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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충청권, 산업구조 재편과 R&D 역량으로 기후 실험

2025-05-16 최민욱 기자

충청권은 전국 최고 수준의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이다. 제철·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어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결코 쉽지 않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축적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잿빛 산업의 그림자, 충청권 탄소 배출의 현주소


충청남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온실가스 배출량 1위라는 불명예를 수년째 안고 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2년 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충남의 탄소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충남 서해안 지역(당진, 보령, 태안 등)에는 국내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약 절반이 밀집해 있다. 이들 발전소는 오랜 기간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동시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며 환경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2022년 기준, 충남의 석탄화력발전량은 전국 석탄화력발전량의 약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으로 공급된다는 점에서, 강원권과 마찬가지로 ‘탄소 책임 전가’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신보령발전본부. 사진 한국중부발전
신보령발전본부. 사진 한국중부발전

기간산업의 높은 탄소 의존도와 전환의 어려움


충남 서산의 대산 석유화학단지와 당진의 현대제철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로 막대한 탄소 배출량을 자랑한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온실가스와 제철소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소는 충청권 전체 배출량을 끌어올리는 주요인이다. 충북 단양과 제천 등에 자리한 시멘트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석회석 원료 분해와 연료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는 국내 시멘트 산업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지역 환경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충청남도 배출원 분류별 온실가스 배출량
충청남도 배출원 분류별 온실가스 배출량

이러한 산업구조는 과거 국가 경제 성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도권과의 지리적 이점, 넓은 산업용지 확보의 용이성, 항만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국가 기간산업이 충청권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 그 결과 지역 경제는 이들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고용 역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급격한 산업 전환은 지역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은 단기적인 어려움을 수반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수소경제의 경제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 과제


충청권을 위시한 지방정부들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수소경제를 주목하고 관련 산업 육성과 인프라 구축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도시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수소 도시'를 표방하며 대규모 생산단지 조성, 수소 모빌리티 보급, 연료전지 발전 확대 등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충청권 또한 수소 트렌드에 올라타 있는 모양세다.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는 수소경제를 핵심 전략으로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의 혁신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청남도는 2020년 '수소에너지 전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후, 보령 LNG 터미널을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 및 수소연료전지 발전, 수소 모빌리티 실증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다. 특히 보령시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부지를 활용하여 대규모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SK E&S, 한국중부발전 등과 협력하여 추진 중이다. 생산된 수소는 발전, 산업,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될 예정이다. 생산 과정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CCUS 기술과 연계하여 처리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연간 25만 톤의 청정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였으나 생산목표를 12.5톤으로 대폭 줄였다.

블루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으로, 엄밀히 말해 '탄소중립 수소'는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포집 과정의 효율성이 100%에 이르지 못하고, 포집된 탄소의 영구 저장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여전하다. 또한, 현재 블루수소 생산 단가는 그레이수소(천연가스 개질, 탄소 미포집)보다 높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에 비해서는 저렴하지만 탄소 감축 효과는 떨어진다. 결국 블루수소는 그린수소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대안이다.

블루수소 생산기지 조감도. 사진. 보령시
블루수소 생산기지 조감도. 사진. 보령시

대전광역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R&D 인프라를 활용하여 수소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수소의 생산·저장·활용 전반에 걸친 핵심 기술을 연구하며 관련 기업을 지원한다. 대전시는 국토부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으며 2028년 개통 목표로 대중교통 시스템의 친환경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수소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센터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수소 관련 부품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충주, 음성 등을 중심으로 조성된 수소 상용차 부품시험평가센터와 수소연료전지 발전 실증단지는 국내 수소 모빌리티 및 발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등 관련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이뤄지며 수소산업 생태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CCUS 기술과 R&D 혁신의 중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이미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여 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 즉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가 필수적이다. 특히 충청권처럼 제철, 시멘트,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 감축이 어려운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게 CCUS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CCUS 도식. 사진. 한국가스공사
CCUS 도식. 사진. 한국가스공사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CCUS 원천 기술 개발과 상용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발전소나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저비용 고효율로 포집하는 다양한 기술(습식, 건식, 분리막 등)을 개발 중이며, 한국화학연구원은 포집된 탄소를 화학제품 원료나 건설 자재 등으로 전환하는 CCU 기술 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대전의 한 시멘트 기업은 화학연구원과 협력하여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고부가 건축자재로 전환하는 실증 연구를 진행, 초기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포집된 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CCS 기술 개발도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현재 서해안권 대규모 CCS 클러스터 구축이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충남 보령화력발전소 인근 해역 등이 이산화탄소 저장 후보지 중 하나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지질 구조에 적합한 탄소 저장소 탐색 및 저장된 탄소의 장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한 전환과 풀뿌리 자립


충청권의 탄소 감축 노력은 대규모 산업과 첨단 기술 개발에 더해, 도시와 산업단지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전환과 농촌 지역 주민 주도의 에너지 자립 모델 확산을 통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서 에너지 자립 및 효율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확대, 태양광 발전 보급,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도시 전체의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 대전광역시 역시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 등을 통해 노후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스마트 교통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지능형 에너지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 부문에서도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충청권 내 노후 산업단지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에너지 진단 및 효율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장 지붕이나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이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RE100 특화 산업단지 조성도 검토되고 있다.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 폐가스 등을 회수하여 재활용하거나, 폐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시설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추진된 "내포 농생명 융복합 클러스터"는 국내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RE100 산업단지이다. 사진. 충청남도
2024년 추진된 "내포 농생명 융복합 클러스터"는 국내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RE100 산업단지이다. 사진. 충청남도

충북 괴산군에 조성된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은 농촌 지역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은 풍부한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난방과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에너지 자립형 마을로, 산림청이 시행하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조성되었다. 이 마을은 지역 산림에서 나오는 폐목재를 활용한 펠릿 보일러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목재펠릿 생산, 에너지 공급, 시설 관리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난방비 절감과 지역 자원 순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워크숍 자료
사진.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워크숍 자료

괴산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의 에너지 자립구조는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연계된 모델을 제시한다. 이러한 지역 주도형 에너지 자립 모델은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농촌 공동체 활성화 및 지역 소멸 위기 대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이러한 선순환적 모델이 확산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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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May 19

탄소중립를 위한 핵심동력으로 '수소경제'에 지방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건 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 신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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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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