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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끝장난 바다 | ① 갈림길에 선 해양, 다른 바다도 알아야 한다

2025-04-24 제종길

우리 바다인 서해, 남해, 동해의 해안과 수괴 특징을 살펴보고, 제주도 인근의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열대 바다에서 살던 산호의 출현과 백화현상, 산호초 주변에 갈조류 군락이 사라지는 해양 생태계의 위기를 살펴본다. 우리 바다와 일본 온대 해역, 인도-태평양 웜풀의 해수온 변화와 생태계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조사가 시급함을 말한다.


제종길 박사는 건국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해양학자이다. 1984년부터 약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을 창설했고, 2014년에는 제13대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어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주도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2019~2021),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21)을 지냈으며, 현재는 (사)도시인숲 이사장과 수중환경과학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2002),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이 있으며, 해양과 도시의 생태적 상상력을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다가 끓고 있다


기후변화는 누구나 다 안다. 기후변화 관련 단어를 신문 기사에서 찾아보았다. 2020년 이후 가장 자주 언급되는 문구는 ‘파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나아가 온난화 즉, “뜨거워진다(warming)”가 “끓는다(boiling)”로 최근 바뀌고 있다. 입장 차는 있지만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의 분기점인 기온 “1.5℃를 넘어섰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미 늦었다는 분위기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2005년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대비와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이후 네 정부가 지나는 동안 아무런 괄목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없다는 점이 한계였다. 해양은 그야말로 끓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섬나라보다는 낫다지만 이대로 간다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새 정부가 나서면 이 문제에서 진취적인 자세로 정책을 마련할 것을 마지막 희망처럼 기대하며 글을 쓴다.


우리 바다에 대한 진단이 시급하다


그러면 그동안 “왜?” 그랬을까. 한 마디로 탐욕과 무지 때문이다. 특히 해양을 더 모르고,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해양과 관련된 학과 출신이 아니라면 바다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없다. 바다에서 생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있는 기술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염, 간척과 매립,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 등에 잠시 관심이 집중되었다가도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문제로 치부해 왔다. 지구상에서 생물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바다도 민감하다. 바다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생물자원 일부는 이미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며, 수많은 연안과 습지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여러 해역은 이미 죽은 바다가 되어 사람들의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조차도 기후변화가 위기로 다가오기 전 이야기이다. 기후변화는 총체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제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곁으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협은 해양의 근간을 흔들고 지구에 있는 모든 바다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 순환은 해양을 제외하고는 단 하나도 일어날 수가 없다. 기후와 관련해서는 절대적이다. 즉 해양의 상태가 전 지구의 기후를 좌우한다는 데 과학자들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다만 기후변화에서 해양과 기후 중 무엇이 종속변수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저감하고 완화하는 해양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수온 상승의 속도를 줄이고 탄소 저감이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데, 해양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도시어부’나 ‘섬에 살기’, ‘바다 먹거리’에 집중된 사이에 바다는 문제가 전혀 없는 듯이 각인되고 있다. 그렇게 20년의 허송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에 우리 바다는 중병을 앓게 되었다. 해양 전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하고, 그리고 나서 우리 바다에 대한 진단이 시급하다.

2024년 8월 제주해협의 수온이다. (바다타임닷컴(www. badatime.com)에서 발췌함.)
2024년 8월 제주해협의 수온이다. (바다타임닷컴(www. badatime.com)에서 발췌함.)

하나의 해양, 'One Ocean'


바다는 늘 신비하고 자원이 풍요로운 곳으로 알아 왔다. 오염이 되고, 습지가 파괴되어도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늘 있다고 생각한다. 바다는 넓고 깊다.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육지 평균 해발은 약 840m이고, 해양의 평균 수심은 약 3800m이다. 해양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한 곳이 망가지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해양 교육이나 해양환경 보전 활동을 전개하는 이들은 ‘하나의 해양(One Ocean)’을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교과서와 논문에 나와 있는 이야기로만 부족하다. 현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우리 바다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도와 다른 나라의 바다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이 글에서는 25번에 걸쳐 글로 풀은 현장 방문기와 진단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몇 개의 뚜렷한 특성을 가진 수괴들이 존재하고 수괴 위치와 이동 정도에 따라 지역 미세 기후뿐 아니라 생태계와 수산자원의 생산량 그리고 새로운 생물들의 등장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해역의 생물다양성의 크기도 달라진다.

