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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② 홍수 | 스폰지 도시, 폭우를 재난이 아닌 자원으로 바꾸는 도시 설계 개념

최종 수정일: 7월 4일

2025-07-03 김복연 기자

기후위기로 인한 국지성 폭우와 홍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물 순환을 회복하는 스폰지 도시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유럽, 북미 사례를 통해 도시의 물 순환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도시 설계의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홍수는 기후 재난이다


홍수가 반복되는 자연의 패턴이었을 때는 지금의 도시 설계가 유용했다. 콘크리트로 덮인 도로, 빗물을 모아 한 번에 방류하는 배수관은 물을 ‘빨리 치우는’ 게 기술의 진보로 보여지게 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촉발한 집중호우가 일상화 된 오늘날, 이 방식은 오히려 재난을 부르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기의 온도와 에너지가 높아지면서 수증기량이 늘어나 극한 강수와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전에는 전국적인 가뭄이나 비가 많았다면 이제는 지역마다 극단적으로 갈라진다. 집중호우가 시설의 용량을 넘어서면 빠르게 빠지지 못하고 홍수나 산사태 같은 재난으로 이어진다. 땅으로 스미지 못하고 바다로 바로 흘러가버리면 되려 가뭄을 부추긴다. 이는 기압과 기단의 움직임의 변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홍수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재난 형태다.


스폰지 도시가 제시하는 물 순환 전략


같은 홍수라도 양상이 달라졌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스폰지 도시(Sponge City)’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를 물을 흡수하고 저장했다가 서서히 방출하는, 거대한 스폰지처럼 설계하자는 발상이다.


스폰지 도시는 단순한 건설 기술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설계 철학이자, 물 순환을 회복해 생태적,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실의 도시가 이를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지, 해외의 사례는 무엇을 말해 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폰지 도시란 무엇인가


스폰지 도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를 재난이 아닌 자원으로 바꾸는 도시 설계 개념이다. 강수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상수가 된 시대, 하수관이 감당할 수 없는 물을 도시 곳곳에서 흡수·저장하고, 지하수로 천천히 스며들도록 유도한다. 빗물정원, 옥상녹화, 투수성 포장, 저류조·저류터널, 인공습지, 생태수로 등 다양한 분산형 시설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이 개념은 “불투수면의 증가는 곧 재난”이라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도시화가 진행되면 땅이 콘크리트로 덮이고, 빗물은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관을 통해 빠르게 흘러가며 하류 지역을 범람시킨다. 게다가 지하수도 재충전되지 않는다. 스폰지 도시가 지향하는 것은 회복된 물 순환이다. 물을 흘려보내는 도시가 아니라, 머금었다가 돌려주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저영향개발(LID)과 그린인프, 스폰지 도시의 핵심 원리

암스테르담 비발디스트라트의 옥상 정원. 사진 파이낸셜 타임
암스테르담 비발디스트라트의 옥상 정원. 사진 파이낸셜 타임

스폰지 도시를 구현하는 기술·설계 개념이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이다. 거기에 더해 녹지, 하천, 습지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해 자연의 물 순환과 생태적 기능을 도시 안에 가져오는 것이 그린인프라 개념이다. 자연의 방식을 모방해 유수의 유출량을 최소화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LID의 대표적 요소는 빗물정원, 침투도랑, 생태수로, 옥상녹화, 투수성 포장재, 저류조 등이다. 도시 내 분산된 소규모 시설이 한꺼번에 물을 흡수·저장하고, 오염물질을 여과한 뒤 천천히 하수관이나 지하수로 방출한다.


기후위기 시대, 홍수는 설계 실패의 결과다


도시 홍수는 더 이상 단순한 자연재해로 치부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집중호우가 한계 상황을 만들긴 했지만, 피해를 키운 건 도시의 설계 철학이었다.


