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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에너지부에 기후 재난 대응을 위한 ‘기후재난관리청’도 필요하다

기후 이상 변화가 재난의 양태를 바꾸고 있지만 기후 재난에 대응하는 조직이나 정책은 여전하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가 활발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합치는 게 대략적인 얼개다.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기후에너지부는 생길 것이다.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관장하는 장관급 주무부서가 만들어지는 건 다행한 일이다. 정부 조직 혁신이나 개혁은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기후에너지부가 어떤 가치와 목적을 담보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시작할 일이다. 시작이 반이다.


여러 측면 중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위와 바로 연결되는 ‘재난’을 우선 보자. 자연 재난은 자연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산불, 산사태, 홍수, 폭염, 가뭄, 한파, 지진, 해일, 해충 등이 있고 대부분 예측이 힘들다. 사회 재난은 사회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화재, 교통사고, 구조물 붕괴, 전염병, 테러, 전쟁 등이 있고 조기 경보가 가능하지만 발생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현대사회의 재난은 갈수록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이 연계되는 ‘복합 재난’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인위적인 원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산불의 99%가 사람들에 의한 실화라는 점은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 재난은 기후 이상 변화나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으로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언뜻 자연 재난의 모습의 띠고 있지만 복합 재난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기후변화 자체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간의 개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 재난으로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사태가 도로나 철도 등 사회기반 시설을 덮치고 홍수는 건물을 침수시킨다. 해일은 원자력발전소를 멈추게 하고 해충은 전염병을 유발한다. 에너지 공급망 혼란은 전쟁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기후 재난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심각해지며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과학연구, 기후모델 분석, 관측 자료들은 이를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다. 자연이 단순히 변덕을 부리는 게 아니라 지구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 재난의 미래가 매우 심각하게 전개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IPCC는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해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한 지역이다. 지난 100년 동안 평균기온이 세계 평균 2배 가까이 상승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대한민국이 직면할 기후 재난 시나리오가 정리되어 있다. 살인적인 여름이 일상화되고 여름철 평균기온이 2~3도 오른다. 도시 배수 능력을 초과하여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강하게 내린다. 물 부족 위기가 농촌과 도시를 가르지 않고 오게 된다. 태풍의 강도가 2~3배 커져 동해안, 남해안의 침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북, 강원, 경기북부에 초대형 산불 위협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해수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가 동시 진행되어 연안 저지대는 상습적으로 침수된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생물다양성이 감소되어 생태계가 붕괴되고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암울한 이야기다. 무슨 디스토피아 소설의 내용 같다. 예견되는 기후 재난이 더 끔찍한 건 대응하기 무지 까다롭다는 점이다. 기후 재난은 서서히 진행되고 눈에 잘 띄지 않으므로 당장 위기라고 인식되지 않는다. 극한 기후는 기존 모델로는 정확한 시간, 강도,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단발성이 아니라 해마다 더 강해지고 여러 재난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단순한 자연 재난이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를 시험하는 복합적 위기라는 점에서 기존 재난 대응 체계로는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기존 재난 대응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춰진 편에 속한다. 하지만 기후 재난 대응 체계로 들어오면 걸음마 수준이다. 미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기후 재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전통적인 ‘일회성 사고 대응 중심 체계’로는 안 된다. 기후 재난을 전담하는 통합 지휘 체계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정보 분석이 미흡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실행력이 따라오지 못한다. 기후 재난 대응에는 데이터 기반 조기 경보, 예측 체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모든 재난에 마찬가지겠지만 기후 재난의 경우 피해는 사회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속성을 갖는다. 이들의 일상에 대한 보호도 대응 체계 안에 있어야 한다.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 내에 기후 재난 전담 콘트롤 타워로 ‘기후재난관리청’을 제안한다. 지금의 기후 재난 대응체계는 제도는 있지만 통합적 실행력이 떨어진다. 기후위기는 기존 재난과는 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장기적, 복합적 위기이다. 대응하는 방법이나 체계에도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에너지부의 기능이 에너지와 기후 정책 활성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후 디스토피아가 예상되는 지금, 국민들이 기후에너지부에 거는 기대는 미증유의 재난을 극복하여 자신들의 삶을 지켜 주는 데 더 크게 가 있을 것이다.


통합 기후재난관리청이 명심할 게 있다. 정부 조직의 통합, 효능과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다. 재난은 책상 위에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피부와 호흡에 닿아있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일이 터지면 일선에서 당면하는 쪽은 결국 지방정부와 관계자들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주민들이다. 기후재난관리청과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력,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제는 ‘기후 대응’과 함께 ‘기후 적응’도 고민할 때다.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되어 갈 때,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남느냐 도 중요한 문제다. 기후재난관리청은 ‘기후 적응’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2009년 재난 영화 <해운대>가 개봉될 때만 해도 기후위기를 체감하지 않던 시기였다. 영화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참사에서 영감을 받아, “한반도에 쓰나미가 온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영화다. 일상적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으로 삶이 파괴되고 죽음을 보게 된다. 영화는 재난 예측 경고를 무시한 관료 시스템과  아무런 대비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묻고 있었다. '누가 재난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우리는 재난에 대비하고 있는가?'
2009년 재난 영화 <해운대>가 개봉될 때만 해도 기후위기를 체감하지 않던 시기였다. 영화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참사에서 영감을 받아, “한반도에 쓰나미가 온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영화다. 일상적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으로 삶이 파괴되고 죽음을 보게 된다. 영화는 재난 예측 경고를 무시한 관료 시스템과 아무런 대비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묻고 있었다. '누가 재난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우리는 재난에 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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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l 07

기후에너지부에 기후재난관리청이 꼭 필요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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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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