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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너지 전환에 부합하는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이 중요한 이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절실한 과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게 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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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편집인



전기는 양성자와 전자라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의 전하로 구성된다. 전하 주위에는 자기장이 있고 자기장 내 전하의 위치에너지 변화를 전압이라 한다. 전류는 전하의 이동이다. 실제 일을 하는 동력인 전력은 전류와 전압을 곱한 것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기는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일 뿐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역사 대부분 인류 생존을 책임진 건 ‘불’이었다. 불로 조리, 난방을 하고 금속을 제련했다. 산업혁명 이후 150년 남짓 이 역할을 맡은 건 ‘증기’였다. 기계화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에디슨이 전등을 밝힌 이후 ‘전기’는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


현대문명이 전기를 선택한 이유는 효율·변환·송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동기, 히트펌프 등은 연소기관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 예를 들어 전기 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3배 이상 효율이 높다. 빛, 열, 운동, 화학에너지 등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고, 전선만 있으면 어디든 전달 가능하다. 사회와 산업의 ‘보이지 않은 뼈대’인 만큼, ‘전기화’는 지금의 문명에게는 숙명인 셈이다. 더욱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전기화율’을 계속 증대해야 한다. 전기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만들 수 있어서 ‘탈탄소’의 핵심 조건이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전기화율’을 현재 20%대에서 40% 이상으로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는 만들어지면 송전과 배전을 거쳐 실생활에 소비된다. 하지만 전력이 유통되는 데는 물리적 흐름만 있는 게 아니다. 전력도 유료 상품이다 보니 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시장이 전력거래소(KPX)라는 유일한 공공시장이고 구매자가 한국전력이라는 단일 구매자라는 게 여느 시장과 다르다. 소비자는 한국전력에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이용하는 구조다. 전기는 저장이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해서 전력거래소는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맞추려고 한다.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게 말이다. 다만, 부족할 때를 대비해 예비전력을 두고, 남을 때를 고려해 발전 제어를 한다. 전력거래소가 제 기능을 못하면 증권거래소가 마비되는 것만큼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공장에서 스위치를 올리고 가정에서 플러그를 꽂으면 전기가 들어오는 게 일상이다.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나오는 것과 같다. 일상이 유지되려면 발전소가 발전을 잘하고, 전력거래소가 수요와 공급 균형을 제때 맞추고, 한국전력이 계통 제어를 무리 없이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위에 큰 계획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전력 수요와 공급을 장기적으로 계획하는 국가 에너지 계획이다.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며, 보통 15년을 내다본다. 현재 제11차 계획까지 나왔으며 2025년 2월 21일 확정되었다. 대상은 2025년부터 2039년까지 대한민국 전력 수급 전략과 계획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전력·에너지 정책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국가전력기본수급계획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부처 간 업무 조정이 아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철학과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전력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공공 토대로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전력 수급이 산업 정책 수단보다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이 된다.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시대의 흐름에 걸 맞는 정책 실행을 해 줄 거라 기대해 본다.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에서 탈탄소·재생에너지·분산형 전원 중심으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다. 에너지 전환에 부합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얼마나 전기를 만들고 쓸지가 아니다.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쓰는가를 내용으로 한다.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린다. 지역 단위에서 전기를 생산·소비하는 분산형 전력 체계를 구축한다. 전력수급계획이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연동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수요가 공급에 맞춰 조정되는 구조로 전환된다. 무엇보다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시민사회·지역·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다. 즉 이행 로드맵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계획안을 작성하고 전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 검토를 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다음 국무회의에서 확정해 왔다. 해당 절차는 전문가 검토와 공청회 부문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줄곧 있어 왔다. 2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전력정책심의위원회가 정부와 공기업 위주라서 실질적인 다원적 논의 구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핵심 과제들이 유지되지 못하고 정부의 성향에 따라 계획의 부침이 눈에 띄게 일어나곤 했다. 공청회의 참여 제한과 비민주성도 또한 지적된다. 작년 9월 26일 있었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 재판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갈등까지 빚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할 때, 의레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국민들의 전문성 부족과 시간 제약이다. 정책이란 게 일반 시민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보 공유가 미흡해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기 때문이다. 표면적 복잡성까지 더해지면 효율성과 시간의 촉박함을 내세워 졸속 처리되기 일쑤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방식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시민에게 전문성을 보완해 주고 있고, 집단지성을 견고하게 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좌우할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시민사회의 ‘힘’이 필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이점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경제협력체 회의인 만큼 수면위론 주로 경제 현안들이 논의될 것이다. 진실은 대개 행간에 있다고 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다극화 세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될 거라 전망되고 있다. 다극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건 지금과는 사뭇 다를 거라는 점이다. 좀 더 질적으로 나은 방향일 거라고 기대도 해 본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식량 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에너지 안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절실한 과업이다. 앞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게 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작년 9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공청회가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있었다. 전국에서 시민과 주민들이 공청회에 참석했고 기후정의, 탈핵, 탈송전탑을 요구하며 단상에 올라 '11차 전기본 백지화'를 외쳤다. 그중 20명의 활동가와 주민들이 연행되었다. 주최 측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법원은 10명에게 '기소유예', 나머지 10명에게 벌금 100만 원씩 약식 처분을 내렸다. 이에 6명의 활동가와 주민들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1차 전기본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송전선로 건설 계획 등 국민의 안전이 배제되고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내용들이 포함되었다고 평가된다.  연행 사건 관련 재판 1심 선고가 10월 10일(금)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 8월 19일에 있었던 재판 당일 기자회견 모습이다. 사진_ 밀양765kvout송전탑반대대책위 공식 페이스북
작년 9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공청회가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있었다. 전국에서 시민과 주민들이 공청회에 참석했고 기후정의, 탈핵, 탈송전탑을 요구하며 단상에 올라 '11차 전기본 백지화'를 외쳤다. 그중 20명의 활동가와 주민들이 연행되었다. 주최 측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법원은 10명에게 '기소유예', 나머지 10명에게 벌금 100만 원씩 약식 처분을 내렸다. 이에 6명의 활동가와 주민들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1차 전기본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송전선로 건설 계획 등 국민의 안전이 배제되고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내용들이 포함되었다고 평가된다. 연행 사건 관련 재판 1심 선고가 10월 10일(금)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 8월 19일에 있었던 재판 당일 기자회견 모습이다. 사진_ 밀양765kvout송전탑반대대책위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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