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획 | 물 부족은 전 지구적 생존의 문제이다

최종 수정일: 5월 30일

2025-05-27 김성희 기자

빙하 붕괴와 지하수 고갈, 생수 산업의 팽창은 물을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바꾸고 있으며,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존과 정의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었다. 전 세계 수십 억 명이 여전히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SDG 6은 이행 실패 위기에 놓이고 있으며, 물 스트레스 국가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물’이 아니라, ‘더 정의로운 물 관리’다.


생존과 정의를 가르는 새로운 경계선 '물'


영화 '매드맥스'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사막화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두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며, 자원이 무기이자 권력이 된 세계에서 '물'을 지배하며 사람들의 생존을 통제하는 모습을 그린다. 물 한 컵이 생사를 가르는 이 영화의 디스토피아는 허구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이미 그 그림자를 밟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22억 명은 여전히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국의 지하수에서 뽑아낸 생수를 비싼 값에 되사고, 누군가는 오염된 강물을 떠 마시며 병에 걸린다. 기후위기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지하수는 기업의 소유가 되며, 생수는 생존이 아닌 이윤을 위한 상품이 되었다. 물은 기후, 보건, 성평등, 교육, 경제를 잇는 생명의 축이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곧 사회가 정의를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더 많은 물이 아니라, 더 정의로운 물을 향한 전환이 필요한 때다.


지구의 물탱크 '빙하'의 무너짐은 인류 생존과 연결돼


'빙하'는 흔히 ‘지구의 물탑(Water Tower of the World)’이라 불리며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과학적 현실이다. 지구 담수의 약 70%가 눈과 얼음 형태로 빙하에 저장되어 있으며, 히말라야·알프스·안데스·로키산맥 등 고산지대의 수자원 순환을 유지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히말라야-카라코람-힌두쿠시 지역의 빙하들은 아시아의 주요 강—갠지스강, 인더스강, 메콩강—의 수원지로, 무려 20억 명의 식수·농업·에너지 생존을 지탱하고 있다. 빙권(Cryosphere)이라 불리는 이 영역은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심장부이며 인류 생존의 수문(水門)이다.

칠레 파타고니아 빙하. 사진 Pixabay
칠레 파타고니아 빙하. 사진 Pixabay

'지구의 물탱크'가 지금 무너지고 있다. 국제지구빙하권기후이니셔티브(ICCI)는 "2050년 여름이면 지구의 모든 얼음 지역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이는 영구동토층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빙하의 녹는 속도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빙하가 녹으면 단지 강이 마르는 게 아니라, 식수원이 사라지고 수력발전이 중단되어 해수면이 상승해 저지대 국가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 담수 순환은 물론, 기후 안정성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에 유엔은 2025년부터 매년 3월 21일을 ‘세계 빙하의 날’로 지정했다. 유네스코와 세계기상기구(WMO) 공동 주도로 각국과 협력해 빙하 감시, 물 자원 보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학적 연구와 국제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며, 단지 상징적인 선언이 아닌 인류 생존을 위한 국제적 경고이자 행동을 촉구하겠다는 다짐이다. 빙하의 위기는 지리적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빙하가 녹는 순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농민도 물 부족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빙하 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전 지구적 생존과 정의의 문제다. 이 거대한 물탱크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깨끗한 물은 생존권이자 젠더 정의의 출발점

설치된 상수도에서 아이들이 물을 마시는 모습. 사진 유니세프 
설치된 상수도에서 아이들이 물을 마시는 모습. 사진 유니세프 

물은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권리이지만, 전 세계 22억 명은 여전히 오염 위험이 있는 물을 마시고 있으며, 그중 최소 17억 명은 대변으로 오염된 식수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50만 명 이상이 설사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이 중 5세 미만 아동의 비율이 가장 높다. 강이나 연못, 개울 등 지표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인구도 1억1500만 명에 이르며, 이러한 수질 문제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의 축을 형성한다. 빈곤층, 농촌 거주민, 비공식 정착촌 주민일수록 안전한 식수 접근성이 낮고, 여성과 소녀는 물을 얻기 위해 긴 시간을 소모하며 교육과 건강, 사회 참여 기회를 반복적으로 상실한다.

