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⑪ 해양산성화 | 해양산성화,생물종다양성 파괴, 인류생존까지 위협
- Theodore
-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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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 최민욱 기자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급격한 기후변화를 완충해 왔다. 그러나 이제 바다가 품을 수 있는 한계는 넘었고, 그 대가로 해수의 균형이 무너지며 생태계가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산호와 패류 같은 석회화 생물은 쇠퇴하고, 해파리와 침입 해조류가 번성하면서 먹이망과 생태계 서비스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해양 산성화는 단순한 화학 반응이 아니라 인류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해양의 산성화로 재편되는 해양생태계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을 흡수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해수의 화학 조성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녹아들면 수소 이온이 늘어나 pH가 낮아지고, 동시에 석회화에 필수적인 탄산염 이온이 줄어든다. 겉보기에는 미세한 변화지만, 산호와 조개 같은 생물의 석회화 과정을 무너뜨리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해수의 평균 pH는 약 0.1 하락해 산성도가 30% 증가했다. 이는 지질학적 시간대에서는 드물게 빠른 속도로, 현재 전 세계 해양의 약 60%가 국제 해양학계가 제시한 산성화 안전 한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화학적 압력은 종별 민감도의 차이를 드러내며, 어떤 종은 쇠퇴하고 어떤 종은 번성하는 선택 압력으로 작동한다.
산호·조개·익족류 같은 탄산염 의존 생물은 패각과 골격이 약해져 생존력이 떨어지는 반면, 해파리와 일부 해조류는 오히려 이산화탄소 증가를 성장 기회로 삼는다. 결국 해양생태계는 특정 종의 몰락과 다른 종의 부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생물다양성의 구성과 생태계 서비스 기능이 재편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가속된 바닷물의 산도 변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머무르지 않고 바다로 흡수되어 해수의 화학적 성질을 바꾸고 있다. 산업화 이전 해수의 평균 pH는 약 8.2였으나 현재는 8.1 수준이다. 수치상 0.1 감소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는 수소 이온 농도가 약 30% 늘어난 결과다. 이런 산성화 속도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지질학적 기록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표층수의 pH 하락은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탄산을 형성하면 수소 이온이 늘어나고, 동시에 석회화에 필요한 탄산염 이온이 줄어든다. 이는 석회질 골격과 패각을 만드는 생물에게 필수 재료가 사라지는 과정이다. 실제로 일부 해역에서는 이미 방해석 포화도가 불포화 상태에 근접했으며, 북극과 남극의 차가운 바다는 이산화탄소 용해도가 높아 산성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대형해양생태계(LME) 대부분에서 매년 약 0.001~0.002 단위씩 pH가 하락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 동해에서도 산업혁명 이후 방해석 포화 심도가 500~700미터 얕아져, 현재는 약 1000미터 깊이에서야 안정적인 석회화가 가능하다. 이는 연안 패류와 산호의 서식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신호다.
앞으로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평균 pH가 추가로 0.3 이상 하락해 약 7.7~7.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00만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해수 조건으로, 해양 생물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변화다.
산호와 패류가 직격탄을 맞는 구조적 이유
해양 산성화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탄산칼슘으로 골격이나 패각을 형성하는 석회화 생물들이다. 이들은 해수 속 탄산염 이온을 흡수해 방해석이나 아라고나이트 형태의 골격을 만든다. 그러나 산성화가 진행되면 탄산염 이온 농도가 줄고 포화도가 낮아져, 석회화 과정이 어렵거나 에너지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그 결과 산호, 굴, 홍합, 조개류 같은 종은 골격 형성이 지연되고 구조적 안정성을 잃는다.