북태평양의 해류. 다음 연구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북서태평양 표층 해양학은 Gallagher et al.(2009)에서 발췌했다. 200마일 대륙붕 경계 수심은 등고선이 표시되어 있다. 연평균 등온선 값은 Locarnini et al.(2006)에서 인용했다. 북태평양 해류는 Inoue(1989) 등에서 가져 왔다.
북태평양의 해류. 다음 연구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북서태평양 표층 해양학은 Gallagher et al.(2009)에서 발췌했다. 200마일 대륙붕 경계 수심은 등고선이 표시되어 있다. 연평균 등온선 값은 Locarnini et al.(2006)에서 인용했다. 북태평양 해류는 Inoue(1989) 등에서 가져 왔다.

서해, 동해, 남해가 서로 다르다


우리 바다의 서해는 최고 수심이 99m에 불과하다. 약 8000년 전만 하더라도 강의 하구이거나 육지였다. 해안선이 매우 복잡하고 해안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최대조차가 전 세계에서 상당히 큰 곳 중 하나로 인천 부근은 무려 10m에 육박한다. 조차는 남쪽으로 갈수록 작아진다. 우리 해안은 큰 강의 하구가 많아 퇴적물 공급까지는 잘되니 갯벌이 발달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지녔다.

동해는 정반대다. 우선 조차가 1m 전후로 아주 작고 해안선도 단순하고 경사도 가파르다. 서해와 같은 갯벌은 존재하고 모래 해안이 발달해 있다. 동해는 최고 깊은 곳의 수심이 4000m가 넘고, 해류 순환이 있는 등 ‘수괴 구조(water mass)’가 대양과 유사해 ‘미니 대양(ocean miniature)’으로도 불린다. 해저의 수온은 빙점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수표면과 얕은 곳을 제외하면 동해 자체가 커다란 냉수괴인 셈이다. 동해와 태평양이 직접 통하는 해협이 세 곳이 있는데, 이곳들의 수심이 200m 전후로 낮아 소통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남해는 물리적으로는 두 바다의 중간적인 특성을 가진다. 조차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는데 해안 경사도나 해안선의 굴곡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확실하게 다른 점은 해안을 제외하고는 전 수층에 걸쳐 난류가 지난다는 점이다. 바로 구로시오의 지류인 대마난류다. 열대 해역에서 발원해 북상하는 해류이니만큼 두 바다에 비해 수온이 높고, 따라서 염분도 살짝 높은 편이다.

갯벌은 한국 서해의 대표적인 이미지이지만 주변 생태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산호초 생태계와 유사하다. 사진_신안군
갯벌은 한국 서해의 대표적인 이미지이지만 주변 생태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산호초 생태계와 유사하다. 사진_신안군

제주 바다, 돌산호류의 출현과 수온 상승


제주도 주변 바다에도 대마난류가 지나간다. 이 난류는 열대와 아열대로부터 열뿐만 아니라 생물 요소들도 운반한다. 일부 생물들에게는 제주도가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지난 30여 년간 제주 바다에서 산호초를 구성하는 조초산호류는 아니지만, 따뜻한 바다에 살던 돌산호류가 제주 바다에 정착한 것이 목격되었다. ‘단풍돌산호류(Montipora 속)’라고 불리는 종들로 바위에서 자라던 기존의 해조류를 밀어내고 표면을 덮어씌우면서 적응했다. 해조 숲이 사라지는 등 수중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제주환경일보(2022)’는 남쪽 바다에서 과거 30년(1961~1990) 대비 최근 10년(2011~2020) 동안, 평균 수온은 15.9℃에서 16.9℃로 1℃ 올랐다고 했다. 또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1989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해수면이 연평균 4.26mm가 상승해 전국 평균인 2.97mm를 크게 넘어섰다고 했다(‘제주 뉴스, 2022’에서 인용). 이래서 돌산호류의 등장과 수온 상승을 연계해서 생각하게 된다.

