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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풍경ㅣ나의 대선 후기

2025-06-13 최은

2002년 이후 20년간 여야 표심이 5:5로 팽팽했듯, 이번 선거도 "내란 심판" 특성에도 50% 득표율 달성 실패로 이어졌다. 선거는 계급·세대·지역이 충돌하는 '평화적 내전'이며, 균형 유지를 위해선 공정한 심판(언론·사법)과 사술(邪術) 차단이 필수다. 언론은 기득권화되고, 사법부는 자정능력 상실 우려가 커졌다. 특히 극우파의 혐오 기반 '정체성 정치'와 가짜 뉴스는 체제를 위협한다. 청년층 극우화를 방치하면 안 되며, 법적 제재도 필요하다.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드디어 대선이 치러지고, 이미 새 정권이 가동되고 있다. 대선의 의미, 경과, 결과에 대해서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얘기를 했기에 굳이 덧붙일 게 있을까. 더군다나, 새로 출범한 정부가 맞닥뜨린 여러 과제에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을까. 특히 기후 환경을 둘러싼 시급한 현안들이야말로 우리 매체가 집중할 문제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짧게 대선 이야기 몇 가지만 언급해 보겠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 국내 정치에 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2025년 6월 4일 국회에서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_위키커먼즈
2025년 6월 4일 국회에서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_위키커먼즈

앞으로 20년 역시 민심은 다르지 않을 듯


6.3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에 평소 존경하는 선배와 친구들 모임 몇 곳에 얼굴을 비추었다. 아무래도 때가 때인지라, 선거 전망, 특히 득표율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거의 대부분, ‘내란 심판’이라는 선거 특성,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 힘’, 제 3후보로 이준석이 갈라먹는 표 등의 영향으로 이재명 후보의 득표가 50%를 넘으면서 2위 후보에 10% 이상 이기지 않을까라는 전망들이었다. (본인만 5% 언저리로 1번 후보의 당선을 예견해서 역시 비관론자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쩌면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고, 여론조사에도 부합하는 전망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아마도 내란이 벌어진 작년 12월에 근접하는 시점에서의 선거였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우리 민심은 지난 20년간 치러진 선거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앞으로의 20년 역시 그럴 것이다.


이명박이 당선된 지난 17대 대선을 제외한다면 16대 대선이 치러진 2002년 이후 5번의 대선에서 여야는 언제나 5대5의 팽팽한 싸움을 해 왔다. 노무현 대 이회창 (48.91 대 46.58), 박근혜 대 문재인 (51.55 대 48..02)의 양자 대결 뿐만 아니라 진영간 대결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했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 역시 문재인+심상정(41.08+6.76) 대 홍준표+안철수+유승민(24.03+21.41+6.76)으로 보자면 역시 5대5에 근접한 결과였다. 20대 대선과 이번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거는 '평화적인 내전'


흔히 선거라는 행위를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로 찬양하지만, 사실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평화적인 내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계급과 지역과 세대와 종족과 인종(우리는 다행히 종족과 인종문제는 겪지 않지만)이 총 결집하여 상대에게 종이로 된 탄환을 발사하는 전장이 선거행위라 해도 무방하다. 다만, 규칙을 지키고, 진 자를 짓밟지 않고, 서로를 혐오하지 않는 것 정도가 우리가 이 민주공화국의 ‘갸우뚱한 균형’을 유지하는 토대일 것이다.


언론과 사법의 공정한 심판


3년 만에 간신히 회복한 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결국 중요한 것은 경기의 심판이 공정해야 하며, 경기를 뒤흔들기 위한 사술(邪術)을 제어해야 한다. 

첫째로, 공정한 심판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가? 언론과 사법이 바로 민주공화국의 공정한 심판이다. 물론 말 그대로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언론이란 참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 이미 기득권 중앙에 똬리를 튼 언론사주는 차치하더라도 일선을 담당하는 기자들 역시 과거와 많이 다르다. ‘기레기’라는 멸칭은 하기 싫지만, 많은 기자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추적하거나,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세간의 평대로, ‘SKY’학벌에 강남에 주소를 둔 기자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인지. 어쩌면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기대를 접고 ‘독립언론’이나 ‘대안언론’을 지키고 살리는 것이 나은 것인가.


사법부 역시 과거의 결기나 기백이 사라진 ‘사법공무원’화되고 있다는 게 많은 사람의 우려다. 비록 ‘조희대의 난’은 진압되었다지만, 사법부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일군의 인사들은 여전하다. 그들 중 일부는 분명히 내란과 관련 있는 권력 카르텔의 일원이다. 특검을 통해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겠지만, 임박한 ‘검찰개혁’과 더불어 사법부 스스로 자정(自淨)하지 않는다면,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체제가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해치지 않으면서 제도를 개선하고,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면, 공정한 심판자로서 사법부의 권위는 바로 서지 못할 것이다.


혐오와 차별에 근거한 '정체성 정치'가 바로 '사술'


둘째로, 경기를 뒤흔들기 위한 사술(邪術)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의도적인 왜곡과 기만에 근거한 가짜 뉴스와 댓글 공작. 세대 간, 성별 간 갈라치기를 통한 정치적 이득 획득. 혐오와 차별에 근거한 ‘정체성 정치’는 우리 체제를 좀먹는 사술(邪術)이다. 이미 여러 번 칼럼을 통해 지적했듯, 더 이상 극우파 파시즘의 준동은 회피하거나, 방치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10대와 20대 청년층 일부에서 나타나는 극우화 경향들을 어찌할 것인가. 단지 ‘키보드 워리어’라던가, 그들만의 놀이로 치부하면서,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방법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은 너무나 순진한 착각에 빠져 있다. 명백한 혐오에 기반한 파시즘에 대해 우리 사회는 분명히 답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그들이 더 이상 이 판에 끼어서 뒤흔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가 할 일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났듯, 우리는 명백히 분열되어 있다. 계급과 지역으로 나뉘어 있고, 세대와 성별로도 나뉘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봉합이나 타협이 아니며, 공정한 심판을 세우는 것, 경기를 뒤엎으려는 사술(邪術)을 제어하는 것 만이 ‘갸우뚱한 균형’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지속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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