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⑪ 해양산성화 | 바다에 녹아든 이산화탄소, 바다 사막화까지 이어져
- Theo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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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5 최민욱 기자
해양산성화와 갯녹음이 한국 연안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바닷물의 pH가 낮아지고, 그 결과 석회질 껍데기를 형성하는 패류와 산호가 생존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바다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산성화가 약 30% 진행된 상태이며, 이 추세라면 세기 말까지 pH가 추가로 0.2~0.4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연안의 대형 해조류는 빠르게 사라지고, 바위가 하얗게 드러나는 갯녹음(일명 바다 사막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해양산성화와 갯녹음, 바다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지구온난화와 함께 진행되는 해양산성화는 연안 생태계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바다에 녹아든 이산화탄소가 물과 반응하면 수소이온 농도가 높아지며 해수의 pH가 떨어진다. 그 결과 굴·홍합 같은 패류 유충은 껍데기가 얇아지고, 산호와 해조류는 탄산칼슘 골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
해양산성화는 석회질 구조를 만드는 유기체들의 성장과 면역력을 약화시켜 생존을 위협하고, 먹이사슬 전반에 연쇄적 악영향을 미친다. 해수의 산성화가 조금만 진행돼도 산호와 패류 개체수는 급감하며, 이는 곧 해양 생물다양성과 수산자원 감소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는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마저 약화되어 기후위기 완화 기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여기에 해수온 상승과 오염 등이 겹치며 연안 갯녹음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갯녹음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안 암반에서 대형 해조류 군락이 소멸하고, 분홍색 무절석회조류만 남는 현상이다. 이 무절석회조류마저 죽으면 암반이 백색으로 변해 바다가 사막처럼 황량해 보이기에 ‘백화현상’ 혹은 ‘바다 사막화’로 불린다.
연안 수온 상승, 영양염 변화, 성게·소라 같은 조식동물의 개체 폭증, 육상 오염원 유입과 연안 개발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원인은 해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남해안과 제주를 시작으로 갯녹음 피해가 보고되었고, 1990년대 이후 동해안까지 번지며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제주도는 연안 97개 마을 전역에서 갯녹음이 확인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암반은 하얗게 드러났고 해조류는 거의 사라졌다.
이는 곧 어류의 산란·서식지 상실을 의미하며, 실제 어족자원 감소와 어업 생산량 급감으로 어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해조류가 사라진 연안은 블루카본 기능까지 잃어버려, 바다가 대기 중 탄소를 흡수·고정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기후변화 대응력도 크게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녹색연합에서 조사한 제주 연안 조간대 200곳, 97개 마을 지도
바다숲 복원은 적극적인 기후 대응 해법
황폐화된 연안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바다숲’ 복원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바다숲은 연안 해역에 해조류 군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숲처럼 번성하도록 한 해중림(海中林)을 뜻한다. 울창한 바다숲은 연안 생물들에게 서식지와 산란장을 제공하고, 유실된 해조류를 보충해 갯녹음으로 훼손된 해양 생태계를 회복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동시에 해양의 블루카본 역할을 강화해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한다. 바다숲 1헥타르는 연간 약 3.4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는 같은 면적의 육상 숲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를 흡수·고정하고 산소를 공급할 뿐 아니라, 수중 영양염을 제거해 연안 수질을 정화한다.
또한 해조류 군락은 파도와 조류를 완화해 연안을 보호하고, 산란 서식지를 제공해 수산자원 회복과 어획량 증대에 기여한다. 바다숲은 이처럼 생태계 복원·탄소 흡수·어업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으며, ESG 경영과 탄소중립 정책과도 맞물려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생태적 효과는 경제적 파급으로도 확장된다. 건강한 바다숲이 조성되면 어류와 무척추동물 개체수가 늘어 연안 어장이 회복되고 어민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바다숲은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나 생태 체험 관광 같은 해양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돼 부가가치를 높인다. 무엇보다 연안 생태계 복원은 지역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력을 강화하고, 어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결국 바다숲 복원은 연안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이는 필수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 바다숲 조성, 2030년까지 5만4천ha 목표로 확대 중
우리나라의 바다숲 조성사업은 2009년 시작된 이후 16년간 꾸준히 확대돼 왔다. 해양수산부는 2009년 100억 원을 투입해 7개 해역, 121ha 규모의 시범 바다숲을 조성했다. 이후 2021년까지 누적 3443억 원을 투자해 전국 연안 211개소, 2만6644ha로 확장했으며, 2030년까지 5만4천ha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에는 국비 272억 원을 포함해 총 328억 원이 배정돼 18개소(약 2999ha)의 신규 바다숲이 만들어졌다.
