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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⑥ | 한우를 좀 더 싸게 자주 먹을 수 없을까

2025-09-19 김현권

우리 한우가 왜 비쌀까? 한우는 미국산에 비해 사육 기간이 길고 품종도 남달라 맛나고 비싸다. 산업 면에서 보면, 한우 농가의 사업 규모가 작은 탓도 있고, 출하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유통 과정도 복잡하다. 마리 단위 경매제가 유통비를 키운다. 덴마크처럼 중간 가공 과정을 없애고 부분육을 포장해 인터넷 실수요자 직송으로 바꿔야 한다. 육가공 시스템을 잘 갖춰 축산업의 허브로 키우고 자조금 관리위원회를 정비해 생산자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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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먹으러 가자’, 가장 듣기 좋은 소리다. 우리는 기쁘고 즐거운 날을 한우로 기념한다. 세계인들도 한우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꼭 먹어보고 싶다고 꼽는다. 다들 한우를 좋아한다. 맛이 확연히 구분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주 즐기지 못한다. 비싸기 때문이다. 중산층 가정에서 한우구이로 식사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부모들이 ‘우리는 많이 먹었다. 너희들 먹어라.’ 해도 이삼십 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다들 한우를 좋아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사진_박동식 (경기-한우-007), 공유마당
다들 한우를 좋아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사진_박동식 (경기-한우-007), 공유마당

한우는 사육 기간이 길고 품종이 남다르다


오늘은 고유의 유전 자원인 한우가 왜 비싼지 살펴보고 한우 산업의 방향성에 관해 얘기해 보자.

한우가 비싼 이유는 첫째, 사육 기간이 길다. 지금 수입 고기로 비중이 가장 큰 미국산 소고기는 홀스타인 계통인데 평균 20개월 사육하고 도축한다. 덴마크는 대체로 12~13개월 사육한다. 한우는 무려 30개월이다. 그만큼 경영비가 많이 들어간다.


품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우를 초지에 키워도 홀스타인만큼 빨리 자라지 않는다. 반면에 맛의 차별성은 뚜렷하다. 한우의 불포화지방산은 올레인산으로 고유의 풍미와 감칠맛이 있다. 한우가 맛있다는 생각은 우리만의 관념이 아니다. 일본의 와규도 조선의 한우를 수탈해서 개량한 품종이다. 유전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모든 작물은 만생종이 맛과 향, 저장성이 월등하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한우야말로 자연의 법칙을 닮은 유전 자원이다.


일본의 와규도 비싸다. 사육 기간을 단축하여 경영비를 줄이려고 하나 성과가 크지 않다.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와규의 평균 도축 월령이 29.5개월이다. 한국도 사육 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비육 기간이 짧으면 고기의 탄력도가 떨어지고 수분이 많아 무르다.’라는 반응이 많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사육하는 와규도 30개월령 전후하여 사육한다. 한우나 와규는 종의 특성 때문에 사육 기간을 단축하여 경영비를 줄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육 규모 늘리고, 번식 기반도 다져야 하는데


사육 규모, 또한 중요하다. 어느 산업이나 영세한 규모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일본은 최근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규모화하고 있다. 2024년 일본의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70두이다. 2000년 24두에서 188% 늘었다. 소고기 자급률도 40% 가까이 도달했다. 일본은 와규보다 육용우(젖소의 수컷과 교잡종)를 더 많이 사육한다. 와규와 육용우로 차별적인 두 시장을 함께 가져간다.


한국은 거의 순수 한우를 사육한다. 육용우는 5% 이하다. 규모화는 한국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가 4마리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 42.8 마리에 도달했다.

2018~2024년에 시행한 축사 적법화 조치가 규모화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실시했고 소규모의 번식 농가들이 대규모로 폐업했다. 통계적으로 규모화는 촉진되었으나 한우의 번식 기반을 약화했다는 장기적인 숙제를 남겼다. 여러 복잡한 규제로 농장의 규모를 키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한우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출하자, 도축, 중도매인, 육가공업체(발골), 유통 상인, 최종 소비처로 가는 구조


한우의 도축과 경매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축산물은 국가에서 인증하는 도축시설에서 육가공(1차)이란 절차를 거친다. 도축과 가공은 상품의 안전성 확보와 규격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도축장에는 검역본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직원이 상주한다. 식품 안전성 검사를 거치고 등급판정을 한다. 모두 공적 절차이다.


