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⑥ 4대강 재자연화 | 강을 막으면 생태계도 막힌다
- Dhandhan Kim
- 7월 30일
- 4분 분량
2025-07-30 김복연 기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물 흐름이 막히면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흰수마자, 흰목물떼새, 꾸구리, 돌상어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생태계 단절의 실상과 생태계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생명체가 처한 위기를 살펴봐야 한다.
“강을 막으면 생태계도 막힌다.” 이 말은 이제 추상적 경고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이를 너무나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보(weir)라는 이름으로 강에 설치된 구조물들은 흐름을 멈추게 했고, 그 멈춤은 생명의 조건을 지워버렸다. ‘흐르는 강’이라는 말에는 단지 물의 흐름만이 아니라, 그 물을 매개로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생활 리듬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보가 들어서며, 그 리듬은 끊겼고, 삶은 흩어졌다.
4대강의 동물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정지된 강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삶이 불가능해진 구체적인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생태계 단절'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생생하게 되살리고자 한다.
모래 위의 삶, 펄에 묻히다 – 흰수마자의 실종

흰수마자는 한국 고유종으로, 예전에는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등 4대강 전역에서 서식하던 어종이다. 이 작은 물고기는 맑고 빠르게 흐르는 강의 곱고 깨끗한 모래 바닥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수염으로 모래 속의 깔따구 유충 등을 찾아 먹으며, 위협을 받으면 모래에 파고들어 몸을 숨기고, 산란 역시 모래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흰수마자의 삶은 ‘모래’와 ‘흐르는 물’이라는 두 조건에 철저히 의존해 왔다.
4대강 사업으로 강에 보가 들어서면서 물의 흐름은 정체되었고, 강바닥은 빠르게 모래에서 펄로 바뀌었다. 흐르지 않는 물에서 미세한 퇴적물이 쌓이고, 산소가 부족해지며 흰수마자는 더 이상 먹이를 찾지도, 숨을 수도, 알을 낳을 수도 없는 환경에 놓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4대강 보 건설 이후 흰수마자는 대부분의 보 구간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낙동강 일부 구간에만 소수의 개체가 남은 상태다. 2017년 감사원 보고서도 유속 감소와 퇴적물 변화가 흰수마자 같은 여울성 어종의 서식 환경을 파괴했다고 지적하며, 보 건설이 이 고유종의 전방위적 퇴장을 불러왔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래톱이 잠기자, 새들의 둥지는 무너졌다 – 흰목물떼새의 이탈

흰목물떼새는 강변의 탁 트인 모래톱에 둥지를 틀고, 그 색에 자신을 위장하며 알을 품는다. 보가 설치되면서 강물은 항상 일정 수위를 유지하게 되었고, 모래톱은 더 이상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물 빠지면 나타나던 둥지 자리는 상시 침수지대로 변했고, 새들은 번식지를 잃었다.
흰목물떼새는 일부 공사장 자갈밭 같은 비자연적 공간에서 번식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는 임시변통에 불과하다. 국립생태원 보고서는 모래톱 감소와 서식지 상실로 인해 이들이 점점 내륙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밝힌다. 이처럼 강의 구조를 바꾸면, 하늘을 나는 새의 삶조차 흔들린다.
여울이 사라지자, 여울의 생명도 사라졌다 – 꾸구리와 돌상어의 퇴장
금강과 한강의 여울은 유속이 빠르고 산소가 풍부한 곳으로, 꾸구리와 돌상어 같은 여울성 어류가 서식해 왔다. 이들은 자갈 틈에 몸을 붙이고 흐르는 물에서 떠내려오는 먹이를 잡는다. 여울은 이들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수천 년 진화해 온 생활 전략이 작동하는 장소였다.
보가 흐름을 멈추자 여울은 사라졌다. 자갈 위를 흐르던 물은 고인 물로 바뀌었고, 강바닥은 점차 고운 펄로 덮였다. 산소도 줄었다. 이처럼 생태 조건이 완전히 뒤바뀐 강에서 꾸구리와 돌상어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국립생태원의 ‘4대강 생태계 정밀조사’에 따르면, 이포보와 여주보 구간에서 이들 어종은 급격히 감소했고, 대신 정체수역을 선호하는 붕어, 잉어가 우세해졌다. 강의 생물 군집이 통째로 바뀐 것이다.
녹조 강이 만든 생태계의 최저층 붕괴 – 저서생물의 단순화
영산강은 하굿둑에 더해 두 개의 보가 추가되며 거의 완전한 정체 하천이 되었다. 물이 흐르지 않자 유기물이 쌓이고, 바닥은 썩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을 좋아하던 하루살이, 강도래 유충은 사라지고, 썩은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 실지렁이, 깔따구 유충 같은 오염 지표종만 남았다.
이 변화는 단지 작은 벌레의 교체가 아니다. 이들은 어류의 먹이가 되고, 전체 수생태계의 바닥을 떠받치는 생물이다. 기초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위의 모든 먹이망이 흔들린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영산강의 저서생물지수는 ‘매우 나쁨’ 등급을 지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강은 흐르지 않고, 생명의 구조는 붕괴되었다.
겨울이면 물 빠진 수로엔 고라니의 사체가

