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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 가자 ④ 세상에서 가장 풍요롭던 바다, 세토나이카이

 

일본의 지중해로 불리는 바다, 세토나이카이는 조선통신사도 다녔던 오래된 무역항로이자 일본 최대 국립공원이 있으며 수산자원의 세계적인 보고로 문어밥과 멸치 요리 등 해산물 음식도 유명한 바다 정원이다.


2024-11-29 제종길, 고은정, 이응철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예술제가 열리는 다카미지마의 마을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세토나이카이의 전경이 너무나 평화로웠다. 이것도 출품작(ta 11)으로 ‘마사히토 노무라(野村正人)의 나이카이의 테라스(海のテラス)’이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설치되어 있다. 사진_제종길

“낙원, 이상적인 바다 정원”


인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살았던 미국 작가 ‘도널드 리치(Donald Richie)’가 1971년에 출판한 여행 회고록 『나이카이(內海, The Inland Sea)』에서 세토나이카이를 “낙원, 이 이상적인 바다 정원(This paradise, this ideal sea garden)”라고 묘사했다. 세토나이카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산물 생산 해역으로 유럽의 지중해보다 제곱킬로미터당 연간 기초생산량이 20배 이상이었다. 또 인터넷 블로그인 ‘더 세토우치 쿡 북(The Setouchi Cookbook)’의 ‘더 세토우치(The Setouchi)’에서는 “세토나이카이에는 연안 어류, 문어, 오징어, 새우, 게 떼, 조개, 홍합, 30종류 이상의 굴 등 해산물과 식용 해조류가 풍부하다.”라고 썼다. 우리들의 생각으로는 세토나이카이는 ‘사토우미(里海, Satoumi: 인간과 생태계 사이의 오랜 상호 작용으로 형성되고 유지되는 해양과 해안 경관으로 정의됨)’의 이상적인 예로 여겨진다. 이 평화로웠던 바다는 일본 최대의 반 폐쇄성 바다이자 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이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풍광으로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러므로 내해의 사토우미가 제공하는 풍요로움과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들의 삶과 연안 해역이 오랫동안 이어온 연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메기지마(女木島)의 방파제에 2010년에 설치된 작품(mg 01)으로 ‘다카히토 키무라(木村崇人)의 갈매기의 주차장(カモメの駐車場)’이다. 바람이 불면 바라보는 방향이 바뀐다. 마치 섬을 떠난 주민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사진_제종길

일본의 지중해


세토나이카이는 전형적인 지중해다. 혹자는 유럽의 지중해와 비교해 ‘일본의 지중해’라고 부른다. 마사토 모리(森 正人)의 책 『고지도로 즐기다, 세토우치·가가와古地図で楽しむ, 瀬戸内・香川』(2023)에서는 일본인들이 세토나이카이를 지중해로 불리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지중해는 바다를 둘러싼 육지가 사람들이 정착하기 안성맞춤이니 수많은 도시와 마을이 생기고, 이 바다를 통해서 문물 교환이 활발해 문화가 번성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 바다를 살펴보자. 동서로 길쭉한 이 바다는 길이가 450km, 남북으로 폭이 15∼55km 정도이다. 평균 깊이는 약 38m로 황해보다 약간 얕으며, 최대 수심은 역시 약 105m로 황해보다는 조금 깊다. 동쪽은 ‘기이슈도(紀伊水道)’와 분고슈도(豊後水道)를 통해 태평양으로 연결되며, 서쪽은 아주 좁은 간몬카이쿄(関門海峡)을 통해 대한해협으로 이어져 있다. 해안선은 매우 복잡하며 총길이는 7230㎞에 달했다. 6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하천들이 민물을 이 바다로 내보내고 있다.

메기지마와 테시마 사이에 있는 오기지마(男木島)인데 섬의 서쪽 경사면에 마을이 있다. 1950년에는 1000여 명이 살았는데 첫 예술제가 열리던 2010년에는 인구가 고작 180명에 불과했다. 이후 주민들이 조금 늘어 2014년에 학교와 보건소를 다시 열었다. 사진_제종길

조선통신사도 지났던, 무역항로


대양과 바로 접하고 있는 일본의 다른 해안 지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바다다. 수천 년 동안 태평양에서 대한해협으로 또는 그 반대로 이동하는 통로로써 중대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에도 시대 이후에는 세토나이카이는 무역항로로 유명했다. 조선통신사도 이 해역을 거쳐 지나갔다. 홋카이도와 오키나와, 그리고 한국과 중국에서 온 선박들은 세토우치지방의 오카야마현 우시마도(牛窓), 히로시마현 오노미치(尾道), 야마구치현 무로즈미(室積)와 같은 역사적인 항에 들렀다. 현재에도 국내로 배송되는 모든 상품의 43% 정도가 화물선에 실려 세토나이카이를 통과한다. 얕고 안전한 바다를 통과하려는 큰 선박들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세토우치공업지대뿐만 아니라 오사카를 비롯한 고베 등 간사이(關西) 지역의 산업 중심 지역으로 가는 해상 운송로이기도 하다. 대교들이 건설되기 전에는 간사이와 규슈를 잇는 주요 교통망이었다.