제주 바다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단풍돌산호와 갈조류인 감태군락이 함께 있으나, 산호가 해조류 부착 기반을 잠식하고 다른 저서동물의 서식기반을 없앨 것이다. 사진_김방일, 20여 년 전 서귀포 주변 해역
제주 바다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단풍돌산호와 갈조류인 감태군락이 함께 있으나, 산호가 해조류 부착 기반을 잠식하고 다른 저서동물의 서식기반을 없앨 것이다. 사진_김방일, 20여 년 전 서귀포 주변 해역
제주도 숲섬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바위에 부착했던 아열대산 돌산호들이 수온 상승으로 폐사한 것인데 다 흰색으로 변했다. 사진_강동완
제주도 숲섬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바위에 부착했던 아열대산 돌산호들이 수온 상승으로 폐사한 것인데 다 흰색으로 변했다. 사진_강동완
열대 해역에서도 직벽은 산호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나타나며 온대해역 직벽 서식 종과는 비교 연구가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탐사 중에 곳곳에서 제주 바다에 사는 종들을 발견하곤 했다. 사진_ 장필순 / 장소 데라완 군도
열대 해역에서도 직벽은 산호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나타나며 온대해역 직벽 서식 종과는 비교 연구가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탐사 중에 곳곳에서 제주 바다에 사는 종들을 발견하곤 했다. 사진_ 장필순 / 장소 데라완 군도

일본 온대 해역과 적도 부근 '인도-태평양 웜풀'의 변화도 살펴야


해양 생물 특히 조초산호가 열대에서 온대 해역으로 올라오는 일은 지구의 긴 역사로 볼 때는 자주 있었던 일이다. 아주 오래전 몇백만 년을 주기로 반복되던 간빙기와 빙기의 주기에서의 북상과는 이번에 제주에서 확인된 돌산호 출현의 원인이 다르다. 이번 해수온 상승과 산호의 등장은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이고,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제주도(북위 33.1°∼33.3°)보다 고위도인 쓰시마(북위 34.2°)와 이키노시마(북위 33.8°)에는 이미 전형적인 조초산호인 아크로포라(Acropora) 속 산호초가 출현했다. 현장 관찰로도 확인했다. 산호초의 이동은 간빙기에는 약 북위 31°(일본의 규슈의 남단 도시 가고시마의 최남단 지점)까지 전진하였고, 빙기에는 북위 25°(미야코지마 부근)까지 후퇴를 거듭하였었다. 빙기에는 쿠로시오의 강도가 약하여 대한해협이나 일본 주변 해역의 수온까지 높이진 못했다. 일본의 온대 해역의 변화를 자세히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구로시오는 ‘북태평양 아열대 순환류(North Pacific Subtropical Gyre)’ 중 하나로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해수온이 높은 적도 부근의 수괴 ‘인도-태평양 웜풀(IPWP, Indo-Pacific warm pool)’과 연결되어 있다. 수괴의 수온이 차츰 높아지고 그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니 제주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이 다른 해역보다 빠른 이유가 웜풀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변화는 태풍 등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날 기상재해와도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 상무성 해양대기국(NOAA)에서 측정한 인도-태평양 웜풀의 변동을 두 시기를 나누어서 비교했다. 자료_Roxy et al.(2019)
미국 상무성 해양대기국(NOAA)에서 측정한 인도-태평양 웜풀의 변동을 두 시기를 나누어서 비교했다. 자료_Roxy et al.(2019)

연안에서 갈조류 군락이 사라지고 있다


해수온 상승은 열대 해역의 산호초에 백화현상을 일으켜 괴멸시키고 있으며, 이를 피해 산호와 공생하는 미세조류가 온대 해역으로 북상하는 것이 여러 연구자에 의해 관찰되었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원의 연구원들은 북상 속도와 새로운 산호초 형성에 관한 연구를 2000년대 초부터 시작했다. 제주도를 비롯한 온대 해역에서 전복과 소라 등 초식자의 먹이가 되는 갈조류 서식밀도가 빠르게 줄고 있음도 확인된다. 물론 큰 유용 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이 틀림없다. 제주도 주민이자 해조류 전문가인 강성찬 박사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도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이나 수중 암반에서는 아직 감태 등이 잘 버티고 있는데 도시나 큰 마을 연안에서 갈조류 군락을 이미 보기 힘들다.”고 했다. 도시에서 배출되는 유기물이 수온 상승에 영향을 가중시켰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한다. 대마도와 이키노시마는 제주도보다 더 심각한 상황임을 현장 수중 관찰과 어민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이 산호초는 이상적인 것은 아니나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산호초는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잘 받아야 하는 미세조류들과 함께 살아가므로 수평을 유지한다. 산호의 가지는 물고기들의 피난처이자 먹이를 구하는 장소이다.  산호초가 사는 곳은 물이 맑아야 하므로 육지와 사이에 맹그로브숲이나 잘피밭과 같은 식물이 분포하여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여러 이물질을 여과하거나 침전시켜야 한다. 사진_장필순, 데라완 해역
이 산호초는 이상적인 것은 아니나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산호초는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잘 받아야 하는 미세조류들과 함께 살아가므로 수평을 유지한다. 산호의 가지는 물고기들의 피난처이자 먹이를 구하는 장소이다. 산호초가 사는 곳은 물이 맑아야 하므로 육지와 사이에 맹그로브숲이나 잘피밭과 같은 식물이 분포하여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여러 이물질을 여과하거나 침전시켜야 한다. 사진_장필순, 데라완 해역

