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훈의 국가와 돈 | ①기후위기는 환경위기와 경제위기 - 합리적 의사결정과 공유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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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6월 19일
2025-04-17 문태훈
기후위기는 중앙과 지방의 모든 부처가 최우선해서 대응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기후위기의 대응 정책으로는 정부의 규제, 시장 기능을 이용한 환경세 부과 등 경제적 유인책, 사회적 비용 최소화 정책, 공유재 관리를 위한 주민의 참여와 협력 등 다양하다.

문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에서 1992년 행정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연구원에서 1994년 1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5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해 2023년까지 재직했다. 정년 퇴직 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 대통령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UN SDSN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생태전환지원재단 이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산과자연의 친구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2016), 한국환경정책학회장(2020),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학회장(2003),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5),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18)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방자치』(2022, 공저), 『시스템 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환경정책론』(1997)이 있으며, 「도시별 지속가능성 비교연구」, 「지방정부의 환경행정 역량 평가모델」, 「기후정책과 부문별 영향 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량적 분석과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환경정책 이론은 지역 정책 수립과 학술적 토대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
지구 부피의 1%도 안 되는 공기와 물이 오염된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는 광활한 우주를 항해하는 난공불락의 거대한 우주선과 같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46억 번의 공전과 1670억 번의 자전을 해오고 있다. 매일 음속보다 빠른 초속 465m의 속도로 자전하면서, 매년 태양을 시속 10만7천㎞, 음속의 80배가 넘는 속도로 공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구는 매우 연약한 생명체의 우주선이기도 하다. 지구의 생명 유지 장치인 물과 공기의 부피를 바닷물 비중으로 계산하여 지구 부피와 비교하면 물은 지구 부피의 0.12%, 대기는 0.39%에 불과하다. 지구상의 물은 97%가 바닷물이고 인간과 육지 동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은 3%에 불과하다. 그나마 민물의 77%는 빙산이고, 22%는 지하수이며 인간과 동물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표수는 민물의 1%에 불과하다. 지구 부피의 1%도 되지 않는 공기와 물이 오염되거나 훼손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치명적인 위기에 처하게 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도 그렇다.
공유의 비극, 규제와 세금과 지원 정책으로
기후위기는 환경위기이고 환경위기는 경제위기와 직결된다.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총체적이어서 도시, 농촌, 자연 생태계, 사회 정치, 경제에 엄청난 교란과 피해를 가져온다. 이런 연쇄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환경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공유의 비극” 때문이다. 공유의 비극은 가렛 하딩(Garrett Hardin, 1915~2003, 미국)이라는 생물학자가 환경문제의 근본 원인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예이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을 초지에 가축을 길러 시장에 내다 팔면서 생계를 잇고 있다. 공유의 초지이므로 가축을 더 많이 길러 시장에 팔면 수입이 커지게 되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가축의 수를 늘리기 시작한다. 과도한 방목으로 초지가 망가진다고 해도 손상된 초지를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안다. 따라서 사람들은 방목하는 가축의 수를 계속 늘리려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으로 점점 더 많은 가축을 초지에 기르게 되고, 결국은 초지가 완전히 망가져서 마을 사람들 전체가 같이 망하는 공유의 비극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이 집단 차원에서는 다 같이 망하는 공유의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한 집에서 초지에 기를 수 있는 가축의 수를 제한하거나, 한 마리 당 초지 이용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다. 한 집 당 방목하는 가축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일종의 규제이고, 한 마리당 방목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부담금이나 세금으로 경제적 유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으로 미시적 정책에 해당한다. 또 다른 방법은 마을의 축산업을 촉진하도록 정부가 돈을 지원하여 초지의 규모를 대폭 늘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세금으로 거둔 돈을 마을이나 지역의 축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정책으로 정부 자원을 집단이나 지역에 분배하는 일종의 분배정책으로 볼 수 있다.
기후위기, 피구의 '환경세' 접근
기후위기 역시 전형적인 공유의 비극 문제이다. 값싼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커지는 합리적 선택이므로 정부의 강제적 규제나 세금 같은 경제적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으면 공유지의 주민들이 다 같이 망하는, 국제적인 공유의 비극이 불가피하게 된다.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구(Arthur Pigou, 1877~1955, 영국)는 오염의 원인자가 생산하는 제품에 환경세를 부과할 것을 주장하였다. 공짜로 쓰는 깨끗한 공기나 물이 오염될 때 오염물질의 배출량이나 생산되는 재화의 양에 비례하여 환경세를 부과하면 오염이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고 동시에 자원의 최적배분이 달성될 것이라 주장하였다. 환경세는 이를 주장한 피구의 이름을 차용하여 피구세(Pigovian tax)라고도 한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피구세를 환경오염을 근절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간주한다.