산호초가 특히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산호의 성장률은 해수의 pH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성장 속도보다 용해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산호 골격이 약해지면 복잡한 서식지 구조가 무너지고, 이에 의존하는 수많은 어류와 무척추동물이 동시에 서식 공간을 잃는다. 산호초 붕괴는 단일 종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기반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패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굴과 조개는 어린 유생 단계에서 산성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미국 서부 연안 양식장에서는 해수 pH 저하로 굴 유생의 패각 형성이 지연되면서 대량 폐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산업적 손실이 직접 나타났으며, 자연 생태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경우 연안 먹이망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성게와 따개비 같은 다른 석회화 생물도 마찬가지다. 패각과 골격이 녹아 방어력을 잃고, 포식자의 공격에 쉽게 무너진다. 결국 해양 산성화는 석회화 생물군 전체를 위협하며, 이들의 쇠퇴는 연쇄적 생태계 붕괴를 불러오는 출발점이 된다.
익족류와 조개 유생이 드러내는 취약한 생애사
해양 산성화의 영향은 모든 생애 단계에서 같지 않다. 특히 패각이나 골격을 막 형성하기 시작하는 유생 단계가 가장 민감하다. 대표적인 예가 익족류(pteropods)다. 이 작은 날개달팽이는 북극과 남극 먹이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산성화된 바닷물에 노출되면 투명한 패각이 빠르게 용해된다. 실험에서는 불과 수 주 만에 패각에 구멍이 나고 구조가 약화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이로 인해 포식 위험이 커지고 생존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조개류 유생도 마찬가지다. 패각 형성에 필요한 초기 칼슘 축적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로 미국 서부 연안 굴 양식장에서는 해수의 pH 하락으로 유생 패각 형성이 지연되면서 대량 폐사가 발생했다. 이는 산업적 손실로 이어졌으며, 자연 생태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연안 먹이망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해면과 성게 같은 다른 석회질 생물 역시 유생 단계에서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성체는 어느 정도 완성된 패각이나 골격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유생은 보호막이 없어 산성화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따라서 해양 산성화는 개체군의 미래를 결정짓는 세대 교체 단계에 치명타를 가하며, 장기적으로 종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성종과 침입종이 부상하는 새로운 해양 질서
해양 산성화는 모든 생물을 똑같이 약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종에게는 기회가 된다. 해파리는 석회질 골격이 없어 산성화의 직접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먹이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경쟁자가 줄어들면 개체군은 급격히 늘어난다. 일부 해파리 종은 산소 감소나 수온 상승에도 강한 내성을 보이며, 산성화와 결합해 해양생태계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잘피(seagrass)와 대형 갈조류 같은 광합성 해조류도 CO₂가 풍부한 환경을 성장 자원으로 삼는다. 광합성 효율이 높아져 개체군이 늘어나고, 때로는 토착 해조류 군락을 대체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반대로, 토착종이 쇠퇴한 자리를 외래 침입종이 차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중해의 CO₂ 분출 지역에서는 토착 석회조류가 줄어든 자리를 외래 해조류인 카울레르파(Caulerpa taxifolia)와 아스파라고시스(Asparagopsis taxiformis)가 빠르게 채웠다. 이들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환경 적응 범위가 넓어 산성화된 해역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패류와 갑각류 침입종도 비슷하다. 유럽 녹색게(Carcinus maenas)는 산성화 환경에서도 활발히 살아남아 조개류를 위협하지만, 베링해에 퍼진 붉은왕게는 산성화에 취약해 개체군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즉, 모든 침입종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내성이 강한 일부는 생태계 세력을 크게 키운다.
이처럼 내성종과 침입종의 동시 부상은 단순한 생물 교체가 아니다. 생태계 기능의 근본적 전환을 초래한다. 해파리의 증가는 어란과 치어를 먹어 어업 자원을 약화시키고, 침입 해조류의 확산은 토착 해양식물의 생육지를 잠식한다. 토착 종에 기반해 유지되던 해양생태계의 균형이 내성종과 침입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어업 생산성, 연안 서식지 안정성, 생물다양성 유지 기능은 모두 약화된다. 결국 산성화가 불러온 새로운 질서는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생태계 구조의 전환과 인간 사회에 불리한 파급효과를 동반하는 변화다.
