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유입 | 시장경제가 만든 구조적 침입, 생명윤리 기반의 전환 필요해
- Dhandhan Kim
- 9월 18일
- 4분 분량
2025-09-18 김복연 기자
시장경제의 논리가 외래생물 유입을 유해-무해로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인간에게 ‘이득이 되는가’를 중심으로 생물의 존재를 평가하는 방식은 생명의 본질을 훼손하며, 생물 이동의 관리 역시 통합적이고 생명윤리 기반의 접근이 필요하다. 개별국가의 방역 체계를 넘어서 국제기구를 통한 공적 기준 수립과 감시 체계의 협력이 요구된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선 무역·시장·법이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시장경제가 만든 구조적 침입, 생명윤리 기반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구 곳곳에서 외래생물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서식지에서 자리를 잡은 외래종이 생태계를 뒤흔들고, 토종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며, 인간 사회에는 경제적 피해를 안긴다. 각국 정부는 유입 차단, 격리, 박멸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외래종의 이동은 줄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생물의 이동 문제라기보다,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경제 구조와 인간 중심의 생태 통제 방식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질서,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다

외래생물의 대다수는 자의로 국경을 넘지 않았다. 국제 무역, 운송, 원예 산업, 애완동물 거래 등 시장경제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 존재들이다. 인간은 편리함, 아름다움, 수익성을 이유로 외래종을 들여왔고, 때로는 ‘유용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확산을 조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들이 대부분 생물학적 영향이 아닌 경제성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이라도 식용 가치가 있거나 산업적 용도가 있으면 ‘유해’라는 낙인이 지워진다. 반대로, 생태적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경제적 피해가 크면 ‘퇴치 대상’이 된다. 결국 외래생물이 유해하냐 아니냐는 그 생물이 인간에게 이익을 주느냐 피해를 주느냐에 따라 갈린다. 생명체로서의 존재 의미는 철저히 지워진다.
이러한 기준은 결과적으로 생물 자체의 권리는 무시한 채, 시장의 논리로 생명의 생사여탈권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오늘날 외래생물 유입을 둘러싼 정책과 법제도의 핵심이 검역, 방제, 퇴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침입 생물이 아닌 ‘침입한 경제’

많은 외래종이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이동했는지, 어떤 경로로 옮겨졌는지에 대한 질문은 종종 생략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퍼뜨린 멧돼지, 한강의 붉은귀거북, 남해안의 불가사리 떼 등은 모두 인간의 손을 거쳐 도입되었거나, 산업 구조 속에서 번식이 촉진된 사례다. 자연이 무너진 게 아니라, 경제의 방식이 자연을 침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외래생물 문제는 개별 종의 문제라기보다, 자본의 이동이 생명계를 흔들어 놓은 결과로 봐야 한다. 인간은 생물의 이동을 통제하려 들지만 정작 그 이동의 원인은 인간 활동에 있다. 그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상 유입은 계속될 것이다.
생태계는 관계망이다
생태계는 단일 생물이 아닌, 수많은 생명체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 거대한 관계망이다. 외래종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생물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진화사와 생태적 역할을 가진 생물들이 갑작스럽게 충돌하면서 기존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퇴치’나 ‘박멸’ 중심의 정책은 관계망의 회복이 아닌, 인위적인 제거를 통한 질서 복원이라는 환상을 전제한다. 그러나 자연은 단순한 조립체가 아니다. 하나를 빼면 나머지가 정리되는 구조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존재들 간의 긴장과 협력 속에서만 유지되는 그물망이다.
그렇기에 외래종 유입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계를 복원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생명을 동등한 존재로 보는 윤리적 관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생명윤리, 침입의 시대를 넘어설 유일한 기반

외래생물에 대한 대책은 이제 단순한 방제 수준을 넘어, 윤리적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명윤리는 단지 감성적인 동물 사랑이 아니다. 이는 서로 다른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을 정립하는 것으로, 침입과 통제를 넘어 협력과 상호 인정의 관점을 제시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기구는 외래종 문제를 기술과 통제, 비용 대비 효과의 문제로만 접근한다. 하지만 생물의 이동을 ‘유해성’만으로 판단하는 기준 자체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생태계 전체의 회복력과 다종간의 조화를 중심에 둬야 한다.
‘생태계 보전’이라는 명목 하에 외래종을 몰살시키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 아니면 외래종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다른 형태의 생태 질서를 모색할 수는 없는가? 이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생명관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다.
국제적 통합 기구의 부재, 문제는 구조다
외래생물 문제는 국경을 넘는다. 하지만 이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국제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국제연합(UN) 산하에 생물다양성협약(CBD)이나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International Plant Protection Convention),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 등이 존재하지만, 각자 식물, 동물, 병해충 방역 등의 분절된 틀에 갇혀 있다.
그 결과, 이들 기구 간에는 정보 공유와 정책 연계가 부족하고,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윤리적 기준이나 통합된 규범 체계는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기반한 방제 정책을 우선하며, 글로벌 협력은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
이는 국제기구의 기능이 약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생명을 관리 대상이나 자원으로만 인식하는 틀이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관계와 윤리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틀이 부재한 한, 기구가 새로 생겨도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새로운 국제 규범, 생명을 위한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
이제는 기존의 협약 틀을 넘어서는 윤리 기반의 국제 규범이 필요하다. 생물다양성협약(CBD)이나 IPPC, WOAH 등의 기술 기반 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생명윤리와 생태정의를 중심에 둔 새로운 협약 혹은 통합 기구가 요청된다.
이 기구는 단순한 방제 지침이 아니라, 생명의 이주에 대한 철학적 원칙, 시장의 무분별한 생물 거래에 대한 규제, 각국의 윤리 기준에 기반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지역과 공동체의 전통 생태지식(TEK: Traditional Ecological Knowledge)을 존중하며, 생태적 다양성을 인간 중심의 시각으로 평준화하지 않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생물이 다른 대륙에서는 중요한 생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통합 기구는 보편성과 지역성을 조화시키는 다층적 거버넌스여야 하며, 생명을 자산이나 자원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존재로서의 생명을 인정하는 윤리적 프레임을 도입해야 한다.
생명의 이주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체계로
외래생물 문제는 곧 생명의 이주 문제다. 기후변화와 도시화, 세계화로 생물은 더 이상 ‘고정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이동은 어느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활동에 따른 생태계 전체의 재조정 과정이다.
따라서 외래생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 기술적 통제, 인간 중심의 윤리관 자체를 다시 묻는 전환이 필요하다. 생명의 흐름을 통제하기보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서와 감수성, 그리고 국제적 협력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침입’이라는 단어 대신 ‘이주’라는 개념을, ‘방제’ 대신 ‘공존’이라는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시장의 욕망을 조절하고, 생명 간 관계를 회복하는 일. 그 일은 기술이나 법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중심에 생명윤리라는 기준이 자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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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전’이라는 명목 하에 외래종을 몰살시키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 아니면 외래종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다른 형태의 생태 질서를 모색할 수는 없는가? 이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생명관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