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찾다 ⑨ 지역사회와 문화 활성화를 성공시킨 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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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13분 전
2025-05-16 제종길, 고은정, 이응철
2010년부터 개최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자연과 예술을 결합하여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했다. 행사를 통해 도서 지역 경제가 살아났고, 주민 결속력이 높아졌으며, 전통과 현대 문화가 융합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일본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바다, 세토나이카이 주변 지역인 세토우치의 12개 섬과 다섯 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제 예술제인 ‘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이하 예술제)’는 매 3년에 한 번씩 열린다. 이 행사는 2010년 처음 시작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이 참여해 지역의 자연과 역사적 배경을 반영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예술제는 미술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와 문화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는데 기획자들은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였다. 이 글에서는 기획한 전문가와 지역사회가 예술제에 걸었던 기대가 잘 이뤄졌는지 주관적이고 짤막한 평가를 하고자 한다.
예술제가 바다 자원의 복원에도 힘쓰길
이 예술제는 단순한 예술 축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 문화, 자연, 사회를 전반적으로 활성화하겠다고 하는 의도와 의지가 담긴 행사다. 예술제의 테마가 ‘바다의 복권(Restoration of Sea)’이라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제를 통해서 침체하고 있는 지역(특히 12개 도서)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구도 늘어나길 바란 것이었다. 예술제 관련 자료에는 분명하게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해양환경의 복원을 통해 수산 자원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꿈까지 엿보였다. 저자가 기획자의 처지에서 바라본다면 수자원의 복원이 없다면 섬의 실질적인 재생은 애초에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12개 섬 가운데 동떨어져 있는 이부키지마를 제외하고는 ‘문어(주꾸미) 어업권’으로 보았다. 그래서 우리 평가는 예술제의 성과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긴 어렵지만 ‘바다의 복권’이라고 한 이상, 나중에라도 자원의 복원에도 신경을 써 예술제의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갈 것을 희망하면서 글을 쓴다.
예술제 15년의 성과들
예술제가 지난 15년 동안 5회를 거치며 국제적으로 저명한 행사가 되었고, 활발한 국내외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여 일본 지역 예술제의 역량과 성과를 크게 들어내는 기회가 되었다. 이미 해안지역 사회와 문화 활성화 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성공 사례가 된 것이었다. 현재 예술제의 중심지라고 할 섬 나오시마는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속에서도 가려진 몇 가지 문제도 동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성과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다음 연재에서 한계와 문제점까지 정리한 다음 지속이 가능한 예술제가 되기 위해 바라는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예술제의 주요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방문객이 늘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다
첫째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다. 2010년 이후 예술제가 열리는 곳에서는 행사가 있는 해뿐만 아니라 보통 해에도 이전보다는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숙식과 관광 안내와 해설, 교통 등 다양한 산업에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특히 일부 섬에서는 숙소는 물론이고, 카페와 식당 그리고 기념품점이 생기고, 방문객들이 현지에서 하는 소비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공동체에 활기가 돌게 되자 섬에 경제적인 활력까지 기대하고 있다. 오기지마에서는 폐교된 학교가 재개교까지 하였다. 2016년 3회 예술제에는 약 99만 명의 방문객이 왔으며, 2019년에는 약 117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여 일단 지역의 관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22년엔 코로나의 여파로 수는 줄었으니 올해가 궁금하다.

지역 주민 간 결속이 단단해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둘째는 지역 주민 공동체의 활성화다. 예술제는 단순한 예술 행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꼭 필요한 이벤트가 많이 포함되었다. 이 점이 이 예술제의 강점이자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부분이다. 예술 작품들이 지역의 풍경과 자연 그리고 역사를 고려하여 설치되며, 지역 주민들도 작품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지역과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길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예술가들이 섬의 자연, 역사, 문화를 반영한 작품을 창작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에 대해 다시 바라볼 기회를 얻게 하였다. 즉 기존의 버려진 공간이나 낡은 건물들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수익 창출할 기회까지 만들어졌다. 예술과 문화 그리고 서비스 산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층과 인재들이 유입되는 곳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조금씩 열리기도 했다.