유니세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깨끗한 식수에 대한 접근은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이자 인권’이라고 선언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저렴한 물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2010년 유엔 총회에서 공식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저소득 국가 농촌 지역에서는 안전한 식수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가구의 3분의 2에서 물 운반은 여성의 몫이다. 세계 인구의 16%인 약 18억 명이 외부 수원에서 물을 길어오며, 그중 여성의 비율이 63%에 달한다. 이는 단지 물을 얻는 문제가 아니라, 소녀의 학교 결석률, 여성의 사회적 배제, 전반적인 젠더 불평등과 직결된다.

식수는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자원이 아니라 질병 예방, 교육 기회, 경제 성장, 성평등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이며, 식수 접근성 평가 또한 단순 보급률을 넘어 ‘누가 물을 얻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물은 생존의 조건이자 모두의 권리이며, 더이상 일부의 자산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겹치는 지금, 물은 정의로운 분배와 공공성을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물에 대한 권리'는 곧 '존엄하게 살 권리'라는 인식에서 모든 물 정책이 출발해야 한다.


지구적 물 위기에 맞선 국제 협력의 힘


유엔 시스템 내에서 물과 위생 문제를 총괄하는 공식 조정 메커니즘인 UN-Water 홈페이지
유엔 시스템 내에서 물과 위생 문제를 총괄하는 공식 조정 메커니즘인 UN-Water 홈페이지

기후위기와 도시화, 인구 증가가 수자원 위기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물 문제는 더 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 부족과 수질 오염 문제는 전 지구적 과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체계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UN-Water, 세계물위원회(WWC), UNESCO-IHP 등이 있다. UN-Water는 유엔 산하의 물·위생 관련 기구들을 조정하는 중심 기관으로, SDGs6(깨끗한 물과 위생) 달성을 위한 ‘글로벌 이행 촉진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각국의 물 관리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WWC는 세계물포럼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책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며, 한국 환경부와 한국물포럼, 아시아물위원회가 이사회로 참여 중이다. UNESCO-IHP는 수자원 연구와 개발도상국 인재 육성을 주도하며, 한국이 유치한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i-WSSM)를 통해 스마트 물 관리 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협력 네트워크 또한 활발하다. 한국 주도로 2016년 설립된 아시아물위원회(AWC)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 정책과 프로젝트를 촉진하며, 최근 ‘아시아국제물주간(AIWW)’을 통해 기술 확산과 협력을 추진했다. 한-메콩 물관리센터는 K-water와 메콩위원회의 MOU를 기반으로 설립되어, 메콩 유역 국가들의 물 문제 해결과 기후 대응 역량을 높이는 연구 및 정책 협력을 수행 중이다. 또한 한국은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와의 협력을 통해 아·태 지역의 스마트 물 관리 기술 도입과 지속가능한 식수 서비스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원조나 기술 지원을 넘어선다. 국경을 넘는 물 위기 앞에서, 다자간 협력은 물 안보의 핵심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한 국가의 해결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물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형평성 있는 분배는 공동의 비전과 책임 아래서만 가능하다. 물은 국경을 넘지만, 해결책은 함께 설계돼야 한다.