하천 주변 농경지에 설치된 농업용 수로는 야생 동물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겨울철 물이 빠진 수로에는 종종 동물 사체가 남겨지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고라니의 사체다. 얼음 위를 걷다가 미끄러져 떨어지거나, 깊은 수로 경사면을 내려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생을 마감한다. 이 수로들은 동물 입장에서 도달할 수 없는 물, 혹은 탈출할 수 없는 함정이 된다. 우리가 강을 인간 중심으로 재설계할수록, 동물은 더 많은 위험과 고립 속으로 내몰린다.
줄어든 삶터, 수달의 버텨낸 흔적

수달(Lutra lutra)은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깃대종이다. 과거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유역은 수달이 널리 서식하던 공간이었다. 여울과 모래톱, 자연 둔치가 살아 있는 강변은 사냥·휴식·번식이 모두 가능한 터전이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변은 콘크리트 제방과 자전거길로 바뀌고, 보로 인해 흐름이 정체되면서 여울도 사라졌다. 먹이인 유수성 어종이 줄어들었고, 수달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도 대부분 사라졌다. 국립생태원(2015)은 보 설치 이후 수달의 배설물·발자국 등 흔적이 급감했으며, “보 구간의 단절성이 이동성과 번식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수달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 세종보 개방 이후 모래톱이 회복되자 다시 관찰됐고, 서울 도심 한강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회복이 아니라, 축소된 서식지에 고립된 생명의 저항에 가깝다. 이동 경로가 끊기고 먹이망이 단순화된 강에서, 수달은 점점 더 좁은 공간에서, 더 팍팍한 생존을 이어가는 중이다. 환경부(2021)는 보 개방이 일부 수달 서식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회복의 시작점일 뿐이다. 수달은 생태계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민감한 지표다. 그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그곳에 아직 ‘살 수 있는 강’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는 연결된 삶의 구조다
흔히 ‘생태계’라는 말을 쓰지만, 그것은 하나의 종이나 한 구간을 뜻하지 않는다. 모래에 알을 낳는 개구리, 그 개구리를 먹는 뱀, 뱀을 사냥하는 수리부엉이. 이처럼 수많은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며, 그 관계의 끈 위에 삶을 걸고 살아간다. 이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4대강 사업은 그런 연쇄 단절을 만든 것이다.
흐름을 되살리는 일이 곧 생명을 되살리는 일
보 하나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생물의 생활 리듬을 바꾸는 존재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우리가 되돌아 봐야 할 것은 ‘치수’와 ‘이용’의 논리가 아닌, 존중과 공존의 관점이다. 흐르던 강을 되돌리는 일, 모래톱을 되살리고 여울을 복원하는 일은 결국 인간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되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강이 막힌다는 건 단순히 물이 흐르지 못하는 것 뿐만아니라 강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의 삶도 흐르지 못한다는 의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