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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포럼 | 숲은 탄소 저장고입니다

최종 수정일: 5월 4일

 

기후변화로 삶의 역사가 변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비가 내리는 날에 촬영한 경주 석빙고의 사진입니다. 석빙고는 겨울에 두껍게 얼어붙은 강의 얼음을 잘라서 저장해 두고, 여름내 쓰기 위해 만든 시설입니다. 석빙고는 1738년에 만들어졌으니 불과 300년도 안된 시설입니다. 300년 전에는 강이 두껍게 얼고, 그 얼음을 가져다가 여름내 쓸 정도로 겨울이 추웠습니다. 올해 겨울이 많이 추우신가요? 이제 경주의 겨울은 강을 두껍게 얼릴 정도로 춥지는 않습니다. 서울의 겨울도 한강을 얼리고 서빙고를 채울 만큼 춥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곁의 숲과 바다가 변하고 있고, 우리의 여름과 겨울이 변하고 있습니다.


​땅속에 있던 탄소가 인간에 의해 공기 중에 나와 온실가스로 변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증가를 꼽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간 빠른 속도로 숲을 베어내고, 습지를 매립하고, 그 곳에 도시를 세웠습니다. 숲과 습지에 저장돼 있던 탄소는 대기 중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석탄과 석유를 꺼내 태웠고, 이를 통해 열과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화석연료에 저장돼 있던 탄소들 또한 대기 중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지표면과 지하에 저장돼 있던 탄소들은 인간의 활동을 통해 기체의 형태로 대기 중을 떠다니게 됐고, 이러한 온실가스들은 천천히 기후의 균형을 깨뜨렸습니다. 지구 전체의 온도를 상승시킴으로써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고, 계절을 바꿨으며, 태풍과 홍수, 폭염과 산불 같은 재난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지구 수준의 열평형을 교란시키고, 바다를 산성화시키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했습니다. 이것이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현상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는 고통받고 있으며, 인간의 삶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숲은 탄소 저장고입니다


숲은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적인 탄소흡수원입니다.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은 탄소를 기반으로 한 거대 생명체입니다. 나무 뿐 아니라 숲 속의 모든 생명체와 낙엽, 토양까지 탄소를 저장합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같은 단순한 구조의 탄소를 녹말이나 셀룰로오즈, 리그닌 같은 복잡한 구조의 탄소로 바꿔 거대한 줄기와 뿌리, 잎의 구조를 만듭니다. 나무가 크게 자란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숲에 저장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숲의 나무들을 크고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임과 동시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온실가스를 숲에 묶어둠으로써 기후변화를 저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을 지키고, 젊은 숲이 계속 성장하면서 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숲에서는 살아있는 나무 이외에도 많은 존재들이 탄소를 저장합니다. 타이가(taiga) 또는 북방수림(北方樹林, boreal forest)이라고 불리는 숲은 러시아나 캐나다에 넓게 분포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육상 생태계이고, 세계 숲의 29%를 차지하며, 비교적 잘 보전돼 있습니다. 이 숲은 대체로 온도가 낮기 때문에 미생물의 활동이 더딥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커다란 나무가 쓰러진 뒤 100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분해됩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동식물과 미생물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숲의 바닥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나무의 뿌리와 줄기, 가지와 잎의 많은 부분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식물이 저장한 탄소는 동물에게 먹히거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이산화탄소와 같은 단순한 구조의 탄소로 바뀝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복잡한 탄소를 만들고, 미생물은 소화와 호흡을 통해 단순한 구조의 탄소를 만듭니다. 탄소는 생태계 안에서 이렇게 순환합니다.


이산화탄소를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극동러시아의 타이가에서는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우점하는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 나무들은 물과 양분은 충분하지만 빛이 모자란 숲의 바닥에서 오랫동안 그늘을 견디며 숲의 틈이 생기기를 기다립니다. 위층을 차지한 큰 나무가 죽거나 바람에 쓰러져, 숲의 하늘에 틈이 생기면 어린 나무는 크게 자라 위쪽 공간을 차지합니다. 그렇게 침엽수림은 아주 오랫동안 타이가의 넓은 땅을 지켜 왔습니다.

타이가의 연 강수량은 200~700mm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일 정도로 비가 적게 내립니다. 극동러시아나 만주에 가까운 지역은 조금 더 비가 많이 오지만 한반도에 비해서는 비가 적게 내리는 편입니다. 그러나 숲의 바닥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타이가 같은 고위도 지역의 숲은 태양광량이 충분하지 않고 기온이 낮아 물이 잘 증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증발하는 물의 양이 강수량보다 적어 습지가 많고,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습지 주변에는 모기를 비롯해 연약한 피부를 괴롭히는 수많은 곤충들이 끝없이 날아다닙니다.





타이가의 숲에 산불이 나서 침엽수 숲이 불타버리고 나면 자작나무류들이 빠르게 그 공간을 차지합니다. 한동안 그곳은 자작나무와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우점하는 숲이 됩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숲 바닥의 그늘을 잘 견디는 가문비나무와 분비나무에게 천천히 공간을 내어주고 다시 침엽수림으로 돌아가는 천이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타이가의 숲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타이가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증발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숲은 점점 건조해지고, 습지는 사라져갑니다. 침엽수림은 송진을 잔뜩 머금은 거대한 연료 창고로 변해버렸습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타이가의 숲에 산불이 시작되면 끌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세계산림감시(Global Forest Watch, GFW)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산불로 가장 많은 숲을 잃어버린 나라는 러시아이며, 다음은 캐나다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0년간 매년 25,400km2의 숲을 잃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면적 4분의 1 정도입니다. 지난 20년간 러시아에서만 남한 면적의 5배가 넘는 숲이 사라졌습니다.





불타서 사라진 숲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되어 대기를 떠돌면서 지구 전체의 열평형을 교란하게 됩니다. 나무만 불타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숲 바닥에 있는 나뭇잎, 나뭇가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통나무들 모두가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산불이 나면 함께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 중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더 크고 더 넓은 숲을 만들어감으로써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또한 뜨거워진 지구에서 더 자주 발생하게 될 산불의 피해를 줄일 숲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숲을 숲으로 두는 것입니다. 가늠할 수 없이 오랜 시간 동안 타이가의 땅을 지켜온 숲이 앞으로도 그곳에서 숲으로서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사진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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