산호초가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2년에 일본 학자들은 대마도에서 산호초를 발견했다. 최북단 산호초의 기록이 이키노시마로부터 쓰시마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산호초는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었으나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대마도의 산호초는 ‘파비아(Favia) 속’의 산호다. 이 종류는 열대의 전형적인 종인 ‘아크로포라(Acropora) 속’과는 생태가 다르다. 발견된 지 5년이 지난 2017년에는 산호초를 처음 발견한 일본 국립환경연구원 소속 ‘야마노 히로야(山野博哉)’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했다. “최근 오키나와의 조초산호는 기온이 낮은 바다로 피신해 서식지 범위를 규슈, 시코쿠, 혼슈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젠 피난처에 있는 산호초가 위협받고 있다. 상황은 심각하다.”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여 전 세계 산호초가 백화현상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던 때였다.

류큐대학교 연구진들이 대만과 가까운 이시가키시마(石垣島) 인근이자 미야코지마와도 가까운 ‘세키세이 라군(石西礁湖)’에서 한 조사에서 라군의 90% 이상이 백화현상을 겪었다고 썼다. 절반 이상이 죽은 2016년 이후 최악이었다고 했다(요미우리 신문, 2022). 2023년 10월 저자가 방문했던 미야코지마에서 일본 최대의 ‘산호초 야비지(야에간세 八重干瀬)’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15번 다이빙하였는데 완전하게 건강한 산호초는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모랫바닥에 있는 작은 바위에 막 자라나는 건강해 보이는 어린 조초산호들은 여럿 보았을 뿐이다. 백화현상을 겪고 살아난 산호들은 시련을 더 잘 견딘다는 문헌이 보았다.

대마도에서 나타난 조초산호인데, 바위 표면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더 이상 수중에서 채취작업을 할 수 없다. 이후 대마도 전체에서 전복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_김성훈
대마도에서 나타난 조초산호인데, 바위 표면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더 이상 수중에서 채취작업을 할 수 없다. 이후 대마도 전체에서 전복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_김성훈

올 여름, 우리 바다가 걱정이다


정말 큰일이 났다. 전 세계 바다가 펄펄 끓는다고 해야겠다. 2024년 여름은 2023년보다 더 높았다. 해수온 관측 역사상 최고라고 한다. 제주 남쪽 바다도 심각했다. 제주해협(제주도와 전라남도 사이의 수로)의 수온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한여름인 8월의 수온이 25일간 30℃가 넘었고, 9일간은 31℃가 넘었으며, 그중 이틀은 32℃에 다다랐다. 측정한 곳이 제주도 북쪽 바다임을 감안하면 남쪽 바다는 한 달 내내 31℃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1℃는 차이가 난다. 수중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강동완 씨의 페이스북에 적은 아랫글을 보면 더 실감이 난다. “너무 다른 제주 바다의 모습을 보았다. 올해 처음으로 수심 10m에서도 최고 30℃에 달하는 수온이 나오면서,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 사는 돌산호류들은 백화현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었다.” 이들 돌산호는 열대 해역에서 북상한 종이다. 지난해엔 서해에서 바지락이 떼죽음을 당한 일도 있었다. 올여름이 걱정이다.


우리 바다를 알려면 주변 온대, 아열대, 열대 해역의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에 저자는 인도네시아 데라완 군도에서 수중탐사를 하고 있었는데 열대 바다도 기간 내내 수표면 수온이 30℃가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심해와 순환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데라완 군도(Derawan Islands)’도 웜풀이 있는 곳이지만 지구상에서 해양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산호 삼각지대이다. 이 다양성을 유지하는 비밀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곳에서 먼 제주 바다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바다의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주변의 온대 해역과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자세히 추적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 바다의 해양 생태계와 환경뿐 아니라 경제와 삶과도 직결되어 있어서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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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May 02

있을 때 잘해야 된단 말이 절감되는 글 같습니다. 너무 늦은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라도 해나가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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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Apr 29

우리나라는 반도국가이고 세계 10위 다도국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넘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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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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