도축한 소는 이분도체 상태로 경매한다. 등급판정과 경매는 모두 마리 단위로 한다. 경매에 중도매인들이 육가공업체의 주문을 받아 입찰에 참여한다. 낙찰된 소는 다시 4분 도체로 작업하여 도축장을 빠져나와 육가공업체(2차) 대형 정육점으로 넘어가서 발골을 한다. 등심, 안심, 제비추리, 안창살, 토시살 등 100가지에 가까운 부위로 발골이 이루어진다. 부가가치의 상승은 주로 여기서 일어난다.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는 지점이다. 육가공업체에서 발골된 고기는 유통 상인의 손을 거쳐 부위별로 최종 소비처로 공급된다. 출하자—도축—중도매인—육가공업체(발골)—유통 상인—최종 소비처로 가는 구조이다.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 육가공의 중간 과정 없이 부분육 직송


세계적인 축산국가인 덴마크에 데니쉬크라운(Danish Crown)이라는 협동조합이 있다. 13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20년 현재 5620호의 다양한 축산 생산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세계 곳곳에 81개의 도축장 및 육류 가공공장과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2만8천 명의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 덴마크의 시설을 방문했을 때 그 규모와 청결함에 놀랐다.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투명 유리를 통해 구경할 수 있다. 도축장의 입구로 살아있는 돼지, 소가 들어가면 도축과 발골의 전 과정을 거쳐 소 포장된 부분육으로 나온다. 부위 별로 포장된 고기는 곧바로 냉장 탑차에 적재되어 실수요자에게 직송된다. 중간 과정이 없다. 육가공 과정에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소비자 공급가격이 낮아진다.


덴마크의 양돈산업은 새끼 돼지의 수출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덴마크 내에서 비육하는 것보다 이윤이 커서 새끼 돼지로 수출한다. 덴마크에서 생산된 돼지는 90%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 위주로 부가가치를 최고조로 높인 차원이 다른 축산을 하고 있다. 덴마크의 새끼 돼지 수출 중심의 축산과 데니쉬크라운의 육가공 체계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일관 육가공으로 이익구조를 개선하여 생산자의 경영을 안정한 결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다. 상품을 규격화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여 해외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덴마크 데니쉬크라운에서 운영하는 가공공장. 사진_데니쉬크라운프로페셔널
덴마크 데니쉬크라운에서 운영하는 가공공장. 사진_데니쉬크라운프로페셔널


마리 단위 경매제의 복잡한 유통경로가 유통비용을 키운다


국내 축산업도 하루빨리 부분육 거래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요 도축장은 모두 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농협이 책임지고 육가공 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현대화해야 한다. 소든 돼지든 아무도 마리 단위로 소비하지 않는다. 필요한 부위만 쓴다. 마리 단위의 경매제도는 필연적으로 여러 손을 거치게 한다. 복잡한 유통경로는 유통비용을 키운다.


부분육 거래가 도입하면 비선호 부위의 처리가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이는 정보를 공개하고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서 해결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구이용 고기만 고집하지 않는다. 비선호 부위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찾는 알뜰 구매층이 생긴다. 육가공은 한곳으로 모아야 식품 가공산업이 성장한다. 비선호 부위, 적체 부위도 모이면 자원이고 새로운 산업의 소재가 된다.


부분육 중심 유통, 실수요자 온라인 직접 구매


부분육 중심의 유통은 소비자 가격을 확실히 낮추고 시장의 규모도 키운다. 도축과 육가공을 필수로 거치는 축산물은 규격화와 품질의 균일화에 용이하다. 눈으로 현물을 확인하지 않아도 신뢰에 바탕을 둔 거래가 가능하다. 요즘은 신선식품의 포장방법도 많이 발달해 배송의 어려움도 없다. 실수요자가 온라인으로 접근해 직접 구매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온라인 소비시장과 축산물은 궁합이 잘 맞는다.


가축의 내장도 혈액도 쓸모가 무궁무진, 현대적 육가공 시스템 필요


우리는 축산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어 미래의 생산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얼마든지 선물거래가 가능하고 이를 분석하여 공급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축산물 생산과 관리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여기에 현대적 육가공 설비를 덧붙여야 한다. 가축의 내장도 부산물이 아니라 지육에 포함하여 장소를 옮기지 않고 가공해야 한다. 위생과 안전관리에 유리하고 먹거리의 종류가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가축의 혈액은 폐기물이 아니다. 신약 개발에 쓰고, 고급 비료의 원료인 아미노산 소재로 사용한다.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를 만드는 등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후진적 육가공 설비로 혈액을 오히려 처리 비용을 들여 폐기하고 있다. 잘 갖추어진 육가공 시스템은 축산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


자조금 관리위원회를 정비해 생산자 조직을 강화하자


정리하면 생산자 조직의 강화가 유통 혁신의 시작이다. 덴마크 데니쉬크라운의 축산물, 뉴질랜드 제스프리의 키위,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유통 혁신은 잘 조직된 생산자 단체의 등장과 함께했다. 안정적인 생산과 충분한 물량의 확보 없이 유통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 축산업도 산업의 성장을 적극 장려할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주요 품목마다 의무적으로 구성된 자조금 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자조금은 홍보와 소비 촉진에 그치는 기구가 아니다. 생산과 가공, 유통과정에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생산자의 조직화를 견인해야 한다.


예산도 그해에 의무적으로 모두 소진하는 방식에서 목적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축협이 농협에 통폐합되어 피해가 큰 분야가 육가공과 식품 가공산업이다. 축산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고 생산자 조직의 협력이 필요하다. 육가공 분야에 규모 있는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한우와 우리 축산물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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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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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조직 강화, 부분육 중심 유통, 육가종 인프라 투자 확대, 우리나라 축산업이 안정될 수 있는 비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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