서울의 배수관은 시간당 30~50의 비를 전제로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반복된다. 배수관 용량을 늘리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 도시는 ‘빨리 흘려보내는’ 방식을 버리고,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의 스폰지 도시 전략


스폰지 도시 개념은 2013년 중국 중앙정부가 공식화했다. 이후 30여 개 도시가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선전은 200개 이상 분산형 저류·침투·정화 시설을 설치해 연간 2억㎥ 이상의 빗물을 관리한다. 상하이는 공원·녹지 중심의 저류 설계와 옥상녹화·습지 복원을 결합했다. 우한은 연못·습지·하천 네트워크를 재설계해 도심 홍수 발생을 30% 이상 줄였다. 중국의 스폰지 도시 전략은 저비용·자연형·분산형 방식을 강조하며, 대규모 하수관로 증설보다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한다.


유럽과 북미의 저영향개발 사례

포츠담 광장의 빗물 관리. 이미지 ©Atelier Dreiseitl/Ramboll
포츠담 광장의 빗물 관리. 이미지 ©Atelier Dreiseitl/Ramboll

독일 베를린은 물 순환형 도시 전략을 선도한다. 빗물세(Rainwater Fee)를 도입해 불투수면을 줄이도록 경제적으로 유인, 시민이 자발적으로 빗물관리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설계가 마련되었다. 주차장, 도로, 건물 옥상에 분산형 저류조, 투수포장, 옥상녹화가 결합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저류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또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의 지하 저류조가 빗물을 모아 도시 경관과 물 순환에 활용하는 대표 사례다. 


캐나다 토론토는 북미 최초로 옥상녹화를 의무화한 도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물에 옥상 면적의 20~60%를 녹화하도록 규정했다. 매년 2억 리터 이상의 빗물을 저류·지연·재이용한다.


클라우드버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퀸즈 사우스 자메이카 주택의 침몰 농구 코트를 빗물 저장소로 재설계. 사진 뉴욕시 2023 MS4 연례 보고 회의
클라우드버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퀸즈 사우스 자메이카 주택의 침몰 농구 코트를 빗물 저장소로 재설계. 사진 뉴욕시 2023 MS4 연례 보고 회의

미국 뉴욕시는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가 시간당 76의 폭우를 쏟아붓자 지하철이 침수되고 13명이 사망했다. 이후 뉴욕시는 폭우에 취약한 지역을 조사하고, 도로변 빗물정원과 생태수로 4000곳 설치, 보도와 차로를 투수성 자재로 포장, 옥상녹화 확대,  공공주택 단지와 스포츠 시설을 빗물저류 공간으로 전환하는 등 스폰지 도시 전략을 도입했다. 특히 퀸스 주택단지의 농구장 바닥을 낮춰 30만 갤런(약 113만 리터)의 빗물을 저장하도록 설계한 사업이 주목된다. 뉴욕시는 폭우 피해가 저소득층과 이민자 거주지역에 집중되자, 계획 단계에서 지역 주민 참여를 의무화하고 ‘그린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홍수는 설계의 결과다


기후위기로 인한 집중호우는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재난이 될지 아닐지는 도시가 어떻게 설계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도 서울 신림동 반지하 참사, 강남역 침수 이후 저류조와 빗물저류터널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심에는 ‘빨리 빼내는’ 관로 중심의 그레이 인프라가 있다.


실제로 물을 흘려보내는 하수관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불투수면으로 뒤덮인 도시는 빗물이 스며들 틈을 주지 않는다. 침투하지 못한 빗물은 곧바로 유출되고, 단시간에 하수관을 넘쳐서 도시를 잠근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 한, 홍수는 설계 실패의 산물이 된다.


세계의 홍수 대비 전략은 공통적으로 스폰지 도시 개념과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을 중심에 둔다. 빗물정원, 투수성 포장, 옥상녹화 같은 분산형 시설이 도시 표면 곳곳에서 빗물을 흡수하고 저장해 하수관의 부담을 줄인다. 물을 자원으로 관리하고, 땅이 다시 물을 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의 도시도 이제 관로와 펌프의 용량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 저영향개발을 의무화하고, 불투수면에는 비용을 부과하는 경제적 설계를 도입해 토지 이용의 철학 자체를 바꿔야 한다. 물 순환을 회복하라는 주문은 곧 도시의 설계를 바꾸라는 요청이다. 그것이 재난을 막는 시작이 될 것이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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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l 07

'스폰지 도시'라는 개념도 흥미롭고 이를 2013년 중국정부가 공식화 했다는 게 자극이 되네요. 중국도 우리랑 비슷하게 기후악당국에 분류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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