이로써 연말 기준 전국 누적 면적은 3만4720ha에 달했으며, 피해가 심각한 제주와 동해안에 집중적으로 조성됐다. 2025년 해양수산부 전체 예산은 6조78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고, 바다숲 예산은 277억 원으로 확정돼 연안 복원사업의 지속성이 확보됐다.
지자체와 민간이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은 2010년부터 74억 원을 투입해 7개소를 조성·관리해왔으며, 2025년에는 미조면 항도해역에 4년간 11억9200만 원 규모의 신규 바다숲을 조성한다. 울산시는 현대자동차·한국수산자원공단과 협약을 맺고 2024년 착수해 2027년까지 주전동·당사동 앞바다 2개 해역에 314ha 규모의 바다숲을 공동 조성한다. 현대차는 20억 원을 출연하고, 확보한 탄소배출권과 블루카본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2019년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이관받은 11곳을 관리하며, 갯녹음 피해 해역을 대상으로 추가 사업을 검토 중이다. “조성 후 방치, 인공어초 남발” 바다숲 조성의 한계
바다숲 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1년 차 해조류 이식과 3년간 초기 관리를 맡은 뒤, 5년 차부터 지자체로 관리권을 넘기는 구조다. 그러나 이관 이후 관리가 부실해 성과가 무위로 돌아가는 사례가 반복된다. 감사원은 2019년 감사에서 “일부 해역은 조성 전보다 해조류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고, 2023년 공단 조사에서도 121개 해역 중 27곳(22%)이 사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부족은 대표적 원인이다. 한 지자체는 연간 200만 원 남짓한 예산만으로 바다숲을 관리해, 1년에 한 차례 잠수사 점검에 그쳤다. 제주도 역시 2019년 공단에서 11곳을 넘겨받아 관리 중이지만, 일부 해역의 해조류·저서동물 생체량은 조성 전의 20%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바다숲이 생태 기능을 잃고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관리만이 아니다. 사업 방식 자체에도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동해안 일부 조성지는 인공어초에 해조류 대신 성게만 붙어 ‘성게밭’으로 변했고, 제주 서귀포 수마포 해안은 인공어초가 해양쓰레기와 얽힌 채 흉물로 방치됐다. 한 조사에서는 바다숲 조성 이후 해조류와 저서동물 개체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해역별 갯녹음 원인을 충분히 진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인공어초와 해조류 이식만 적용한 결과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토목공학적 접근의 한계를 지적한다. 강릉원주대 김형근 명예교수는 “콘크리트는 환경친화적이지 않다. 생태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토목공학적으로 접근하니까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보고서 역시 “갯녹음 발생 원인은 해역별로 달라 획일적 대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일본 수산청의 갯녹음 가이드라인은 고수온, 조식동물 증가, 퇴적물 유입 등 원인을 세밀히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원인 규명 없는 바다숲 조성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구조 전환을 촉구했다. 전문가와 어민들도 “바다숲은 조성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 그러나 지자체는 인력·예산 부족으로 보식이나 성게 구제조차 이어가지 못한다. 해중림은 산림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리 없이는 황폐화되지만, 현실은 ‘인공어초 중심-사후관리 소홀’이라는 이중 한계에 갇혀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사후관리 개선과 지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안정적 예산 배정과 관리 책임 구조 재설계, 그리고 생태학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속가능한 방식의 연안 복원이 필요해
정부는 바다숲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예산과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2025년 확정 예산은 총 6조7816억 원이며, 이 중 바다숲 조성사업(탄소흡수원 포함)에 277억 원이 배정되었다. 민간기업과 지자체의 참여를 이끄는 협력 모델도 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5만4천ha의 바다숲을 조성하려면 앞으로 매년 2~3천ha 이상을 꾸준히 확보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면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각 바다숲의 생태 건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갯녹음 대응에는 생태학적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바다숲 사업은 갯녹음 “원인 규명→맞춤형 복원→장기 모니터링”의 사이클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지역별 갯녹음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해 성게 폭증이 원인이라면 포식어 방류나 포획을, 오염이 원인이라면 육상 오염원 차단을 우선해야 한다. 바다숲 조성 시에는 해역별 토착 해조류를 선택하고, 생장 주기에 맞춰 이식을 진행해야 한다.
인공어초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가능하면 자연 암반 지형을 보존해 해조류가 스스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생태공학적 복원”이 자리 잡을 때 바다숲은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스스로 유지·확산되는 지속가능한 숲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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