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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통 | 송전망 확충에 약 72조 8천억 원? 기존 전력망 활용할 방법부터 찾아야

2025-11-28 최민욱 기자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실어나를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추진 중이다. 서해안 풍력 자원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망 증설에는 수십조 원의 예산과 10년 이상 시간이 들고, 경과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추진마다 큰 저항에 부딪힌다. 실제로 2038년까지 송전망 확충에 약 72조8천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나, 그 실행 과정에서 “님비(NIMBY)” 갈등이 불가피하고 사업 지연도 우려된다. 과도한 송전 투자 후에 전력수요 변화로 설비가 좌초자산이 될 위험도 제기된다. 송전망 증설은 재생에너지 수용성 문제의 즉각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운영방식이다.


이재명 당선인이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MBC뉴스 캡처
이재명 당선인이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MBC뉴스 캡처

하나의 선로에 다수 발전소 연결한다. 출력상한 공동접속 시스템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통해 국가 전력망 체계를 대규모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의 공정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이다. 이에 기존 선로를 활용해 최대 5배까지 수용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출력상한 공동접속’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출력상한 공동접속은 단일 배전선로나 송전선로에 복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동시에 연결하되, 각 발전소의 최대출력을 상한 수준으로 조정해 계통 혼잡을 억제하는 기술적 운영 방식이다. 핵심은 발전소 간 출력의 비동시성을 활용해 선로 정격 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어하면서도 접속 가능한 설비 용량을 크게 확장하는 데 있다.


기존 방식에서는 정격 20MW 배전선로에 20MW 태양광 발전소 한 곳만 연결된다. 태양광은 낮 시간 일부에만 출력이 정격에 근접하므로 하루 전체로 보면 선로 이용률이 낮은 구조가 지속된다.


출력상한 공동접속을 적용하면 동일 선로에 여러 발전소를 연결하되, 각 발전소의 상한출력을 낮춰 합산 출력이 정격 용량을 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MW 선로에 20MW급 태양광 발전소 여러 곳을 접속하고 각 발전소의 상한출력을 약 4MW 수준으로 맞추면, 총 설비 규모가 커지더라도 선로는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 방식은 단일 발전소 기준보다 선로가 실제로 활용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 전체 송전량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출력상한 공동접속 모식도. 이미지. Gemini 생성
출력상한 공동접속 모식도. 이미지. Gemini 생성

태양광·ESS·PCS 융합으로 피크 제어


출력상한 공동접속은 단일 배전선로나 송전선로에 여러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동시에 연결하되, 각 발전소의 최대출력을 사전에 설정한 상한으로 제한해 계통 혼잡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발전소 간 출력의 비동시성을 이용해 선로 정격 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어하면서도, 접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를 크게 확장하는 데 있다.


이 방식의 구현은 발전 출력 제어장치(PCS)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결합에 기반한다. 각 태양광 발전소의 인버터에 설치된 PCS는 송전선로로 보낼 실시간 출력상한을 개별 발전소 단위로 지정하고, 순간적으로 발전 가능 출력이 상한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자동으로 ESS로 보내도록 제어한다. 이 과정에서는 △상한 제어(Active Power Limiting) △PV–ESS 간 전력 흐름 전환 △계통 역률·전압 안정화 기능(VAr 제어 등)이 동시에 수행된다.


예컨대 20MW급 태양광 발전소 여러 곳이 접속된 상황에서 각 발전소의 실시간 송전 상한을 4MW로 제한하면, 남는 발전량(16MW)은 각각의 ESS로 흡수된다. PCS는 이 변동을 1초 단위 이하의 속도로 제어하므로, 여러 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돼도 선로에는 합계 20MW 이내의 전력만 흐른다.


ESS는 발전량이 감소하거나 계통 혼잡이 없는 시간대에 저장된 전력을 방출하고, PCS는 이 방출량 역시 선로 정격에 맞춰 조정한다. 이를 통해 낮·밤 구분 없이 일정한 출력 공급이 가능해지고, 변동성이 큰 태양광을 사실상 ‘평탄화된 전원’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러한 제어 체계는 개별 태양광 발전소의 피크를 현장에서 흡수해 합산 출력이 선로 정격을 넘지 않도록 유지하므로, 동일 선로에 더 많은 발전설비를 접속할 수 있다. 기존 단독 접속 방식에서는 선로가 하루 중 짧은 시간만 정격에 도달하지만, 공동접속에서는 ESS 방출까지 더해져 선로 활용 시간이 크게 늘어나 전체 송전량이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선로 확충 없이도 수용 능력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민간 투자로 즉시 구현, 비용 대비 효과 커


출력상한 공동접속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경제성이다.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투자비가 현저히 낮고 사업 기간도 짧다. 제안된 비교 분석에 따르면 동일한 20GW 송전 용량을 확보하는 데 출력상한 공동접속은 약 3.5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로 가능하지만, 기존 방식(서해안 HVDC 등)은 8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된다. 용량 대비 비용으로 보면 절반 이하의 지출로 2.5배 많은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셈이다. MW당 투자비는 1.75억 원으로, 기존 방식의 10억 원 대비 80% 이상 낮다.


신규 송전망 건설은 설계·환경영향평가·인허가·시공을 거치며 10년 이상 소요되지만, 출력상한 공동접속은 기존 선로와 계통을 활용해 즉시 착수할 수 있다. 민간 발전사업자가 PCS와 ESS를 직접 설치해 추진할 수 있어 국가 재정 부담도 크지 않다.


다만 민간 투자 관점에서 ESS 설치 비용 회수 구조를 분명히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송전선 증설을 대체함으로써 절감되는 편익(선로 건설비 등)을 정량화해 ESS 투자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계통 편익 보상제’가 제안되고 있다. 공동접속을 통해 한전과 국가가 회피하는 설비 투자비의 일부를 민간과 공유하면 저장장치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 참여 유인이 높아진다.


현재 한전은 출력제한 조건부 접속 등 일부 제도를 운영하면서 추가 접속 사업자에게 계통안정화 설비(예: STATCOM)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비용을 민간이 부담하는 구조가 이미 일부 존재하는 만큼, 공동접속 참여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규제와 표준 부재, 계통 운영 관행의 장벽


출력상한 공동접속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라는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행 전력망 운용 규정에서는 단일 송전선로의 정격 용량을 초과하는 발전설비 접속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복수 발전사업자가 동일 선로를 공동 건설·이용하는 ‘공동접속설비’에 대한 법적 근거도 이제서야 마련되는 단계다. 전기사업법과 전력계통 운영지침 전반에 유연한 계통 운영 방식을 뒷받침할 조항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력계획은 기존의 설비 확충 중심으로 유지돼 왔고, 민간 또한 출력제어에 따른 수익 불확실성 때문에 ESS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해 왔다.


정부는 최근 계통 부족 지역에서 ‘출력제어를 조건으로 접속을 일부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는 본격적인 계통 체계 개편이라기보다는 증설 전 수용 대기 물량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 사업자가 출력제한의 강도와 빈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고, 저장장치와 연계한 체계적 운영 모델 역시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동신대학교 이순형 교수는 기술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기반 시범사업 추진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아울러 송·배전망 신설에 앞서 분산전원, 저장자원, 수요자원 등 대안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고시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나아가 전력망 편익을 반영한 보상체계와 민간 투자 유인을 높이는 세제·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출력상한 공동접속과 같은 계통 혁신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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