 차원에서 완화가 논의되어야 한다. 소득 격차가 커질수록 국가의 내부 수요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부의 양극화는 중산층이라고 상징되는 내수 주력 계층을 소멸시킨다. 소득 불평등 완화의 구체적 방법으로 ‘공유부 배당형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기본소득은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제도이자 개념이다. 그간에는 과세를 기반으로 한 ‘조세형 기본소득’이 논의의 주류였다. 하지만 과세는 국민의 저항에 쉽게 발목이 잡힌다는 점에서 실질적 진전이 더디었다.


반면 공유부 기본소득은 과세 저항이 크지 않고 성장모델 전환에 부합한다는 면에서 현실적인 실천 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부 기본소득은 에너지전환,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국가가 공공자본을 제공하고 발생되는 수익을 기본소득 형태로 분배함을 말한다. 공공투자를 재원으로 하는 공유지분형 기본소득 모델은 수출주도성장이라는 경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성장모델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에 적응하며 나아가 선제적으로 미래의 경제 입지를 구축하는 핵심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


민간투자 구축이 만능열쇠라는 생각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낡은 관념이다. 자본시장의 단기주의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거대 도전 과제에 대한 투자 공백을 낳기 십상이다. 한편, 공공투자 재원을 반드시 조세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가정할 필요가 없다. 국채 발행, 중앙은행을 통한 국채의 직접 인수와 같은 방식, 나아가 주권화폐에 대한 검토 등 대안적인 재정 조달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이나 기술개발을 위한 채권 발행은 복지재정 확보를 위한 채권 발행보다 큰 설득력을 갖는다. 혁신성장이 이루어진다면 공공투자가 수익을 낳는 시점부터는 GDP의 증가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공공투자를 함으로써 정부가 지분을 확보하고 지분수익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방식으로 배당하는 것이 햇빛바람연금이다. 햇빛과 바람이 나의 평생 소득이 되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중앙정부의 투자지분 수익은 전 국민에게 배당하며 지방정부의 투자지분 수익은 지역 기본소득으로 나누어 줄 수 있다. 이런 정책 전환의 첫 사례로서 신안군을 들 수 있다. 신안군은 2030년까지 태양광 1.8GW, 해상풍력 8.2GW를 계획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2030년 신재생 목표 71.5GW의 14%에 해당된다. 발전소 설립 법인(SPC)에 주민자본 30%를 참여시켜서, 이익의 30%를 햇빛 연금으로 공유한다. 사례는 해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다가오는 ‘기후무역체제’에서 대한민국은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의 역할은 현실의 한계와 위기를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실현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구성하는 것이다. 전환된 성장모델에서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다극화되는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중앙정부는 그대로 사명을 다해야 한다. 기후 대응과 기후 적응 두 개의 길 모두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지금, 직접 일상을 대면하는 지방정부의 비중은 더 늘어나고 있다. 공유부 기본소득이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올리는 가시적 결과를 기대한다.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위치한 영구 기금 배당(Permanent Fund Dividend, PFD) 창구에서 시민들이 배당금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 알래스카공공미디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위치한 영구 기금 배당(Permanent Fund Dividend, PFD) 창구에서 시민들이 배당금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 알래스카공공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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