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 | 에너지 전환의 마지막 퍼즐 조각, 수소
- Theodore

- 2025년 11월 14일
- 6분 분량
2025-11-13 최민욱 기자
2024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이 약 382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해 가장 더운 해로 관측되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에너지 구조의 대대적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기차 확산이 추진되어 왔지만, 전기화만으로는 모든 부문의 탄소 배출을 없애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메울 열쇠로 수소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연소 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 공정과 운송 수단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범용 청정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수소 분자(H₂)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에너지를 투입해 만들어야 하는 에너지 운반체이며, 어떤 에너지원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탄소 배출 여부가 결정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 에너지의 부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수소의 중요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산업 육성에 이어, 산업과 수송 부문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수소 기술이 부상했다.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앞다투어 수소 활용 전략을 내놓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 50개가 넘는 국가가 수소 관련 국가전략이나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수소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 1.5℃ 시나리오에서 수소 및 수소 기반 연료가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의 6배에 달하는 연 5억3천만 톤 규모의 수소 사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수소가 탄소중립의 필수 요소임을 방증한다.

특히 수소는 전기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의 유력한 탈탄소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발전과 건물, 승용차 등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산업 공정이나 대형 운송수단처럼 전기화가 어려운 영역에서는 수소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각국 정부도 이러한 인식 아래 수소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쏟고 있다.
수소 분야에 발표된 대형 프로젝트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500여 개에 이르며 그 투자 규모가 5천억 달러를 넘어선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라 실체를 갖춘 프로젝트는 일부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우 발표된 328개 수소 프로젝트 중 5%만이 최종 투자결정(FID)에 도달했을 정도로 초기 사업화는 더딘 상황이며, 정책 지원 없이는 시장 형성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수소경제 구축 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소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운송 수단의 탈탄소화 해법
수송 부문은 수소가 전기와 보완적 역할을 하는 대표적 분야다. 승용차나 소형 상용차는 배터리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대형 트럭·버스·기차·선박과 같은 중장거리 운송 수단은 배터리의 무게와 충전 시간 등의 한계로 수소 연료전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소는 단위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무거운 배터리 없이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며, 충전 시간도 짧아 대용량 운송에 적합하다. 실제로 중국은 기술 특성을 반영해 승용차에는 전기, 상용차에는 수소 위주의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14개가 넘는 기업이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약 2만 대의 수소 버스와 트럭을 보급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 대를 누적 보급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은 상태다.
완성차 업계도 대형 수소 차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한국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에서 세계 선두권을 다투며 승용뿐만 아니라 대형 상용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의 다임러는 액화수소 탱크와 연료전지를 결합해 1000㎞ 이상 주행 가능한 대형 수소 트럭을 유럽에서 실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향후 5~10년 내에 대부분의 대형 상용차가 수소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본다.
항공과 해운 분야에서도 수소 활용이 모색된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여객열차가 상용 운행을 시작해 비전철화 구간의 디젤열차를 대체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일부 시험용 수소 항공기가 첫 비행을 마쳤고, 암모니아 등 수소 기반 연료를 이용한 친환경 선박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수소는 대형 운송수단의 탈탄소화를 견인할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업 공정의 탄소 감축 열쇠
산업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이며, 공장 보일러나 용광로 등에서 고온 열원을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해 왔다. 이러한 산업 공정의 전기화는 기술적·경제적 어려움이 커서 국제사회는 결국 대안으로 수소를 주목하게 되었다. 수소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화석연료 못지않은 고온의 열을 제공할 수 있어, 철강·화학·시멘트 등 다배출 산업의 연료 전환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예를 들어 철강 생산에서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개발되어 화석연료 없이 강철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시멘트 소성로의 연료를 수소로 일부 대체하는 연구도 진행되는 등 산업 전반에서 수소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화학 산업에서도 암모니아 등 수소를 원료로 하는 공정에 청정 수소를 적용하면 막대한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수요는 연간 약 9천만 톤 규모로, 주로 정유 공정과 비료용 암모니아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존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 등을 개질한 그레이 수소로, 연간 9억 톤에 달하는 CO₂를 배출한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의 한 축은 기존 화석 수소를 청정 수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울러 철강·석유화학 등 기존에는 수소 활용이 미미했던 산업군에서도 블루·그린 수소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의 결정적 열쇠로 평가된다.

