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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ㅣ을숙도의 길고양이 사건, 공존의 길을 묻다

 

권현정 변호사는 천연기념물인 을숙도에 사는 길고양이 급식소 논란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묻는다.


황희정 기자 2024-11-29



권현정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사법시험 54회 변호사로, 법무법인 대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해송 변호사, 법무법인 대산 변호사, 법무법인 시완 파트너 변호사를 거쳐 지금은 법무법인 영의 파트너 변호사로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사, 서울시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 서울 용산구청 전문가상담위원, 서울 용산구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위원,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민원상담위원, 서울기록원 기록관리위원회 법률부문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회복지시설 무연고 사망자 유류금처리 법률지원단,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전문가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생태 복원된 을숙도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부산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을숙도는 그 지형적 특성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자연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을숙도는 풍부한 해양 자원과 동식물이 서식하는 환경 덕에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1980~199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쓰레기 매립지로 전락하면서 오랜 시간 환경적 황폐화를 거쳤다. 2000년대 들어 부산시는 을숙도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생태공원 복원사업에 착수했다. 한강 복원 프로젝트처럼 을숙도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생태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가 설립되고, 공원은 교육 및 이용 지구, 완충 지구, 핵심 보전 지구로 구분되어 관리되었다. 이렇게 복원된 을숙도의 평화는 새로운 갈등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길고양이들로 문제가 생겼다.

을숙도는 복원 이후 관광지로 변모하며 시민과 관광객의 방문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축적되었고, 길고양이들이 출몰했다. 이용객들은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제공했고, 버려진 유기묘들이 늘었다. 2016년 을숙도 내 길고양이 수가 200마리를 넘었고, 이는 철새 서식지와의 생태적 충돌을 야기했다. 길고양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을 찾거나 철새를 사냥했다. 이에 부산 사하구청과 동물보호단체가 협력해 중성화(TNR) 사업과 함께 공공 급식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급식소는 고양이들이 쓰레기와 철새에 접근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먹이를 섭취하게 돕는 시설로, 고양이와 철새 간의 갈등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문화재청의 허가 불허와 7년간의 공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는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2016년 사하구청은 허가를 신청했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부결시켰다. 천연기념물 보호법에 따라 ‘현상 변경 행위’는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에서만 허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문화재청은 이후 7년 동안 별달리 제재하지 않았다. 급식소는 을숙도 내 이용 지구 구석에 설치되었고,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는 협력해 급식소를 관리했다. 급식소가 철새 도래지의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 오히려 길고양이들의 쓰레기 뒤지기와 철새 사냥이 줄었다.


갑작스러운 급식소 철거 명령


2023년, 문화재청은 갑작스럽게 급식소 철거와 원상 복구 명령을 내렸다. 이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과 함께, 길고양이 보호를 부정적으로 보는 민원 제기에 따른 조치로 보였다. 급식소 철거 통보 이후, 사하구청은 10개 급식소를 철거하며 사업에서 손을 뗐다. 동물보호단체는 남은 급식소를 유지하기 위해 2024년 초 다시 허가를 신청했으나, 문화재청은 이를 또다시 부결했다. 문화재청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철새를 포함한 을숙도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며 불허를 결정했다. 특히 길고양이의 행동 반경이 이용 지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핵심 보전 지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근거로 삼았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박


동물보호단체는 급식소가 철새 서식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급식소가 설치된 지역은 철새 도래지의 핵심 보전 지구가 아닌 이용 지구로, 이미 다양한 시설과 인공 구조물들이 존재한다. 테니스장, 자동차 극장, 수영장, 수련원 등의 시설이 즐비한 이용 지구에 작은 급식소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급식소 운영 이후 철새 서식지의 피해 사례가 줄었고, 7년간 지자체와 협력해 운영해온 기록도 긍정적 영향을 입증한다고 강조하며 문화재청이 급식소 설치를 불허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행정심판 결과와 논란


동물보호단체는 급식소 불허 처분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행정심판 위원회는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는 문화재청이 전문가 심의를 통해 내린 결정을 존중해야 하며,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철새와 생태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와 함께,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것을 우려해 청구를 기각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심판 과정에서 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고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문제 삼고 있다.


인간, 자연, 동물의 공존을 생각하다


을숙도의 길고양이 급식소 논란은 단순한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 인간, 자연,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 준다. “새에게는 먹이를 주면서 왜 고양이에게는 주지 않나요?”라고 묻는 자녀의 질문에, 공생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철새 도래지로서 을숙도는 자연유산으로서 가치를 보호받아야 하지만, 길고양이 역시 생태계의 일부로 존재한다. 인간의 필요와 편의로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며 이제는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논리가 길고양이와의 공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게 정당한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동물보호단체는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심의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전문가 의견과 관련 자료를 법적 증거로 요청할 계획이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든, 이번 사건은 인간 중심의 생태 보존 정책과 동물 복지 간의 균형을 다시 고민하게 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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