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실가스 73.8%는 건물에서 나온다…시민단체가 제안하는 서울의 녹색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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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4 김사름 기자
봄은 짧아지고, 더위는 더 빨리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봄철 이상기온은 농업과 생태계만이 아니라 도시의 냉방 수요와 건물 에너지 문제도 앞당긴다. 4월 14일 열린 서울시 탄소중립정책 건물부문 토론회는 ‘공공건물에서 민간건물까지 녹색전환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를 물었다.

4월의 봄 더위는 도시의 탄소 문제를 앞당겨 묻는다. 봄이 짧아지고 초여름 더위가 빨라지면 건물의 냉방 수요도 앞당겨진다. 도시의 에너지 사용은 결국 건물에서 결정된다.
지난 4월 14일 60+기후행동과 녹색연합, 산과자연의친구,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공공건물에서 민간건물까지 녹색전환,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조임숙 60+기후행동 정책위원의 「서울시 건물부문의 탄소 감축 현황과 과제」,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대표의 「서울시 건물부문 탄소중립정책 제안」으로 진행됐다. 지정토론에는 강재식 그린리모델링협동조합 고문, 박학용 노원구 녹색건축지원센터 소장, 윤여창 산과자연의친구 회장,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 이병연 한국그린빌딩협의회 부회장, 조은석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국장이 참여했다.
서울의 탄소중립, 건물에서 막히고 있다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건물이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에서 건물부문은 73.8%를 차지했다. 서울 같은 업무도시에서 건물부문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과제다.
서울시는 그동안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토교통부보다 강화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적용했고,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와 건물에너지 평가제를 운영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조기 추진도 시도했다. 그러나 장기적 탄소중립 목표에 비춰 성과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감축률은 약 14% 수준에 머물렀다. 목표와 현실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 셈이다.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과 비교해 줄었지만, 건물부문은 달랐다. 2005년 대비 2023년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8.7% 감소했지만, 건물부문은 오히려 2.05% 증가했다. 공공건물은 같은 기간 50.7% 증가했다.
건물부문이 전체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2005년 57.8%였던 건물부문 비중은 2022년 74.1%까지 올랐고, 2023년에도 73.8%를 기록했다. 서울의 탄소중립이 건물에서 막히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서울은 산업단지보다 주거·상업·업무 건물이 밀집한 도시다. 냉난방, 조명, 전력 사용, 노후 설비, 낮은 단열 성능이 도시 배출의 큰 축을 이룬다. 봄 더위가 빨라지고 여름 폭염이 길어질수록 건물의 에너지 수요는 더 커진다. 건물 감축은 온실가스 감축이면서 동시에 폭염 적응 정책이다.
예산이 목표를 따라가지 못한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정책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예산 부족이다. 녹색건축기금을 위한 조례 제정과 기금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5년마다 노후건물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현장조사에 기반한 분석과 구체적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서울시 녹색건축물 1차 조성계획의 2016~2020년 예산은 5년간 14.9억 원에 그쳤다. 그린리모델링 시범사업 예산도 3억5000만 원 수준이었다. 2차 계획에서는 예산 규모가 늘었지만, 건물부문 예산은 기후예산의 7.2%에 불과했다.
2024년 실제 기후예산에서도 건물부문 예산은 전체의 18%, 감축 예산만 놓고 보면 4.6%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2033년까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도 건물부문 예산 비중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 배분의 불균형도 문제다. 2026년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총예산에서 친환경차량과는 44.3%를 배정받는 반면, 친환경건물과는 2%를 배정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예산 안에서 수송부문, 특히 전기·수소차 예산이 건물부문보다 22배 큰 구조다.
이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다. 서울시 배출의 73.8%가 건물에서 나오는데, 감축 투자는 그 비중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목표 선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예산이 따라붙어야 하고, 기금과 금융이 움직여야 하며, 민간 건물 소유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
녹색건축기금, 계획은 있었지만 조성은 늦어졌다
건물 감축은 한두 해의 보조금 사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단열, 창호, 냉난방 설비, 재생에너지, 에너지관리 시스템, 건물 외피 개선 등은 초기 투자비가 크다. 특히 노후건물은 소유자와 임차인, 비용 부담 주체가 다르고, 감축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안정적 재원이 없으면 정책은 시범사업에 머물기 쉽다.
