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가뭄이 일상이 된 시대, 물 관리 개선 방안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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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7 김사름 기자
물 관리는 단순한 시설과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재난과 산업 수요, 지역 격차가 동시에 겹치는 시대, 물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안전망을 구축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 홍수와 가뭄이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물 관리의 새로운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수자원학회는 지난 3월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기후위기 대응 홍수·가뭄 극복 전략 및 물 배분 체계 혁신’을 다뤘다. 이번 심포지엄은 제34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마련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빈번해진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지역 간 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호주, 중국, 마카오 등 해외 수자원 전문가와 국내 학계·연구기관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기후위기 대응 홍수·가뭄 극복 전략 및 물 배분 체계 혁신
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는 단순히 비가 적게 오거나 많이 오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곳은 침수되고, 어떤 곳은 메마른다. 물은 있지만 쓸 수 없는 경우가 생기고, 물이 부족한 지역은 점점 더 취약해진다. 여기에 산업용수 수요까지 커지면서 물 관리의 과제는 ‘확보’만이 아니라 ‘배분’과 ‘조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은 이제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산업, 지역 균형을 함께 건드리는 국가 운영의 문제가 됐다.
심포지엄의 1부는 ‘홍수·가뭄 사례 및 대응 전략 구상’에 집중했다. 조셉 리 중국 마카오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제 수자원 위험 관리 방안을 발표했고, 이주헌 중부대학교 교수와 아시시 사르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각각 한국과 호주의 가뭄 예측 기법을 공유했다.
특히 프로그램을 보면 ‘가뭄은 한순간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주제와 ‘3년 이상 장기 가뭄 예측 가능성’이 별도 발표로 배치돼 있다. 가뭄을 일시적 재난이 아니라 장기적 전이와 누적의 문제로 보겠다는 뜻이다.
2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순환·배분 체계 혁신 구상’을 다뤘다. 준 왕 중국 산동대 교수는 도시 우수 관리에서 자연기반해법의 성능을 발표했고, 홍은미 강원대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 농업용수 관리와 가뭄 회복력 강화를 소개했다. 전창현 고려대 교수는 가뭄 대응 물 배분 전략 수립을 위한 사회수문학적 접근을 제시했다. 물을 어디서 얼마나 확보할 것인가에 머물지 않고, 도시·농업·유역·사회 의사결정까지 함께 보겠다는 구성이다.
기존 물 정책은 주로 공급 확대와 구조물 중심으로 짜였다. 그러나 기후위기 이후에는 그 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졌다. 홍수는 더 짧은 시간에 집중되고, 가뭄은 더 길고 넓게 이어진다. 물이 부족한 지역과 넘치는 지역이 동시에 생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만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어떤 질서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가다. 물 배분 체계 혁신이 이번 심포지엄의 핵심 의제로 올라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조연설은 ‘한강유역 수자원 개발 60년의 여정과 미래 물 안보 비전’이었다. 과거의 수자원 개발 성과를 돌아보되, 앞으로는 ‘물 안보’라는 더 넓은 틀로 접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오늘날의 물 관리는 단순한 자원보전을 넘어 생존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과 국가 전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며 “전국 모든 지역에 촘촘한 물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물 정책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물은 더 이상 환경 보전의 하위 영역이 아니다. 재난 대응이자 산업정책이고, 지역 균형과 생활 안전을 함께 묶는 국가 기반이다. 홍수와 가뭄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된 시대, 물 관리의 중심도 취수와 저장에서 회복력과 배분 정의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물 정책은 얼마나 많은 물을 모으느냐보다, 그 물을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나누고, 누구를 먼저 지킬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 관리 개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질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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