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산주변론(山主辯論) ⑨ | 많이 심은 숲이 더 약하다 … 울폐도를 건드려야 사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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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19일
- 4분 분량
2025-12-19 박정희
우리 산지는 가파른 경사, 같은 수종, 같은 연령대인 인공림이 빼곡해서 '울폐도'가 높다. 이렇듯 나무가 빛과 물을 과도하게 독점해서 숲 바닥은 늘 그늘지고 건조하다. 산주들의 솎아베기를 통해 울폐도를 조절해서 녹샘댐, 탄소 흡수, 산불 예방, 생물다양성 보호를 이루는 ‘적정하게 비워 가꾸는 숲’으로 경영되어야 한다.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4대째 내려오는 전통 임업인이자 산림경영인으로 산림 분야의 학문적 지식과 폭넓은 실무 경험을 겸비한 농업, 임업전문가다. 강원대학교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농림 및 환경 분야의 이론적 기반을 다졌다. 21대, 22대 한국산림경영인협회중앙회 회장,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 위원, 산림정책협의회 위원(2025), 한국임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한국산림단체연합회 공동의장, 수목장문화연대 이사장, 한국산림정책연구회 부회장, 한국 산림경영정보학회 부회장, 한국임우연합 이사 등 농림정책에 힘써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 표창(2002), 국무총리 표창(2004), 철탑산업훈장(2011), 임업인상(2015), 대한민국 산림환경대상(2017)을 수상했다.
숲에 손대면 '나쁜 개발'?
임업과 산림경영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이 이어지는 사이, 숲을 지키기 위해 정작 꼭 필요한 일은 손도 대지 못한 채 묶여 있다. 숲을 가꾸면 홍수와 가뭄을 막고,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하며, 산불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지만, 산주들은 나무 한 그루 건드리기도 두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각종 벌채 논란과 산림사업 비판이 ‘숲 손대면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울폐도 조절은커녕 필수적인 솎아베기조차 미루게 만드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 사이 숲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좋은 가꾸기’까지 무분별한 ‘나쁜 개발’과 뒤섞여 매도되며, 우리 산림의 생태 기능은 보이지 않는 속도로 쇠약해지고 있다.

울폐도, ‘숲 속 하늘’의 지표
울폐도는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나무의 잎과 가지가 산지의 표면을 얼마나 빽빽하게 덮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다시 말해 ‘숲 속 하늘이 얼마나 보이느냐’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울폐도가 100%에 가까우면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숲이고, 50%라면 나무 사이로 하늘이 절반가량 드문드문 보이는 숲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 산처럼 경사도가 크고 인공조림 비율이 높은 곳에서 울폐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햇빛과 빗물이 숲 바닥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해 하층식생이 거의 자라지 못하고, 토양 속 공기와 물 순환도 막힌다는 점이다. 그 결과 숲은 소수 수종, 동일 임령에 생물이 갇히고, 뿌리가 얕은 나무들만 과밀하게 경쟁하는 ‘약한 숲’으로 변한다. 적절한 솎아베기와 울폐도 조절은 이 빽빽한 수관을 조금 비워 하늘 틈을 열어 줌으로써, 빛·물·바람이 숲 바닥까지 살아 움직이게 하고 토양 속에 더 많은 물과 탄소를 저장하며, 다양한 식물·곤충·미생물이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로 회복시키는 핵심 열쇠다.
산지 울폐도 조절이 왜 핵심인가
우리 산지는 가파른 경사와 같은 수종, 같은 나이인 인공림이 빼곡히 들어서서, 나무가 빛과 물을 과도하게 독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숲 바닥은 늘 그늘지고 건조해 풀·관목·야생화가 어우러진 다층 구조 대신 획일적인 침엽수 일색의 숲이 펼쳐져 있다.
산지 울폐도를 조절하는 일은 이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작업이다. 과밀한 나무를 솎아내 적정 밀도로 맞추면, 남은 나무는 건강하게 자라고 그 사이로 들어온 햇빛과 빗물이 하층식생을 깨워 숲을 입체적인 생태계로 바꿔 놓는다. 이는 단지 경관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림의 방어력을 키우는 기반 공사에 가깝다.
홍수와 가뭄을 이기는 ‘녹색댐’
연구 결과에서도 숲을 적절히 가꾸면 빗물을 머금고 천천히 내보내는 ‘녹색댐’ 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밀한 숲에서는 빗물이 나무와 낙엽 위에 머물다 임계점을 넘으면 한꺼번에 흘러 내려 홍수 위험을 키우지만, 솎아베기로 울폐도를 낮춘 숲에서는 빗물이 토양 깊숙이 스며들어 지하수와 계류로 서서히 방출된다.
같은 비를 맞아도 가꾸지 않은 숲보다 가꾼 숲의 토양이 더 많은 물을 저장하고, 가뭄 시기에 계곡과 하천으로 물을 오래 흘려보내는 이유다. 이러한 변화는 홍수·가뭄 대응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토양 미생물과 곤충, 다양한 초본·관목이 살아갈 수 있는 수분·온도 환경을 만들어 건강한 생태계 회복으로 이어진다.
탄소 흡수와 산불 예방, 두 마리 토끼
울폐도 조절은 탄소 흡수와 산불 예방 측면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한 숲에서는 개체당 성장 여지가 부족해 전체 탄소흡수량이 정체되지만, 솎아베기를 통해 생육이 좋은 나무에 광·수분·양분을 집중하면 단위 면적당 생장량과 목재 생산성이 함께 높아진다. 더 굵고 튼튼하게 자란 나무는 그만큼 많은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는 ‘살아 있는 저장고’가 된다.
하층식생이 풍부해지면 낙엽과 유기물이 두텁게 쌓여 토양 탄소 풀도 커진다. 산불 측면에서는, 고사목과 마른 가지·덩굴·덤불이 뒤엉킨 과밀한 숲이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다는 사실이 여러 화재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계획적인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임도·완충지대 조성과 결합한 울폐도 관리로 연료 부담을 줄이면 화염 확산 속도를 늦추고 진화선 구축을 쉽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업과 산림경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임업은 나무를 베어 파는 ‘개발 산업’으로, 산림경영은 산을 훼손하는 행위로 오해받아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임업은 목재 생산을 넘어 탄소 흡수, 수원 함양, 산불 예방, 생물다양성 보호까지 함께 관리하는 종합적인 공익 서비스 산업이다.
과학적 계획에 따른 솎아베기와 울폐도 조절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라, 숲을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생태 인프라 관리’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손을 떼고, 숲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이 조용히 무너질 것이다.
‘많이 심는 숲’에서 ‘적정하게 비워 가꾸는 숲’으로
이제 우리 산림정책은 ‘많이 심는 숲’에서 ‘적정하게 비워 가꾸는 숲’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산지의 경사와 토양, 수종과 임령을 고려한 과학적 울폐도 목표를 설정하고, 공·사유림을 막론하고 정기적인 솎아베기를 유도하는 제도·재정 지원을 본격화해야 한다. 동시에 공익적 가꾸기와 무분별한 개발을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과 소통이 필요하다. 산지 울폐도 조절은 숲의 탄소 흡수, 수원 함양, 생물다양성, 산불 예방이라는 네 가지 기능을 동시에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빛과 바람이 다시 숲 바닥까지 스며드는 순간, 우리 산림은 기후위기와 재해에 강한 든든한 생태 인프라로 되살아날 것이며, 그 중심에 과학에 기반한 임업과 책임 있는 산림경영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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