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서해, '기후평화 프로젝트' 최적지
- Dhandhan Kim
- 5월 21일
- 3분 분량
2025-05-21 김복연 기자
남북한 해양 기후 협력, 서해안 접경지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남북 간 기후변화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실현의 핵심이다.
남북 협력 무대는 지상만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선 지금, 한반도의 해양은 갈등의 경계에서 생존과 공존의 가능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서해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동시에 군사적 긴장의 완충지대다. 이러한 공간을 바탕으로 남북이 공동의 기후협력체를 구상하는 일은 평화의 정의 자체를 다시 쓰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바다에서 평화를 말할 때다.
서해를 살리는 일은 곧 한반도의 평화를 되살리는 일, '기후평화 프로젝트'의 최적지

평화로운 남과 북을 조성하는 데 있어 서해NLL은 중요하다. 해상의 군사분계선이라고도 간주되지만 정전협정에 명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항상 남과 북의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2002년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2011년 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군사 대립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며, 국론 분열의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 서해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무분별한 갯벌 훼손, 해 양쓰레기 유입 등으로 생태계 교란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 문제는 남북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안 생태계는 단일 국가가 일방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공간이며, 접경해역이라는 특수성은 공동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이 해역을 생태평화지대로 전환하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공동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단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생태’가 ‘평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물적 기반은 해양생물 공동 모니터링, 생태계 회복 프로그램 운영, 공동 어로구역 관리 등 구체적 실천을 통해 구축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남북이 공동으로 연안 생태계를 회복하는 ‘기후평화 프로젝트’로 진화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작업이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자연의 조건’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해안 접경지역은 군사적 긴장의 완충지대로 한반도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품고 있는 해역이다. 한강 하구에서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에 이르는 지역은 조간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고, 이곳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천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분단 이후 군사통제로 인간의 접근이 제한되었던 이 지역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연 생태계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남북 해양과학기술 교류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공동개발, 기후위기를 기회로
기후변화는 해양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해수온 상승, 해양산성화, 어종 분포의 변화, 조류 및 플랑크톤 이동은 수산자원 기반은 물론 생물다양성 자체를 위협한다. 이를 관리하고 대응하기 위한 핵심 수단은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다. 남북 해양과학기술은 격차가 존재한다. 북은 해양 관측 장비, 위성기반 데이터 수집, 기후 변동성 예측, 수질 분석 등 핵심 기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이러한 기술 공백은 재난 대응력의 취약성으로 직결된다. 남은 정교한 해양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고, 플랑크톤 분포 추적, 어류 산란장 위치 분석, 연안 수질 장기 추세 파악, 갯벌 탄소 흡수원 계산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북과 공유하고, 접경해역의 해양환경 데이터를 공동으로 축적해 나가는 작업은 생물과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서, 평화체계 구축의 기초 인프라가 된다.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해양 기후변화 공동연구, 기후 리스크 정보 공유, 그리고 인재 양성 등은 남북이 적대 아닌 협력의 언어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다.
나아가 해양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양측이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분야다. 조력, 파력, 해양온도차 발전 등은 남북 모두에 실익을 안겨 준다. 특히 조석차가 큰 해주만은 조력발전소 설치에 최적지로 평가되며, 남한의 기술을 적용하고 북의 부지를 활용해 공동으로 조력발전을 실현할 경우, 북은 안정적인 전력원을 확보할 수 있고, 남은 기술 실증과 국제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협력이 파리협정 제6조의 국제 탄소배출권 공동 감축사업으로 발전하면, 남북은 기후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남북 모두에게 돌아올 이익, ‘기후책임국가’로서의 국제적 위상
이러한 협력이 남북 모두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은 단지 수치상의 경제 효과에 머물지 않는다. 우선적으로는 연안 생태계의 회복과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 이는 어민 생계 안정, 식량 안보 강화, 기후재난 대응력 향상 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에너지 협력을 통해 북한은 전력난을 완화하고 산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남한은 기술 수출과 탄소배출권 확보라는 실질적 경제적 보상을 얻게 된다. 기후와 생태, 과학이라는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협력은 남북 신뢰 회복의 기초가 되며,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상호 이해의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협력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후책임국가’로서의 위상을 남북 모두에게 부여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군사적·비정치적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생태를 통한 평화’를 실현하려는 한반도의 실험은 국제사회에서 정당성과 호감을 동시에 얻게 된다. 특히 유네스코, UNDP, UNEP 등 국제기구와의 연계는 남북의 협력을 국내 정치나 군사정세와 분리해 지속가능한 구조로 정착시킬 수 있다.
결국 바다를 매개로 한 남북 협력은 생존과 평화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총으로도, 회담으로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상호신뢰와 공동의 미래를 서서히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며, 그것은 바다를 통해 평화를 상상하는 힘, 즉 기후공동체로 향하는 한반도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기자수첩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지정하는 국제적인 보호지역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조화를 실현하기 위한 시범지역이다.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의 통합적 모델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은 단지 보호구역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자연 공존 모델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130개국에 748개 지역이 지정되어 있으며, 남북한 모두 유네스코 회원국이기 때문에 향후 접경 해역을 공동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존재한다. 예시로, 한국에는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등이 지정되어 있으며, 북은 백두산 일대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이 지정된 바 있다.
서해의 가치를 생각하게 합니다...우리 동해와 님해는 또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