에너지 저장과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는 에너지 저장 매개체로서도 중요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일사량과 풍속에 따라 출력 변동이 심해 전력망 안정에 도전이 따른다. 이때 남는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해 두면, 잉여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로 재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장주기 저장에 한계가 있지만 수소는 계절 단위의 장기 저장도 가능하여 에너지 안보와 전력망 유연성 제고에 기여한다.
예컨대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 소금층에 거대한 수소 저장 공동을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단일 공동에 12만m³(수소 약 2천 톤)를 비축해 약 70GWh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이처럼 수소 저장 기술은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재생에너지 활용률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나아가 수소를 액체 암모니아 등으로 변환해 전력을 연료 형태로 수출입하는 구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기를 수소 기반 연료로 바꾸어 운송하면, 국경을 넘어 에너지를 융통할 수 있어 향후 에너지 공급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수소는 저장된 뒤 다시 발전 연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가스터빈에 수소를 혼소하거나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
한국은 정부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으로 성장했고, 수소 연료전지를 분산형 전원으로 적극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수소는 발전-저장-재이용이 가능한 에너지 매개체로서 미래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경쟁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에 각국은 수소 선도국을 자처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수소경제’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생산·저장·운송·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일본·독일처럼 자체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수소경제에 적극적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여 수소 산업 육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 수립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는 2050년 수소 공급의 20%만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80%는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만큼 국제 협력과 에너지 안보 차원의 수소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도 2017년 수소기본전략을 수립한 이후 수소 발전 실증과 해외 청정 수소 도입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과 EU는 2030년까지 자체 생산 1000만 톤과 수입 1000만 톤의 재생 수소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러시아산 화석가스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지목했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수소 생산에 kg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대규모 수소 허브 구축에 8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동의 산유국과 호주, 칠레 등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보유한 지역들도 향후 그린 수소 수출 강국을 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 신도시에 하루 600톤 규모의 세계 최대 그린 수소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호주 역시 방대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액상 암모니아로 전환해 동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값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액화하거나 암모니아로 합성해 에너지 수입국에 공급하려는 전략이다. 이렇듯 수소 공급망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경제성 확보라는 과제와 정책적 지원
수소경제로의 전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현재 화석 연료로부터 추출한 수소(그레이 수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재생 전기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는 비용이 몇 배 이상 높다. 예를 들어 한국 제주도의 실증사업에서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그린 수소의 단가는 kg당 1만5천~2만원에 이르는데, 이는 천연가스 개질 수소보다 약 3배 비싸 충전소 운영과 버스 운행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논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동원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말 수소 판매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여 자국 기업들의 해외 수소 프로젝트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청정 수소 생산자에게 kg당 최대 4.5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소은행 제도를 마련해 신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있다. 미국 또한 대규모 세액공제와 보조금 정책으로 초기 시장 형성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명시적인 수소 생산·도입 보조금이 없어 기업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이승훈 교수는 “화석연료 산업이 지난 100년에 걸친 투자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청정 수소 산업에도 과감한 초기 투자와 정책 드라이브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동시에 탄소가격제 도입 등 규제 환경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럽 여러 나라는 이미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화석연료 사용에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탄소에 대한 비용이 높아지면 시장에서 친환경 수소의 채산성은 자연히 개선될 것이다.
종합적인 기후·에너지 전략 아래 수소 관련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지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것이 수소경제 이행의 관건이다. 또한 수소 저장·운송 설비에 대한 안전 기준 확립과 철저한 관리로 안전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국민 신뢰를 얻어야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청정 수소로 가는 길
현재 수소산업은 전환기의 과도기에 놓여 있다. 초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부생수소나 개질수소(블루 수소 포함) 등 완전히 청정하지 않은 수소도 활용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100% 청정 수소 전환이다. 한국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과 기본계획에서도 2050년까지 수소 공급을 전량 청정 수소로 전환하고, 탄소 배출이 수반되는 수소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단계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청사진 아래 2030년대부터는 탄소 포집·저장(CCUS)을 적용한 블루 수소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의 생산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수소 생산량은 전체 수소의 1%에도 못 미치며, 추진 중이거나 확정된 프로젝트를 모두 합쳐도 2030년에 연 420만 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대 초 각국이 발표했던 수소 보급 목표치의 20%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특히 수전해 기술의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전력 확충이 뒷받침되어야 그린 수소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결국 정책 의지와 기술 혁신을 통해 공급을 끌어올리고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소는 혼자 고립된 해법이 아니다. 전력망의 대규모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수소와 같은 저탄소 연료의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완전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수소가 산업과 물류, 전력 저장을 떠받치는 에너지 기둥의 하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경제성과 기술 장벽이 존재하지만 각국의 협력과 투자, 정책 지원이 맞물린다면 수소경제는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한 만큼 이제 수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에너지 전환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 불리는 수소의 역할이 앞으로 10년간 어떻게 실현되는지가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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