세계인이 방문하는 지역이 되었다
셋째는 문화 교류를 통한 지역 인지도의 상승이다. 예술제는 일본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세토우치 해안지방까지 찾아와 펼치는 문화 축제의 장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일본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예술을 비롯한 문화적 성과가 증대하였을 것이다. 예술제가 단순한 현대미술품 전시 행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행사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자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자신들이 사는 섬의 자연환경, 문화,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넷째는 섬 지역의 재생과 환경과 문화 인식 제고다. 예술제의 미술 작품들은 대체로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 점은 기획자의 의도로도 읽힌다. 지역 주민들은 행사를 통해 자신이 사는 섬과 주민들의 생활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지역의 자원 보호와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게 된다. 또한, 예술 작품들이 섬의 자연과 어우러져 설치되면서 관광객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작품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과 문화가 미술을 매개로 경제 활성화와 연계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지속할 수 있는 지역발전 모델로서 예술제는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닌,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자 장기 프로젝트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지역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의 조화
다섯째,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의 융합이다. 세토우치 지방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제에서는 이를 현대미술과 결합하려고 시도하였다. 예술 작품은 종종 고택이나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에 설치된다.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을 융합한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동과 아름다운 추억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게 되고, 그 가치를 부각하여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길 기대하고 있다.
세토나이카이의 자연를 즐기는 생태문화 관광
여섯째, 생태문화 관광의 촉진이다. 예술제는 그 자체로 큰 관광 매력 자원이다. 예술제의 작품들은 세토나이카이의 자연환경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더 그렇다. 예술가들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작품이 환경과 문화적 맥락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예술 작품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은 지역의 자연경관과 전통 마을, 오래된 건축 등을 탐방하면서 생태·문화 관광의 기회를 얻는다. 예술제를 통해 지역 도서와 해안에서 관광 산업이 부흥·발전하게 되고, 세토우치 지방이 독특한 매력을 가진 관광지로 널리 홍보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단순한 미술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재생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문화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뛰어난 기획과 디자인, 그리고 자연경관
앞에서 설명이 되었지만, 예술제가 성공하게 된 요인으로 다시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하나, 훌륭한 기획과 디자인이 있어서다. 뭐니 뭐니해도 예술제는 멋진 기획과 디자인의 산물이다. 그것에 하나를 더한다면 행정과의 협력 체계를 잘 구축한 지역의 역량이다. 예술제는 뛰어난 전문가와 투자를 아끼지 않은 사업가 그리고 지방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한 거대한 프로젝트인 점을 인정해야 한다.
둘, 연재 앞부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토나이카이가 가진 고유하고 뛰어난 자연경관이 큰 몫을 하였다. 예술제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예술 작품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해서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내었다. 12개 섬에서 각 섬의 적어도 몇 작품은 섬의 경관과 어우러져 독특한 정서적인 경험을 방문객에게 제공한다.

섬들의 전통유산,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공동 창작
셋, 세토우치의 전통 유산이 있어서다. 버려지고 망가진 집과 생활용품들이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예술로 부활했다. 학교 등 공공건물 그리고 창고와 주택 등 오래된 건축물을 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하여 문화 재생을 실현하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호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였다. 문화 재생이 여러 섬마을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넷, 지역 공동체와의 공동 창작이다. 예술제의 많은 작품은 예술가의 작품 전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또는 주민)가 함께 참여해 만든 공동 창작의 결과이다. 주민들은 예술 작품의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예술가에게 전달하여 작품에 이입되도록 했다.


이러한 성공 요인을 다 갖추기도 어렵지만, 비록 갖추었다 하더라도 의미와 가치가 있도록 실현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천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성공한 예술제로 돋보이는 것이다.
모든 성과가 시민, 행정, 예술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만들어 낸 결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