서울시는 이미 녹색건축조성 1차 계획부터 기금 조성을 검토했고, 2차 계획에서도 녹색건축기금 조성안을 제시했다. 재원으로는 서울 보통세 일부, 기금운용 수익금, 녹색채권 발행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1차 계획에서 제시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기금은 조성되지 않았다.
서울에는 35년 이상 된 건축물이 약 18만 호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녹색건축 전환에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2차 계획에서 상정한 녹색건축기금 규모는 50억 원으로, 실제 수요에 비해 너무 적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로에너지건축, 양보다 질이 문제다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전환도 과제다. 서울시는 다른 지역보다 민간건물 ZEB 정책을 앞서 추진했다. 2021년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를 시범 도입했고, 2022년에는 민간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2023년에는 연면적 10만㎡ 이상 신축 민간건물, 2024년에는 1만~10만㎡ 미만 건물로 ZEB 적용을 확대했다.
그러나 서울시 ZEB 인증의 질이 낮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ZEB 인증 현황은 연면적 기준으로 4·5등급이 압도적이며, 에너지 자립률 평균도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 예비인증은 전국 41.42%에 비해 서울은 32.64%, 본인증은 전국 50.98%에 비해 서울은 38.9%로 제시됐다.
ZEB는 인증 숫자만 늘린다고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자립률과 성능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ZEB 1등급 상향을 목표로 했지만, 이후 분명한 등급 상향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그린리모델링, 작은 사업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건물의 전환은 더 어렵다. 서울시는 2022~2026년 5년간 그린리모델링 건물 100만 호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4년부터는 공공건물 리모델링 사업과 민간건물 BRP 확대 사업 등을 통해 2033년까지 804만6000톤CO₂eq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린리모델링은 공공과 민간 모두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시 저탄소 건물 전환 100만 호 사업의 2022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실적을 보면, 93%가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지원사업이었다. 공공건물 저탄소전환은 86건, 어린이집 등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112건에 불과했다.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 1만5586건도 서울시 자체 목표에는 미달했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은 2020년 127동에서 2024년 35동으로 줄었다.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도 2019년 1237건에서 2023년 258건으로 감소했다.
BRP 사업은 목표 개소 수를 넘겼지만 감축량은 작았다. 민간 상업건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에 장기 무이자 융자 1387개소, 보조금 268개소를 지원해 목표 1250개소 대비 1655개소를 달성했지만, 온실가스 감축량은 2000톤CO₂eq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60만 동이 넘는 건물 수에 비하면 사업 규모 자체가 작은 수준이다.
노후건물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도 어렵다
서울의 건물 감축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노후건물이다. 서울시 소유 건축물 2388개소 중 연면적 1000㎡ 이상인 에너지 사용시설은 401개소다. 구 소유 경로당, 어린이집, 보건소 등 2704개소 가운데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은 1131개소로 그린리모델링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향후 5년 안에 준공 30년이 도래하는 곳은 총 3만5000가구로, 전체 임대주택의 50%를 차지한다. 낮은 단열 성능과 설비 노후화로 인한 성능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내용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교체, LED 교체, 승강기 전력회생장치 설치에 집중돼 있다. 실제 주거개선에서 가장 시급한 항목은 단열과 기밀 성능 향상인데, 기기 교체 중심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물 탄소감축은 장비 교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벽과 창, 지붕, 외피, 환기, 단열, 기밀성능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 절감, 실내 공기질 개선, 폭염과 한파 대응, 주거 복지와도 연결된다.
건물 총량제, 권한과 실효성이 관건
서울시는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를 2026년 본격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2021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대상은 서울 내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물과 연면적 3000㎡ 이상의 상업건물 약 1만4000동이다. 서울에는 연면적 3000㎡ 이상 비주거용 건물이 약 1만3000동 있으며, 이들은 비주거용 건물 전체 연면적의 55%, 온실가스 배출의 55%를 차지해 우선 관리 대상이다.