SDG 6의 실패와 생수사업의 역설적 관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6번항목인 '깨끗한 물과 위생'. 사진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6번항목인 '깨끗한 물과 위생'. 사진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여섯 번째 목표인 '깨끗한 물과 위생(SDG 6)'은 국제적인 물 부족 문제뿐 아니라 기후위기, 보건, 젠더, 불평등, 생태계 붕괴 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동 약속이다. 그러나 2025년 현재도 20억 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인구의 80%는 농촌에 집중되어 있으며 최소한의 물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위생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35억 명이 기본적인 위생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반복적인 물 부족 상황을 겪을 것이라 경고했으며, 이는 단순한 자원 위기가 아닌 기후, 보건, 젠더, 불평등, 생태 붕괴가 중첩된 복합 재난이다. 특히 세부목표 6.1과 6.2의 이행률은 2020년 기준 각각 26%, 46%에 그쳤다. 자연 습지의 80%는 이미 사라졌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역시 집행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500억 리터의 생수가 소비되고 2700억 달러가 지출되는 오늘날, 생수 산업의 팽창은 SDG 6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 워터저널 내용에 따르면 유엔대학 물·환경·건강연구소(UNU-INWEH)는 생수 소비 증가는 공공 급수 시스템의 실패와 투자 부족의 결과이며, 고비용·저규제 구조 속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반면 공공 식수 인프라 개선에는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페트병 생산량의 35%가 생수 부문에서 발생하며, 25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마다 매립지로 향하는 실정이며, 병입 생수는 수질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실제로 40개국 이상에서 오염 사례가 보고되었다.

생수는 수돗물보다 최대 1000배 비싸고, 수질 안전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저소득층은 오히려 더 비싼 물을 사 마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생수에 쓰이는 전 세계적 비용의 절반만 있어도 20억 명에게 안전한 식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보고서의 내용은 지금의 물 소비 구조가 정의와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SDG 6의 실패는 단지 행정적 미비의 결과가 아니라, 물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산업적 구조와 불평등한 분배의 세계질서를 직면해야 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물 부족 국가 한국, 풍요는 착각이다


우리나라의 물 부족은 더 이상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쏟아지는 나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세계 평균보다 2~3배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는 명백한 ‘물 스트레스 국가’다. 국민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304리터에 달하고,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산업시설은 하루 수십만 톤의 물을 소비한다. 반도체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만 평균 13톤의 물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산업화가 곧 물 소비 확대를 동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가상수(virtual water)'라는 보이지 않는 물은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쌀, 고기, 커피, 면화와 같은 수입 농산물 뒤에 항상 존재한다. 식량을 생산하는 데 쓰인 물의 양은 한국의 공식 수자원 통계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의 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가상수 수입량은 연간 722억㎥로 세계 5위에 해당하며, 이 것은 한국이 식량뿐 아니라 수자원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외부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후위기, 식량위기, 국제분쟁, 해상물류 불안 등 복합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풍부하다고 믿었던 물은 알고 보면 거대한 착시에 불과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찾아오는 이중 위협 속에서 물의 ‘가용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물을 얼마나 쓰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물이 어디서 오고, 누구에게서 빼앗아 온 것인가’를 묻는 시대다. 물은 생존을 지탱하는 공유자산이며, 더 정의롭게 분배되고 관리되어야 할 인권의 기반이다. 한국 사회도 이제는 물을 편리한 소비재가 아닌,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재로 인식하고, 물 절약을 넘어 물의 순환, 접근성, 형평성을 중심으로 한 전면적 인식 전환과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물 안보의 출발점이다.


보이지 않는 지하수의 고갈, 생수로 이어지는 물의 위기


전국 충적층 지하수 수위 추세 변화. 사진 KEI
전국 충적층 지하수 수위 추세 변화. 사진 KEI

우리나라의 연간 지하수 이용량은 전체 개발 가능량(129억 톤)의 약 22.5%로, 총량만 보면 과잉 사용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시·군·구별로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북 고창, 충남 아산, 서울 광진구 등 일부 지역은 개발 가능량의 80~100%를 초과해 지하수를 사용 중이며, 이는 지역 수자원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충남 논산, 경북 성주, 경남 진주 등지에서는 딸기 재배용 관정의 과잉 개발로 반복적인 지하수 고갈 사태가 발생했고, 일부 지역은 생활용수마저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2013~2015년 가뭄기에는 비상급수를 이유로 신규 관정 개발이 집중되며 지하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고, 이후 회복되지 못한 곳도 많다.

