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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의 전쟁과 기후ㅣ이재명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8월 연합훈련 유예가 중요하다

2025-06-13 정욱식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 핵심은 8월 한미연합훈련 유예이며, 이를 통해 북미대화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도모하자.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최장 기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없다


매일처럼 갈아 치워지는 기록이 있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남북대화는 2018년 12월 체육회담을 끝으로 현재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로 최장 기간이다. 북미대화도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회담을 끝으로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이 역시 1991년 북미대화가 시작된 이래 최장 기간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은 북미와 남북 관계 개선에 미련을 버렸다


이 사이에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2019년을 거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안보는 핵으로, 경제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외교는 중국 및 러시아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러한 조선의 전환은 남북·북미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에 기초한 것이고, 또 만만치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어지간해선 조선이 이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돌아왔고, 이재명 정부가 등장했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에선 “김정은과의 관계를 재구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선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한 윤석열 정권이 탄핵·파면되고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장기간 중단되어온 남북·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한미 대화는 활기를 띠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 이어 6월 중순에는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자리에서 첫 대면을 가질 예정이다. 또 7월에는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이 점쳐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선 관세 문제에서부터 한미동맹의 여러 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되겠지만, 북미회담 재개도 빼놓을 수 없는 의제가 될 것이다. 북미회담은 트럼프의 일관된 관심사이고 이재명 정부도 지지 의사를 밝혀 왔기에 그러하다.


8월 한미연합훈련 유예로 ‘반전’의 계기 만들어야


그렇다면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매년 8월에 실시되는 전면전을 상정한 ‘전구급’ 한미연합훈련을 한미 정상이 유예 선언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2019년에 김정은-트럼프의 관계가 틀어진 결정적인 원인이 한미연합훈련에 있었다는 점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4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미 실무 회담 개최'라는 구두상의 합의를 이뤄 냈다. 그런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8월에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자, 김정은은 ‘나를 바보 취급하지 말라’며 북미관계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실연’의 직접적인 사유가 한미연합훈련에 있었던 만큼 ‘재회’의 가능성 역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북미관계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한 이유도 연합훈련이 큰 사유로 작용해 왔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신정부의 대북정책의 ‘풍향계’로 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를 예의 주시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재집권 초기에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해 조선의 강한 반발을 초래해 왔다. 특히 조선은 이들 훈련을 맹비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다른 정책은 뒤집으면서 “대조선 적대정책만 계승·강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 왔다.

2023년 7월에 있었던 한미연합공중훈련에 한국 공군의 kF-15ㅏ, 미 공군의 F-16, B-52H이 참가했다. 사진_합동참모본부 보도자료
2023년 7월에 있었던 한미연합공중훈련에 한국 공군의 kF-15ㅏ, 미 공군의 F-16, B-52H이 참가했다. 사진_합동참모본부 보도자료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8월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는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훈련을 강행하면 조선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면서 올해 내에 북미 간에 의미 있는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미해질 것이다. 이렇게 안보 정세가 악화되면 한미 간의 여러 현안에 있어서도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내몰릴 수 있다.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의 상승을 가져오게 되어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있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터무니없이 강해질 수 있다. 무역 문제에 있어서도 안보적 고려가 강하게 작용해 우리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역대급 환대’를 선보였던 김정은 정권이 ‘근친 증오’로 돌아선 결정적인 배경이 2019년 8월 연합훈련 강행에 있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하면 폭망한 남북관계를 회복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방위적인 협력을 다지고 있는 북러 동맹에도 효과적인 대처가 어려워진다.


이에 반해 한미 정상이 8월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면 다양한 기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는 한미동맹의 여러 현안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주창해 온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가능케 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특히 북미관계가 개선되어 내년에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탄소 배출 감축도 무시할 수 없는 이익


한미연합훈련은 본 연재의 주제인 기후 환경의 관점에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산출은 어렵더라도 이 훈련이 탄소를 비롯해 기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대거 배출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연합훈련에는 수많은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장갑차와 전차 등 전투 차량, 그리고 대형 함정 등이 대거 동원된다. 그리고 이들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다량의 화석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진다.


주요 탄소 배출원으로 간주되어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는 내연 자동차의 연비는 30mpg 정도이다. 이에 반해 전투용 지프차(험비)는 자동차의 5분의 1 수준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폭격기는 100분의 인 0.3mpg에 불과하다. 다량의 연료 소비와 낮은 연비는 다량의 탄소 배출로 연결된다. 1회 작전 임무 수행시, 전투용 지프차는 260kg, F-35는 2만 7800kg, B-2는 25만 1400kg을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에 동원되는 무기와 장비의 정확한 수량과 연료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아 이 훈련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회 훈련만으로도 수백만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이 훈련을 유예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춰 ‘국가 안보’에도 기여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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