하지만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 자료집은 목표를 지키지 않았을 때 강제 조항이 없어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한다. 사용목표량을 설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중앙부처에 있어 서울시의 정책 실현과 실효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건물 에너지사용량 등급평가사업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2024년 전국 최초로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025년 기준 참여 대상 1만5125개소 중 실제 참여 건물은 6322개소에 그쳤다. D·E등급 건물에 대해서도 에너지효율 개선 컨설팅 제공 수준에 머물고, 리모델링 의무화와는 연결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결국 서울시 건물 감축은 권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자료집은 지자체가 건물 온실가스 총량관리를 실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건물 감축은 기후정책이자 도시정책이다
건물부문 녹색전환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다. 서울 시민이 사는 집, 일하는 사무실, 이용하는 학교와 병원, 경로당과 어린이집의 문제다. 단열이 약한 건물은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는 더 덥다. 에너지 비용은 올라가고, 폭염과 한파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피해가 커진다.
그린리모델링은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고용에서도 잠재력이 크다. 녹색건축을 확대하면 설계자, 건축가, 엔지니어, 에너지 측정·시공 기술자, 안전보건 인력 등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녹색건축물 2차 조성계획은 2030년까지 녹색건축 90% 보급 시 315만 명, 2050년까지 녹색건축 100% 보급 시 1016만 명 고용 창출 효과를 제시했다.
따라서 건물 감축은 탄소중립, 주거복지, 에너지비용 절감, 일자리 정책을 함께 묶는 도시전환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서울의 건물 배출 비중은 압도적인데, 정책과 예산은 아직 그 무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녹색전환은 ‘공간’을 바꾸는 일이다
봄 더위는 도시의 냉방 수요를 앞당긴다. 여름 폭염은 건물의 성능 차이를 시민의 건강 격차로 바꾼다. 기후위기 시대의 건물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탄소를 배출하는 공간이자, 시민을 보호해야 할 생활 인프라다.
서울의 탄소중립은 건물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3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의 73.8%가 건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서울시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전기차 보급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도시의 구조를 보면, 건물 감축 없이 탄소중립은 어렵다.
서울시는 건물부문 감축 목표와 예산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노후건물 전수조사와 건물 디지털 이력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성능이 낮은 건물에는 개선 의무를, 성능을 높이는 건물에는 금융과 세제 혜택을 주는 강제와 유인의 결합도 필요하다. 그린리모델링은 건설노동자의 숙련 전환과 일자리 정책으로도 연결돼야 한다. 서울의 녹색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건물 하나하나의 성능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정 토론자들의 제안
토론에서는 서울시 건물부문 탄소중립 정책을 실효성 있게 만들기 위한 보완 과제가 이어졌다. 핵심은 예산 확대, 제도 권한 강화, 노후건물 개선, 노동 전환, 시민 삶의 질 개선이었다.
강재식 그린리모델링협동조합 고문은 노후건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이 건물부문 탄소 감축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특히 서울에는 소규모 노후건물이 많기 때문에 대형 건물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 기반의 그린리모델링 지원체계와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학용 노원구 녹색건축지원센터 소장은 현장에서 제도가 작동하지 못하는 행정적 한계를 지적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나 에너지효율 개선 지원제도가 있어도 실제 건축주가 체감하는 절차와 비용 부담이 크면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건물주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담, 진단, 금융지원, 행정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여창 산과자연의친구 회장은 건물의 탄소 배출을 단순한 에너지 사용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출이 많은 건물에는 부담을 높이고, 에너지 성능이 높은 건물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정책 신호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건물 탄소중립을 시민의 삶의 질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열이 약한 건물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냉난방비 부담과 건강 위험도 키운다. 그는 건물 감축이 환경정책이자 주거복지 정책이라고 짚었다.
이병연 한국그린빌딩협의회 부회장은 건물부문 탄소 감축을 위해 기술 기준과 시장 신호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봤다.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건물 성능 평가, 에너지 사용량 관리가 실제 감축으로 이어지려면 명확한 로드맵과 민간 참여를 끌어낼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은석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그린리모델링 확대가 노동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건물의 녹색전환은 결국 현장에서 시공하는 노동자들이 수행한다. 따라서 전문 직업훈련, 안전한 작업환경, 숙련 전환, 안정적 일자리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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