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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⑩ 양수발전 | 장수군 사례로 보는 '인구 소멸'의 진짜 해법

2025-08-28 김복연 기자

양수발전소 건설은 지역소멸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유해시설에 속하기에 오히려 주민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OECD 연구와 장수군 사례를 통해 교육·의료·문화 등 삶의 질 개선과 청년 정착 지원이 진정한 대안임을 제시한다.


장수군 사례가 보여 주는 대안


장수군, 전북연구원과 함께 지방소멸 위기 대응 논의. 사진 전북중앙
장수군, 전북연구원과 함께 지방소멸 위기 대응 논의. 사진 전북중앙

전북 장수군을 대상으로 한 지역소멸 대응 연구(2024)는 귀향 청년 정착, 생활 인구 유입, 청년 창업 지원 등 세밀한 맞춤형 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연구는 “청년 귀향과 정주를 유도하려면 안정된 주거·교육·문화 기반이 필수이며, 단발성 토목사업은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홍천 풍천리 역시 잣나무 숲을 기반으로 연간 수십억 원의 자생적 경제를 유지해 왔다. 양수발전소 건설은 이런 장기적 기반을 파괴한다. 장수군 사례에서 보듯, 지역을 살리는 힘은 토목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는 생활 기반 강화에서 나온다.


관계 기반 정책: 워케이션의 시사점


서울과 영월이 협력한 영월 워케이션 '영월 서울농장'.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서울과 영월이 협력한 영월 워케이션 '영월 서울농장'.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전남을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을 통한 지방소멸 대응 방안 연구」(2023)는 ‘관계 인구(relationship population)’ 개념을 강조한다. 단순히 인구를 늘릴 게 아니라, 지역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일시적 체류가 장기적 관계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각 지역의 양수발전소는 주민과 외부 인력 사이에 새로운 관계망을 만드는 대신, 기존 공동체를 갈라놓았다. 발전소를 둘러싼 갈등으로 마을 총회는 사라졌고, 주민 간 신뢰는 무너졌다. 이는 연구가 제시한 관계 기반 정책과 정반대 방향이다.


지역 인재가 떠나지 않게 하는 정책


한국직업능력연구원(2024)은 보고서에서 “지역소멸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지역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청년들이 머물려면 지역 대학과 산업이 연결되고, 직업적 미래를 설계할 기반이 필요하다.


양수발전소는 이러한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 운영 단계에서 필요한 고급 기술 인력은 대부분 외부에서 충원될 가능성이 크고, 지역 청년에게 돌아오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인재 유출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교육·취업 기반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산업구조 전환의 필요성


국유림 명품숲으로 산림청에서 홍보하는 홍천 잣나무숲. 사진 산림청
국유림 명품숲으로 산림청에서 홍보하는 홍천 잣나무숲. 사진 산림청

국토연구원(2025)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지방 산업구조 전환 전략”에서 산업 다변화와 신산업 육성을 강조한다. 단일 대규모 개발사업에 지역의 미래를 걸기보다,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홍천 역시 ‘잣나무 숲’이라는 고유 자원을 기반으로 특화 산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양수발전소 건설은 이 숲을 훼손해 지역 경제의 다양성을 오히려 축소시킨다. 산업구조 전환의 방향과도 정반대다.


유해시설이 불러온 주민 이탈


양수발전소 같은 대규모 개발은 단순히 자연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 이탈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양수발전으로 인한 외부불경제 비용 분석』은 예천 양수발전소 건설로 농업·임업 소득 손실(최대 27억 원), 지방세 감소, 교통·건강 피해 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이러한 손실이 주민의 거주 기반을 약화시키고 이주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한다. 홍천의 경우 역시 생태 1등급 지역에 10만 그루가 넘는 수목이 벌채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지역민이 생태적 삶터를 잃는 경험이며, 정주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소멸 해법은 토목사업이 아니라 삶의 조건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농촌과 산간이 직면한 지역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이 아니다. OECD가 2019년 발표한 Rural Study of Korea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일자리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교육·의료·문화·교통 등 삶의 질 전반이 함께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주민들이 떠나는 이유는 단일한 경제 요인이 아니라, 복합적 생활 조건의 열악함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양수발전소 건설 같은 단발성 토목사업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발전소가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해도, 교육·의료·문화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구 유출은 멈추지 않는다.


연구가 말하는 길, 주민이 살아가는 길


OECD, 장수군 사례, 워케이션 연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국내외 연구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지역소멸의 해법은 주민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주민들의 자생적 경제와 공동체 기반을 지켜내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길이지만, 양수발전소 건설은 이를 파괴한다. 양수발전소는 지역소멸의 해법이 아니라, 오히려 소멸을 재촉하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책사업’이라는 단일한 처방이 아니다. 주민이 주도하고 생활 기반을 강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지역을 살리는 힘은 주민의 삶에서 나오며, 그 길은 이미 연구와 사례가 충분히 보여 주고 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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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4일 전

장수군 사례가 좀더 충분하게 설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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