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8-02
골프장에서 하루 사용하는 물의 양은 2만2천 명이 사용할 양
2022년 싸이의 흠뻑쇼는 1회 공연 당 300톤의 식수를 사용한다고 해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공연은 2011년부터 했었지만 2022년 논란이 된 것은 그해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 시기였기 때문이다. 흠뻑쇼나 워터밤은 대량 물 소비의 상징적 대상일 뿐이다. 더 거대한 물 소비는 골프장과 워터파크에 있다. 18홀 프라이빗 골프장을 기준으로 할 때 1일 약 2.08백만 갤런(약 7880톤)의 물이 사용된다.(Golf Gladiator) 한국인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약 353리터(UNEP - UN Environment Programme)라고 한다면 골프장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2만2천 명이 사용할 물의 양이다. 골프장의 빗물 이용시설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는 이유다. 탄소 배출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자고 한다. 물 부족 시대다. 물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흠뻑쇼와 워터밤, 골프장과 워터파크의 물사용을 다시 보자.
물 발자국, 숨겨진 물 소비의 흔적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의 양을 뜻한다. 물 발자국은 소비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예를 들어, 한 잔의 커피를 생산하는 데 약 14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는 커피 나무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관개수, 커피 가공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또한, 1킬로그램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약 1만5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이는 소를 기르기 위한 사료 재배, 축산 과정에서 사용한 물량을 포함한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많은 물 자원을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한다. 물 부족 국가들은 물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농업과 산업에서의 물 사용을 최적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효율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생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 차원의 물 발자국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개인 차원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한다. 육류 생산에는 식물성 식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생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고, 재활용을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종이를 생산할 때 필요한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물 발자국은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양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한 선택을 통해 물 발자국을 줄일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물 관리와 기후위기에 '탄소발자국'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UN세계수자원보고서는 1인 당 담수 공급량이 20년 안에 1/3로 줄어든다고 예측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93억 명으로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실현된다면 전체 인구 20%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먹고, 입고, 놀고, 생활하는 데 있어 탄소발자국과 물 발자국을 얼마나 남기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한국의 물 부족, 가상수가 못 느끼게 하고 있어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며 물 부족 국가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물 부족을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수자원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물을 취수해서 사용하고 있다. 강과 하천의 생태계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사람은 못 느낀다. 가뭄이 들면 정부는 환경유지 용수의 공급을 줄이고, 가뭄이 심해지면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순서로 제한한다. 이러한 조치로 웬만한 가뭄에도 수돗물은 꾸준히 공급되며, 도시 거주민들은 가뭄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더 큰 이유는 ‘가상수(假想水·Virtual Water)’다. 한국은 가상수를 수입하고 있다. 생수와 같은 직접적인 물 수입뿐만 아니라, 식량과 식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물을 수입한다. 한국이 호주에서 쇠고기 1톤을 수입하면,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약 1만5000리터의 물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가상수 교역'이라 한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450억㎥의 물을 가상수 형태로 수입했으며, 이 중 316억㎥는 곡물, 89억㎥는 축산물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국내 댐과 저수지의 총 저수 용량의 3배가 넘는 양이다. 이처럼 한국은 가상수 수입을 통해 물 부족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의 물 자원을 사용한 것이다. 결국, 가상수 수입으로 인해 한국은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와 함께, 가상수 교역의 윤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물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글로벌 물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물은 불평등하다
한국은 수도요금은 세계 평균의 45%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물 부족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물 공급을 공공서비스로 간주하고, 국민의 기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수도요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공공재로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지만 물 자원이 무한정 공급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7.5%다. 상수도 없는 2.5%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관리기본법 제4조 1항은 "누구든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건강하고 쾌적한 물환경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다. 서울시와 대구광역시 등 대도시의 상수도 보급률이 100%다. 농어촌 지역에는 상수도 보급률이 50%도 안 되는 곳이 존재한다. 보급률이 떨어지면 물 문제가 발생한다. 상수도 공급 사업은 '규모의 경제'다. 인구가 몰려 있고, 밀도가 높을수록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다. 농어촌 지역의 마을 단위는 인구도 적고, 몰려 살지도 않는다. 산 속에 있는 마을이면 그만큼 수도관이 연장되어야 해서 비용은 더 높아진다. 수도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보다 상수도가 없어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고,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2.5%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물 부족 국가인데 물이 풍족한 나라, 한국에서 물은 불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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