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처리 | 생산부산물(生産副産物, by-product)의 귀환,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로 이어져
- Dhandhan Kim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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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시간 전
2025-12-10 김복연 기자
생산부산물(生産副産物, by-product)은 원래 만들려고 했던 주생산물(main product)의 생산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겨난 부산물(by-product)을 말한다. 한국에서 매년 1억 톤 이상 발생하는 생산부산물은 절반 넘게 여전히 폐기물로 처리된다. 최근 감귤 껍질·수산 부산물·글리세롤·커피박 등 생산부산물이 새로운 기술을 만나 자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감귤 부산물은 토양개량·해충 관리 자재로, 수산 부산물은 PDRN·콜라겐 등 바이오소재로, 글리세롤은 고순도 젖산으로, 커피박은 가죽 대체 소재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버려지던 물질들이 기후위기 시대의 순환경제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산업 구조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 현장을 들여다보면 생산의 끝마다 어김없이 쌓여 있는 잔여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농업의 껍질, 축산의 분뇨, 수산의 내장과 뼈, 공장 공정에서 나온 잔여물, 도시의 하수슬러지까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생산부산물은 약 1억 톤. 이 막대한 양의 물질들이 지닌 영양·단백질·유기물·탄소 기반 소재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이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곳곳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되살리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다. 폐기물로 여겨져 온 부산물들이 새로운 산업의 자원이 되는 흐름. 이 흐름이 포착되는 곳은 농업, 수산업, 바이오에너지, 화학산업, 식품가공업까지 전 산업을 가로지른다.
농업 부산물 — 제주 감귤 껍질이 토양·해충 관리 자원으로 되돌아오는 순간
농업 부산물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면서도 가장 쉽게 버려지는 물질이다. 예컨대 제주 감귤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껍질과 펄프는 그동안 대부분 ‘폐기물’로 처리되었지만,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이 부산물을 토양개량 자재, 악취 저감 미생물제, 해충 유인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감귤 껍질 속 유기산·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토양 보수력 향상과 병해충 관리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즉, 버려지던 부산물이 토양의 회복력을 높이고, 농약 사용을 줄이며, 악취 민원까지 완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감귤 사례는 농업 부산물이 쓰레기가 아니라, 지역순환 기반의 농업생태계에서 다시 기능할 수 있는 자원임을 보여 주는 대표적 예다.
수산 부산물 — 바다의 잔해가 바이오 소재 산업의 핵심 원료가 되다

수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연간 100만 톤 이상. 과거에는 이 중 상당량이 바다나 해안에 버려져 악취나 오염을 유발했다. 하지만 최근 해양수산부와 민간 연구진은 생선 머리·뼈·내장, 해조류 뿌리 등에서 프로테오글리칸, PDRN 등 고부가 바이오 의약·화장품 원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연어 머리·척추에서 추출한 프로테오글리칸은 관절·피부 치료·항염증 제품의 핵심 물질이고, 연어 정소 DNA에서 추출한 PDRN(Polydeoxyribonucleotide DNA 기반 ‘재생 촉진 물질’)은 재생·항노화 제품 시장에서 이미 고가에 거래된다. 즉, 과거에는 ‘쓰레기’였던 물질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첨단 바이오 원료로 변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수산업의 환경 부담을 줄이고, 지역 어가와 가공업체에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에너지·화학 부산물 — 글리세롤에서 젖산으로, 새로운 그린 케미컬의 길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부산물 글리세롤은 오랫동안 활용처가 미미해 처리 비용만 발생하는 애물단지였다. 그런데 최근 성균관대 연구팀이 글리세롤을 고순도 젖산(lactic acid)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기술은 상온·대기압 조건에서 95% 이상의 선택도로 젖산을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와 비용 부담이 낮고, 젖산은 바이오플라스틱(PLA)·식품첨가물·화장품 원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물질이다.
즉, 기존에는 폐기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처리되던 부산물이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로 업사이클링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부산물을 단순 재활용을 넘어 신산업 자원으로 승격시키는 사례다.
식품 부산물 — 김치·커피박·식품 찌꺼기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이유
식품산업에서도 부산물을 버리던 관행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김치·식품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최근 공식적으로 순환자원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커피박 역시 친환경 포장재·고양이 모래·플랜트 레더로 변환되는 시도들이 활발하다.
특히 세계김치연구소는 배추·무 부산물에서 기능성 소재를 추출하거나 토양 미생물 활성화 자재로 활용하는 기술을 실증했고, 실제 기업들이 이를 제품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흐름은 식품 부산물이 ‘처리 비용을 유발하는 폐기물’에서 탄소 저감과 산업소재 공급을 동시에 수행하는 자원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생산부산물은 ‘폐기물의 끝’이 아니라 순환경제의 출발점
제주 감귤 껍질, 수산 부산물, 글리세롤, 김치 부산물… 각각은 산업에서 가장 먼저 버려지던 물질들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산업을 여는 재료로 돌아오고 있다. 이 사례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명확히 한다. 생산부산물은 본래부터 쓰레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그것을 쓰레기로 대했을 뿐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순환경제는 바로 이 지점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버려진 것들을 되살릴 수 있는 기술과 체계가 마련될 때, 부산물은 산업의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지속가능성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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