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훈의 도넛 | ③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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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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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5 문태훈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중장기 행정기본계획을 짤 때, 지속가능발전 기본 원칙에 따라 하고 있을까? 이 기본 원칙에 반할 때,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수정 제안을 내지만 수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각 부처의 업무와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와 연계하기,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을 상위 계획으로 법에 명시해 참조하게 하기, 지속위의 포털사이트로 검토, 수정, 결과를 공개하기, 촉진 사업을 유인, 선별, 지원하는 예산을 마련하기를 제안한다.

문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에서 1992년 행정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연구원에서 1994년 1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5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해 2023년까지 재직했다. 정년 퇴직 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 대통령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UN SDSN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생태전환지원재단 이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산과자연의 친구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2016), 한국환경정책학회장(2020),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학회장(2003),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5),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18)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방자치』(2022, 공저), 『시스템 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환경정책론』(1997)이 있으며, 「도시별 지속가능성 비교연구」, 「지방정부의 환경행정 역량 평가모델」, 「기후정책과 부문별 영향 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량적 분석과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환경정책 이론은 지역 정책 수립과 학술적 토대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우리 앞에 기후위기, 좋은 일자리 감소,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사회정치적 갈등 심화, 초저출산 등 많은 문제들이 놓여 있다. 필자인 문태훈 교수는 이 문제들이 시장경제 시스템의 무한경쟁에 원인이 있으며, 이런 시장근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의 전환은 어렵다고 말한다.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잘 설명해 주는 도넛 경제학에서는,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간 균형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다양한 정책이 시도될 모양이다. 이 칼럼은 정책학의 관점에서 새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학문 성과, 사회 핫이슈, 생활 변화 등 자유롭게 글감으로 골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난 기사
이명박 시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법과 기관의 격하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2008.2~2013.2)였던 2010년에 노무현 대통령 시기 2007년에 제정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지속가능발전법으로,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 소속 위원회로 격하되었다. 같은 해에 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고,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위원회가 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기의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일반법인 지속가능발전법으로 격하된 것이다.
지속가능발전보다 녹색성장을 위에 두는 혼란
대신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출범하였고 녹색성장의 대표 사업으로 4대강 사업이 추진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이 녹색성장을 포괄하는 상위의 가치를 추구하는 발전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기본법이 지속가능발전법의 상위법으로 제정되고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일반법으로 되었다.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혼란스러운 법체계와 지속가능발전 모델이 되고 있었다.
문재인 말기, 지속가능발전기본법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복구
그러나 지속가능발전법은 문재인 대통령 말기인 2022년 1월 지속가능발전기본법으로 제정되었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위원회로 복구되었다. 현행 지속가능발전기본법상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이행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중장기 행정기본계획을 지속가능발전 기본원칙(법 제3조)의 관점에서 검토하는 일이다.
지속가능발전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계획이 있을 때 이를 관계부처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정책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의견을 존중하고 관계 법령 또는 조례의 제정, 개정이나 행정계획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속위의 수정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수정 제안은 해당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정 관련 통계치도 없고 수정 제안의 결과가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 그래서 지속위의 수정 제안에 대한 관련 행정기관의 장이나 지자체 장의 조치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이나 현행 기본법상 관련 조문의 내용을 더 명확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의 업무를 K-SDGs에 연계시키기
그리고 정부 부처의 성과평가를 한국의 K-SDGs가 제시하는 17개 목표와 199개가 넘는 세부목표 중에서 부처와 관련되는 세부목표와 부문별 지표들을 행정부처의 성과평가 지표들로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정부부처의 업무를 지속가능발전 촉진과 자연스럽게 연계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부처별 행정기본계획 수립 시,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을 상위 계획으로 참조하게 명시
또 다른 방안은 정부 부처가 부처별 행정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을 행정기본계획의 상위 계획으로 참조할 것을 관련 기본법이나 개별법에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법상 행정기본계획 수립 시에 참조해야 할 상위 계획은 관련 개별법에서 특정하지 않으면 상위의 참조 계획이 될 수 없다. 예를 들면 국토계획기본법에서 참조 계획을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으로 명시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은 국토기본계획의 상위 참조 계획이 될 수 없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600개가 넘는 행정 기본계획들이 지속가능발전을 지향하는 일관되고 제도적인 정합성이 높은 계획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되고 부처 간의 할거주의도 크게 완화될 수 있다. 행정기본계획의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속가능발전과 상충되지 않고 상생 효과가 있는 계획들이 만들어질 수 있고, 복잡한 사후 변경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 검토, 수정, 결과를 공개하자
또 다른 방안으로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포털사이트에 각종 행정기본계획에 대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검토 의견, 수정 요청 내용, 해당 행정부처의 수정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개로 인하여 정부 부처들에 대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부담이 커질 수 있겠지만 성과평가가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세부목표들과 잘 연계되는 상황에서는 정부 각 부처들의 노력이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것이 될 수 있어 긍정적 효과의 크기가 행정적 부담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존의 관행을 개선할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지방의 지속가능발전 촉진 사업을 유인, 선별, 지원하는 예산을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지방의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는 사업들을 유인하고 선별 과정을 거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다. 인프라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같이하는 전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있고, 지속가능발전을 연구하고, 지속가능발전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과 연구들을 수행할 수 있는 많은 대학, 학자, 학회, 연구원, 행정가, NGOs 활동가들이 있다.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인재들과 운동가들을 잘 묶어내기만 해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의 가치와 필요성을 교육을 통해 심화시키고, 이를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정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참된 정책도 같이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