기후위기는 '사회적 비용'의 문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날드 코어스(Ronald Coase, 1910~2013, 영국)는 환경오염 원인자 책임을 전제로 하는 피구세를 비판한다. 환경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염의 원인자가 환경세를 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염의 피해자가 오염을 발생시키는 공장에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황당한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빵 공장과 병원이 바로 곁에 있어서 빵 공장 소음 때문에 병원이 환자를 더 볼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자. 피구식의 접근은 원인자 책임이기 때문에 빵 공장이 병원에 소음 때문에 치료하는 환자수의 감소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코어스는 이런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빵 공장이 병원의 피해를 보상하는 피구세는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정책은 사회적으로 볼 때 끼니를 잇는 빵의 생산이 중요한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역할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선택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적의 자원 배분을 위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
기차가 달리는 철도 주변에 심어 놓은 농작물들이 기차 바퀴와 철로의 마찰로 발생하는 불꽃으로 농작물이 불에 타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자. 피구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원인자인 철도회사가 농작물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농작물에 대한 보상이 철저하게 이루어질수록 보상 전에는 토지 생산성이 낮아 농작물을 심지 않던 곳에도 농작물을 심고 보상비를 받게 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게 된다. 배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철도회사가 결국 노선을 폐쇄하거나 망하게 된다면, 이것이 피구세가 과연 바라는 결과였는지 코어스는 묻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선택의 문제, 즉 피구세를 발생시키는 철도노선의 폐쇄가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과 농작물의 훼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중 어느 것이 큰 지에 따라 결정해야 할, 최적의 자원 배분을 위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우리는 주변에서도 많이 본다. 어떤 지역이 개발 예정지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없던 땅에 온갖 비싼 작물들과 나무, 날치기 건조물들이 들어선다. 보상비를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자원배분이 경제적으로 최적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코어스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비현실적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선택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적 비용을 치뤄야 할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용의 지불이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 대안의 사회적 비용이 더 큰 지에 따라 사회적 비용이 적은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에 의한 공유자원 관리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공유자원을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정치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1933~2012, 미국)은 정부가 공유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개입하는 정부의 규제정책이나, 환경세 부과를 통한 경제적 유인책이 아닌 주민들의 자치 조직과 공유자원의 사용방식을 주민들 스스로 만들고 이를 주민들이 감시, 관리하면 구태여 정부와 시장기구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공유자원을 향유하고 보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우에 따라 주민자치를 위한 사용방식과 공유자원의 적정 사용량에 대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면 관련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필요한 연구와 행정적 지원을 일부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유자원의 이용이나 관리에 대한 규칙은 주민 자치조직에 의하여 스스로 운영된다. 엘리너 오스트롬은 성공적인 주민자치의 방식으로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세계의 여러 성공적인 사례들을 관찰하고 조사하여 주민자치에 의한 공유자원 관리의 성공적인 조건과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모든 부처에서 최우선 대응해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은 정부의 규제정책, 시장 기능을 이용한 환경세금의 부과 등 경제적 유인책,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위한 정책의 채택, 공유재 관리를 위한 주민자치에 기반한 자발적 참여와 협력 등 다양한 방식에 기반한 정책들을 활용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난제로 정부의 모든 정책 영역에서, 중앙과 지방의 모든 부처에서 최우선 순위의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급한 문제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과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최대한 집중적으로, 빠르게 동원하여 투입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기후위기는 그 위해의 크기가 크고 광범위하며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환경위기, 경제위기, 정치위기, 사회위기와 직결되면서 삶의 위기를 동시에 촉발하기 때문이다.



![[사설] 대통령의 기후미션](https://static.wixstatic.com/media/c15d53_aa0897d6c8ac4d25a036c555702946a4~mv2.jpg/v1/fill/w_489,h_301,al_c,q_80,enc_avif,quality_auto/c15d53_aa0897d6c8ac4d25a036c555702946a4~mv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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