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 '수치'보다 '누가' 결정할지 고민해야
- Dhand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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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8 김복연 기자
한국 사회의 기후 논의는 산업 부담 중심으로 구성돼 아동·취약계층·노동자·동물·생태계 등 실제로 가장 큰 위험에 놓인 집단의 관점이 NDC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IPCC는 2030~2035년 1.5℃ 돌파 가능성을 높게 보며, 아동·저소득층·가축 등 사회적·비인간적 약자가 먼저 큰 피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NDC 문서에는 미래세대·노동자·취약계층 등의 영향 분석과 참여 절차가 제한적으로만 포함돼 구조적 공백이 존재한다. EU·독일 등은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며 불평등을 완화하고 있다. 한국도 NDC 수치 논쟁을 넘어, 전환 과정에 영향을 받는 집단을 포함하는 사회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정책의 핵심이 된다.
지구 기후 행동과 거버넌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로서의 토착민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지구 기후 행동과 거버넌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로서의 토착민"이라는 주제의 행사가 11월 14일 있었다. COP29 기후 고위급 대표 니가르 아르파다라이는 정부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진정한 진전은 도시, 지역, 기업, 투자자, 민간 부문, 원주민, 그리고 시민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사회 전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사회, 기후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 목소리 없어
한국 사회의 기후 논의는 여전히 산업 부담과 감축 비용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산업계의 우려는 반복적으로 보도됐지만, 기후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의 목소리는 정책 과정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아동, 취약계층, 노동자, 동물, 생태계와 같은 핵심 당사자들은 의견을 제출할 구조가 없고, 이들의 위험은 감축 목표를 정하는 공식 문서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요구하는 ‘전환’의 성격과 범위를 한국 사회가 의제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일부 이해관계자의 부담을 중심으로 논의가 협소해진 것이다.

2035년, 1.5℃ 돌파 가능성… 과학이 제시한 위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폭이 2030~2035년 사이 1.5℃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AR6(6차 평가보고서 Assessment Report) 보고서는 2℃ 상승 시 폭염·홍수·농업 생산성 감소 등 여러 지표에서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구조 변화가 집중되는 시점이며, 사회적 조건에 따라 영향은 계층별·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아동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변화가 아동의 생존·건강·교육·보호 환경을 복합적으로 위협한다”고 밝히고 있다. UNICEF의 ‘Children’s Climate Risk Index’에 따르면 전 세계 아동 10억 명 이상이 기후 재난에 높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도 폭염·침수 등 극한 기후 증가로 학교 운영과 지역 돌봄 체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식량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 아동의 영양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기후위기는 아동이 직접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으로 작동한다.
축산 동물에게 닥칠 직접적 충격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여름철 폭염 기간마다 가축 폐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100만 마리 이상의 폐사가 보고됐다. 재난 상황에서 정전·침수로 수천 마리가 폐사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고온다습 환경과 과밀 사육 구조가 결합할 때 동물의 스트레스·폐사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동물해방물결은 “기후위기는 공장식 축산에 직접적 피해를 야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취약계층이 먼저 겪는 기후위기의 불평등

세계은행과 WHO 등 국제기구는 기후재난의 영향이 저소득층·고령층·장애인·야외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된다고 공통적으로 분석한다. 홍수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비율, 냉방·난방 비용 부담, 재난 후 회복 속도 등에서 계층 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기존의 취약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위험을 불균등하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NDC 논의에서 발견되는 구조적 공백
한국의 2035년 NDC는 산업·에너지·건물·수송 등 주요 배출 부문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만, 아동·취약계층·동물·생태계 등 기후위기 영향의 직접적 당사자에 대한 영향 분석은 제한적이다. 미래 세대 관점을 공식 절차로 반영하는 장치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2023년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 판결에서 강조한 “미래 세대 고려 의무”와 비교해도 이러한 절차적 공백은 분명한 차이로 드러난다.
산업계는 대변되지만, 노동자의 관점은 제한적
언론과 정책 논의에서 산업계의 우려는 반복적으로 인용되지만, 동일한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관점은 상대적으로 공식 자료에서 찾기 어렵다. ILO는 기후 전환이 에너지·운송·건설·제조업의 고용과 안전에 구조적 영향을 준다고 분석하며, 노동자 참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OECD 역시 기후 정책의 비용이 노동자 계층에 비대칭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의 NDC 문서에는 전환기 노동자의 고용 영향·직무 변화·안전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다.
생태계 변화는 인간 안전과 직결
WWF 코리아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기후 목표가 생태계 회복·종 보전을 위해 필요한 기준에 미달한다고 평가했다. IPBES는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 손실의 핵심 요인임을 지적하며, 1.5℃와 2℃ 사이에 생태계에 큰 격차가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생태계 변동은 물·식량·공기질·재해 방지 등 인간 생활 기반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연환경의 변화는 사회 안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책임과 영향의 분리
NDC는 국가의 감축 의지를 표현하는 문서이지만, 실제 영향을 받는 집단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취약계층·동물·생태계처럼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들이 정책 논의를 주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책임을 져야 할 집단과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 간의 간극이 발생한다. 이는 OECD 환경정책평가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된 구조적 문제다.
NDC 이후 필요한 것은 ‘목표 상향’이 아니라 ‘전환 거버넌스’

국제사회는 기후 전환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의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EU의 ‘Just Transition Mechanism’과 독일 석탄전환위원회처럼 지역사회·노동자·시민·산업계·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델이 그 예다. 한국에서도 NDC의 수치 조정만큼 중요한 것은 전환 과정의 영향을 받는 집단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아동, 취약계층, 노동자, 생태계와 동물의 관점을 포함하는 전환 거버넌스는 향후 기후정책의 실행력과 사회적 수용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2035년, 아직 오지 않았지만 결정은 지금 이뤄진다
향후 10년은 1.5℃ 경계선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간으로 평가된다. 지금 마련되는 NDC의 내용과 절차는 2035년 이후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기후 위험과 사회적 비용을 결정한다. 기후 정책은 목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미래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이며, 전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은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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