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훈의 도넛 | ⑥ 무분별한 AI와 온실가스 배출, 자기조정적 자율 시장의 작동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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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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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문태훈
손정의 회장이 말한 ‘AI 에이전트 1000개’ 조성하겠다고 한다. 회사의 부서 조직 1000개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한다는 말이다. 곧 사람들은 해고된다. 칼 폴라니는 ‘자기조정적 자율 시장’은 유토피아이며 만일 이뤄진다면, 인간 신체는 파괴당할 것이라고 보았다. 무분별한 AI 발전, 온실가스 배출 역시 ‘자기조정 시장’이 작동한 결과이다.

문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에서 1992년 행정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연구원에서 1994년 1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5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해 2023년까지 재직했다. 정년 퇴직 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 대통령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UN SDSN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생태전환지원재단 이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산과자연의 친구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2016), 한국환경정책학회장(2020),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학회장(2003),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5),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18)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방자치』(2022, 공저), 『시스템 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환경정책론』(1997)이 있으며, 「도시별 지속가능성 비교연구」, 「지방정부의 환경행정 역량 평가모델」, 「기후정책과 부문별 영향 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량적 분석과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환경정책 이론은 지역 정책 수립과 학술적 토대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
'1000개의 AI 에이전트를 만들겠다'는 의미는?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자기 회사에 1000개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만들겠다고 한, 뉴스를 신문에서 보았다. 어느 AI 관련 강연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최근에 각 2천 명에서 3천 명씩 직원을 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IT 시대에 가장 유망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던 프로그래머들이 주로 해고되었다고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구글에서 일하던 한국 여성분은 아침에 출근해서 이메일을 열어 보니 해고되었다는 통보가 와서 그날 그 시각에 퇴사당했다고 했다. 경비원이 이미 곁에 와 있었고 회사의 모든 네트워크와 장소에 대한 접근이 통제되었다. 종이 박스에 자기 물건들 몇 가지 챙겨서 몇 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슈퍼마켓 종업원을 비롯해서 온갖 일들을 하면서 한동안 생활을 이어갔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손정의 회장이 자기 회사에 1000개의 AI 에이전트를 만든다는 얘기는 회사의 부서 조직 1000개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한다는 말이고 그 말은 곧 그 부서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AI 에이전트로 대체되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미 AI는 우리 생활 바로 곁에 와 있다.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고급 직종들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판례와 법조문에 통달한 AI와 의사의 머리에 들어있는 경험과 지식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를 습득한 AI는 의사보다, 변호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하고, 더 정교하고 논리적인 변론을 만들어 낸다.
교육과 연구도 마찬가지다. 이런 지능들이 로봇에 장착되고, 로봇의 지능은 모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슈퍼 지능을 가지게 되고, 더 논리적으로, 더 정확하게, 지치지 않고 24시간 일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우리 자식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자유무역 시대는 끝났다
설상가상으로 AI보다 더 무섭게 우리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닥치고 있는 난제 중의 난제는 기후위기이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무자비한 전염병과 전쟁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고 삶을 파괴당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시대가 열리고 국가 간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분쟁과 전쟁은 다행히 이전 시대보다 완화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막가파”주의로의 회귀와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로 이제 자유무역의 시대는 끝이 났다. 자유 교역으로 그나마 유지되던 평화는 국가 간, 지역 간의 잦은 분쟁으로 더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생물종 멸종과 무차별적인 기후재앙에 직면
그러나 전염병과 전쟁보다 더 참혹한 것이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은 자연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이어서 더욱 가혹할 뿐 아니라 불공정하다. 올해 우리나라 전국 곳곳을 태운 참혹한 산불과 유난히 덥고 길어진 여름 날씨, 단기간의 집중호우로 인한 혹독한 물난리, 농사 피해 등은 기후위기가 점차 더 심해지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기후변화보고서는 세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을 막지 못하고 2℃ 상승 때에는 곤충, 식물, 척추동물의 서식지 절반 이상이 감소될 확률이 2배로 커지고, 북극 해빙의 완전 소멸빈도가 10년에 한 번으로 잦아질 확률이 높아져 복원이 어렵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북극 해빙이 소멸되면 바다 온도는 높아지고 해류의 흐름은 정체되어 바닷물이 식지 않고 뜨거워지면서 지구 온도는 더 빨리 상승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육상과 해양의 생물종 멸종은 가속화될 것이고, 사람들은 더 심해지는 무차별적인 기후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기조정적 자율 시장은 유토피아일 뿐
칼 폴라니는 1944년 불후의 명작 『거대한 전환』에서 자기조정적 자율 시장이라는 것은 유토피아라고 했다.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것이 실현된다면 사람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은 아예 씨가 말라버리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자기조정 시장에서 인간은 노동을, 자연은 토지를 시장에서 거래한다. 폴라니는 이러한 자기조정 시장에서 인간은 그야말로 신체적으로 파괴당할 것이며, 삶의 환경은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자기조정 시장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동기에서 사람들의 행동과 행위를 정당화하고, 시장은 결국 자신을 기초로 삼은 사회 조직마저 무너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보았다.
무분별한 AI 발전, 온실가스 배출도 자기조정 시장이 작동한 결과
지금의 상황이 꼭 그렇다. AI의 무분별한 발전, 온실가스의 무분별한 배출도 “자기조정 시장”에서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작동한 결과이다. 이것을 벗어나는 길은 몇 가지의 단편적인 정책과 기술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오로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새로운 거대한 전환, 산업혁명 다음의 혁명, 생태혁명과 생태전환이 아니면 해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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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자율적으로 자기 조정을 한다는 생각은 이미 효력을 상실한 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