국가지하수관측망 자료에 따르면 이용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수위 하강폭도 크다. 지하수는 단순히 '많이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회복에 수십 년이 걸리는 느린 자원이기 때문에 단기적 수요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수 산업'은 또 다른 지하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이미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생수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생수 산업의 연간 지하수 이용량은 30억㎥를 넘는다. 수많은 생수 공장이 지역에 들어서면서 수질 저하와 지역 주민 반발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6년간 생수 제조업체 61곳 중 절반 가까이가 수질 기준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았고, OEM 방식으로 수원지를 공유하면서도 브랜드만 달리해 유통되는 현실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생수는 이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수자원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규제는 느슨하고 정보는 불투명하다. 미세플라스틱, 유해물질, 수질 위반 이력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위반 시 솜방망이 처벌이 일반화되어 있다.

기후위기로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익 중심의 대량 생산 체계는 수질 안전보다 가격 경쟁에 치중하고 있고, 지하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갈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생수는 누구의 자원이며, 어떤 대가로 얻어진 것인가. 물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분배하고 관리할 체계 전환이 시급하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생수의 역설


영국에서 드러난 생수 산업의 실상은, 물이 어떻게 세계 자본에 의해 ‘수탈’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영국의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켄트와 노섬벌랜드에서만 매년 약 19억6천만 리터의 지하수를 추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네슬레·다논·소스 알마(Sources Alma)·슈바르츠(Schwarz) 등 프랑스, 독일, 스위스, 바레인 등의 기업들도 각각 수억 리터의 추출권을 확보한 채, 영국 전역에서 생수를 생산·유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영국 시장 생수 판매량의 83%를 차지하며, 테스코·아마존·리들 같은 대형 유통망과 연결되어 지역의 물을 세계 소비 시장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한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와 겹쳐 심화되는 지역의 물 부족, 식수 접근 불평등, 그리고 물의 공공성 훼손과 직결된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22년 기록적 폭염이 몰아친 웨일스 러드처치에서는 농민들이 농작물에 물을 주지 못해 피해를 호소했고, 급수 제한으로 인해 일부 주택에선 식수 펌프 수위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단수와 급수 장애가 발생했다. 농민들은 "네슬레 공장은 매일 수백만 리터의 물을 끌어가는데, 우리는 하루치 물도 제한받고 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자국 땅에서 나온 생수를 슈퍼마켓에서 비싼 값에 되사야 하는 현실에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 이들은 “가뭄이 아니라 약탈”이라고 말한다.

스코틀랜드와 북부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선 하천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졌고, 메마른 습지 위에선 지역 생태계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물 특별보고관 페드로 아로호는 생수 산업이 사용하는 물의 양 자체보다도, 이들이 공공 수자원 중 최고 품질의 식수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 기업이 현지 지하수로 병입 생수를 생산하고, 정작 주민들은 그 생수를 돈 주고 사 마셔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역자원의 사유화와 불평등한 자원 접근 구조는 오늘날 '자본에 의한 물의 지배' 또는 '내부 식민지화'라는 새로운 윤리적 쟁점을 설명해 주는 사례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 그 너머의 질문


우리는 지금, 물의 정의를 다시 묻는 시대에 서 있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 익숙한 우리는 빙하가 무너지고, 지하수는 말라가며, 생수는 상품이 되어 팔리는 시대에 우리는 “물을 사 마시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은 하나의 흐름이고, 그 흐름은 국경을 넘고 세대를 지난다. 오늘 우리가 마시는 물은 어쩌면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한 결과일 수 있다. 식수의 불평등, 산업적 남용, 공공 자원의 사유화는 모두 연결된 문제이며, 이는 곧 지구적 차원의 생존 위기로 확장된다. 물은 분리될 수 없는 생명의 인프라다. 우리가 어떤 물을 마시든, 결국은 같은 위협의 물줄기 속에 서 있다. 이제는 물을 통해 ‘누가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댓글 1개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trokim
6월 04일

생수라는 말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좋아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