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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⑦ 기후질병 | 감염병의 북진과 원헬스, 기후변화가 그린 새로운 질병 지도

2025-08-08 최민욱

기후변화는 감염병의 전통적 경계를 허물며 인류 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열대병의 북상, 계절성 감염병의 상시화, 수인성 병원체의 확산은 이제 전 지구적 현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 보건 접근법 ‘원헬스(One Health)’가 주목받고 있다.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보는 이 개념은 국제적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감염병 예방과 생태계 보호를 함께 꾀한다. 한국도 원헬스 정책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제도적 실행력과 거버넌스의 정비가 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화가 전염병에 미치는 영향. 사진. Nature
도시화가 전염병에 미치는 영향. 사진. Nature

기후위기, 감염병의 국경을 지우다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감염병 발생 위험은 약 4.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는 감염병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열대 풍토병으로 여겨지던 질병이 온대 지역으로 확산되고, 특정 계절에만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연중 활동한다. 향후 30년 안에 약 5억 명의 인구가 모기 매개 질병에 새롭게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온 상승으로 모기 서식지가 넓어지면서 해외 감염병의 토착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잦은 폭우는 하천의 염도를 낮추어 수인성 병원체인 비브리오균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무너진 생태계, 예측 불가능한 질병의 시대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다. 지구 표면 온도가 5℃ 상승할 경우 생물종의 60%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생물 다양성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생물종의 절반은 고위도나 고지대로 이동하고, 식물의 3분의 2는 봄을 더 빨리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만나지 않았던 병원체, 매개체, 숙주가 새롭게 접촉하며 예측 불가능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온 상승 또한 비브리오균과 같은 수인성 병원체의 확산을 부추긴다.


인간·동물·환경은 하나, 패러다임의 전환


이처럼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분절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은 새로운 대응 전략을 요구한다. ’원헬스(One Health)’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등장한 통합 보건 접근법이다. 원헬스는 특정 질병을 넘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생태계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현재 항생제 내성, 야생동물 거래, 정신 건강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포괄적인 보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원헬스 공동 행동 계획 링크
원헬스 공동 행동 계획 링크

개념에서 정책으로, 4대 국제기구의 공조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환경계획(UNEP) 등 4대 국제기구가 원헬스 협력체를 출범시켰다. 이 협력체는 인간, 동물, 식물, 환경 보건 정보를 통합하고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위협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했다.


세계는 실험 중, 이상과 현실의 간극


국제적으로 원헬스에 대한 공감대는 확대되고 있지만, 정책 실행에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 인도네시아는 보건부, 농업부, 환경부가 협력해 국가 맞춤형 ‘원헬스 공동실행계획’을 개발하며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 다수 국가는 여전히 이를 실행 가능한 정책과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감염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원헬스, 첫걸음은 뗐지만 갈 길은 멀다


한국도 2024년부터 원헬스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질병관리청 주도로 ‘원헬스 전담 TF’와 ‘원헬스 협의체’가 신설되었으며, 해양환경 내 병원성 비브리오균 감시 지점과 기간을 확대하고, 태국 등 해외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되었다. 아직 초기 단계다. 부처 간 업무 분담 구조라는 현실 장벽이 존재하고 기후, 수의학, 의학, 생태학을 아우르는 융합 전문가 양성도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음 팬데믹의 경고, H5N1이 문을 두드린다


사진. CDC
사진. CDC

주요 국제기구들은 다음 팬데믹의 유력한 원인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를 지목한다. 2024년에는 미국에서 젖소 대규모 감염과 농장 노동자의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50년간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의 종간 전파가 최소 1만5천 건 이상 발생할 수 있다. 2023~2024년 충청권 집중 호우 시 임시주거시설에서 진행된 감염병 조사는 기후재난이 국내에서 실제로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선택이 아닌 필수, 통합 거버넌스를 향하여


원헬스를 실질적인 정책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부처 협력을 넘어, 가축 질병 데이터와 인간 감염병 감시망의 실시간 연결, 환경 데이터와 공중보건 시스템의 통합 등 정보 기반의 대응 체계를 포함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예산의 유연한 재편이 필수이다. 보건, 농업, 환경 부처에 흩어진 예산을 공동의 위협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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