먹이망 붕괴와 생태계 서비스 약화
해양 산성화는 특정 종의 흥망을 넘어 먹이망(생태계 내 먹이사슬의 복합적 연결망) 전체의 구조를 흔든다. 기초 단계에서 석회화 플랑크톤이나 익족류가 줄어들면, 이를 먹이로 삼는 동물플랑크톤과 작은 어류의 먹이 공급이 감소한다. 먹이 부족은 대형 어류, 해양 포유류, 바다새 같은 상위 소비자에게까지 파급되며, 결국 먹이망의 연쇄적 붕괴로 이어진다.

특히 익족류와 유공충 같은 미세한 석회질 생물은 북극과 남극 먹이망에서 핵심적이다. 이들이 줄면 연어, 대구 등 이를 먹는 어종이 곧바로 먹이 부족에 직면한다. 반대로 해파리 같은 내성종이 늘어나면 동물플랑크톤을 과도하게 소비해 어류와 먹이를 두고 경쟁하고, 동시에 어란과 치어까지 먹어 어족 자원을 직접 위협한다. 이는 먹이망을 해파리 중심으로 재편하는 ‘젤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생태계 서비스 기능의 약화도 심각하다. 산호초가 붕괴하면 연안 어장은 생산성을 잃고, 관광 자원 가치가 사라지며, 해안 방파제 역할도 약화된다. 패류 감소는 연안 어업과 식량 공급에 직결된 손실이다. 석회화 생물군이 줄어든 바다는 해저 구조가 단조로워지고, 생물 서식 공간이 축소되는 ‘갯녹음’ 현상으로 변한다.
따라서 산성화는 단순한 종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기능의 상실을 뜻한다. 먹이망 붕괴와 서비스 약화는 생물다양성 손실뿐 아니라 인류가 의존하는 어업, 관광, 연안 방재 기능까지 약화시키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정책적 대응은 보호와 관리의 이중 과제
해양 산성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단일한 접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취약종을 보호하는 노력과 동시에, 산성화 환경에서 번성하는 내성종을 관리하는 이중 과제가 요구된다.
우선 산호초, 잘피 초원, 패류 산란장처럼 산성화에 민감하면서도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중요한 서식지는 특별 보호가 필요하다. 해양보호구역(MPA)의 확대와 관리 강화는 이러한 서식지가 어업 압력이나 오염 같은 다른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도 보호받도록 한다. 이런 접근은 산성화 자체를 늦추지는 못하지만, 서식지가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내성종과 침입종에 대한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해파리의 대량 발생이나 외래 해조류의 확산은 산성화가 불러오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이자, 직접적인 생태계 피해와 산업적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조기 경보 체계를 갖춘 모니터링이 필수이다. 해파리 군집의 급증을 탐지해 어업 피해를 예방하거나, 침입종 번식을 억제하기 위한 지역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국제적 협력 없이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을 줄이지 않으면 산성화는 지속적으로 심화된다. 따라서 탄소 배출 감축과 지역 차원의 적응 전략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해양 산성화 모니터링, 취약종 보호와 내성종 관리가 함께 추진될 때, 재편되는 바다에서도 안정성과 회복력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바다의 열쇠는 생물종다양성 관리
해양 산성화는 단순히 바닷물의 화학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석회화 생물의 쇠퇴와 내성종의 번성이 맞물리며, 생태계 구조와 기능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산호와 패류 같은 취약종은 서식지와 개체군을 잃어가고, 해파리와 일부 해조류, 침입종은 새로운 주도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태적 연결망의 붕괴와 생태계 서비스 약화로 이어져 인간 사회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이러한 종 변화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취약종을 보호하는 동시에, 내성종의 확산과 이상 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보존 정책이 아니라, 산성화 시대에도 바다가 인류의 식량, 생계, 방재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바다의 열쇠는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근본적 대응과 함께, 산성화로 촉발되는 종 교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이 두 축이 함께 작동할 때만 해양생태계는 변화 속에서도 회복력을 지니고, 인류는 바다와 공존을 지속할 수 있다.
해양산성화도 기후재난이고 해법은 결국 온실가스 감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