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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 15시간 전
  • 3분 분량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유권자는 탄소중립에 준비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지방정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1조는 지방자치단체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성과를 담은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정부를 탄소중립의 주체로 명시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방향을 제시한다면 실제 감축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많은 지자체의 탄소중립 계획은 애매하다. 계획서에 ‘친환경 도시’,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익숙한 말들이 나오지만 정작 얼마를 언제까지 어떻게 줄일 것인지는 보이질 않는다. 더욱이 실제 예산과 정책으로 충분히 연결되지도 못하고 있다. 숫자는 존재하지만 그 숫자가 정책을 바꾸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탄소중립은 측정하고 줄이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지역에서 완성된다. 건물의 에너지 사용, 교통 이동 방식, 폐기물 처리, 산업단지 운영, 농업과 산림 관리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은 지역의 일상 속에서 발생한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계획을 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축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2035년을 향한 감축 경로를 요구하고 있다. 감축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라는 요구다. 지방정부는 국가 목표를 수동적으로 분담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와 에너지 체계, 인구 변화와 도시 형태를 반영한 자체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목표는 선언이 아니라 경로로 증명된다.


국가가 설정한 수치는 있지만 그것이 지역별로 어떻게 분배되고 평가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는 책임을 요구받으면서도 정책 수단과 권한에서는 제약을 받는 모순에 놓인다. 공동 감축지표는 이 간극을 메운다. 동일한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동일한 언어로 정책을 구상할 때 비로소 중앙과 지방의 협력이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된다.


재생에너지 역시 지방정부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하는 영역이다. 지금까지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중앙 주도의 공급 정책에 가까웠다. 하지만 입지 갈등과 수용 여부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지방정부는 협조자가 아니라 목표 설정과 실행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규제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화하거나, 공공시설의 에너지 자립률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주민 참여형 발전 모델을 확대하여, 에너지 전환이 지역 소득과 직결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을 넘어 지역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말은 반복되어 왔지만, 실제 재정 구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의 재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감축 효과가 높은 사업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기후 재정은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수단이다.


정확한 데이터는 정책의 출발이다. 현재 지자체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 인벤토리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기초 인프라다. 이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체계의 개선, 민간과의 협력 확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탄소중립을 ‘관리’할 것인가, ‘실현’할 것인가. 그동안 관리의 성격이 강했다. 기후위기의 속도는 이러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방정부는 감축의 주체로서 보다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 때로는 갈등을 감수하고, 때로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며, 때로는 재정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이 지점에서 유권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진다. 선거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직접 결정한다. 유권자는 후보자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의 지역은 2035년까지 얼마나 감축할 것인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후보는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탄소중립은 환경 정책의 한 분야가 아니다. 도시의 경쟁력, 산업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의제다.


6월 3일 지방선거는 권력 재편을 넘어 대한민국이 어떤 경로로 탄소중립에 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유권자는 추상적인 비전이나 구호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숫자, 명확한 경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결과로 답해야 한다.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지방정부의 역할, 중앙정부와의 협력, 유권자의 판단이 맞물릴 때 비로소 우리는 실질적인 전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약속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다.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가 참여한 연대체 '기후정치바람'은 5월 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한 기후공약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광역단체장의 권한 내에서 즉각 실행 가능한 8대 공약으로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교통 탄소감축 ▲건물 에너지원단위 제도 ▲기후재난 대비 및 취약계층 보호 ▲햇빛소득마을 추진 ▲해상풍력 주민 참여·이익 공유 방안 마련을 뽑았다. 각 공약마다 12개씩 총 96개의 세부 체크리스트도 제시해, 후보들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사진_녹색전환연구소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가 참여한 연대체 '기후정치바람'은 5월 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한 기후공약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광역단체장의 권한 내에서 즉각 실행 가능한 8대 공약으로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교통 탄소감축 ▲건물 에너지원단위 제도 ▲기후재난 대비 및 취약계층 보호 ▲햇빛소득마을 추진 ▲해상풍력 주민 참여·이익 공유 방안 마련을 뽑았다. 각 공약마다 12개씩 총 96개의 세부 체크리스트도 제시해, 후보들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사진_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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