여행 중에 안전하게 항해하는 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업하는 어선들은 보기가 어려웠고, 레저용 낚시배는 몇번 보았다. 사진_제종길

일본 최대의 국립공원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瀬戸内海國立公園)은 1934년에 운젠(雲仙), 기리시마(霧島) 국립공원과 함께 일본에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 가운데 하나이다. 키탄, 나루토, 칸몬, 호요해협 등의 4개의 좁은 해협을 출입구로 가진 공원에는 해역이 드넓다. 크고 작은 1000여 개의 섬들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경관은 아름답고 자연스럽다. 국립공원은 11개 현과 부에 걸쳐 해역을 포함해 총면적 9000㎢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세토우치 지역의 주민들은 자연과 공생하면서 일찍부터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수산자원의 세계적인 보고


세토나이카이의 생산량은 다른 반 폐쇄성 해역보다 훨씬 높았는데 지중해는 말할 것도 없고, 생산력이 높다는 미국 체사피크만보다도 3배 이상이었다. 세토나이카이의 조간대 습지는 드넓었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습지들이 존재했다. 당연히 연안습지는 바다의 전체 생태계의 건강과 생산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잔잔한 내해와 그 주변에서 섬, 바다, 사람들이 관련을 맺고 생활을 해 왔다. 세토우치 지역은 날씨가 좋아서 신선한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하다. 자연산 해산물과 현지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천연 바다 소금, 사케 등을 듬뿍 사용한 세토우치의 요리는 수세기 동안, 이 나라 최고의 자랑거리였다. 일본 역사상 1년 내내 요리 강세 지역인 것이다. 단출한 요리기법과 은은한 양념으로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갖고 있다. 또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내는 가볍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오래된 그물과 로프를 나무 틀에 걸쳐진 배가 바다를 건너온 대교를 바라보도록 배치해 놓은 것이 바다 생활의 무상을 느끼게 했다. 바닥에 있는 것은 거울이다. 이것도 혼지마(本島)에 설치된 작품(ho 13)으로 러시아 작가인 알렉산더 포노마레프(Alexander Ponomarev)가 2016년에 내놓은 ‘바닥 하늘(Bottom Sky)’이다. 사진_제종길
다카미지마항에는 쌓여 있는 문어잡이용 단지가 그득했다. 오랫동안 어업을 하지 않았는지 단지가 바래고 찢어져 있는 것이 많았다. 사진_제종길

먹이가 풍부한 어장과 강한 조류를 견딘 해산물들


히로시마현은 영양이 풍부한 지역 바다에서 자란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후쿠야마 도모노우라(福山 鞆の浦) 도미’, ‘미하라(三原) 문어’, ‘구레(吳) 뱅어’, ‘미야지마(宮島) 붕장어’ 등이 엄선된 해산물 재료를 쓴 유명 요리들이다. ‘다이브 히로시마(Dive Hiroshima)’ 홈페이지에 적힌 내용이다. 글에는 세토나이카이의 해산물들이 왜 맛있는지에 대한 특별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첫째, 먹이가 풍부한 어장에서 자란 해산물이다. 세토나이카이는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내해’이기 때문에 육지의 영양분이 수많은 하천을 통해 유입된다. 둘째, 강한 조류에 적응한 물고기이다. 태평양의 쿠로시오해류에 비해 빠른 조류 속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는 육질이 단단해 맛있다.”

문어밥이 들어간 도시락이다. 오기시마 주민들이 예술제 기간에 섬을 찾은 방문객에 파는 것이다. 밥은 맛있었지만 문어살이 적어 어획 현황을 물어보니 자원량이 너무 많이 준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_제종길

문어밥(다코메시)과 멸치 요리


‘문어밥(다코메시 octopus rice)’는 세토나이카이 해안 전 지역에서 유명하다.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많이 흩어져 있으며 수온도 크게 변하지 않고 수질도 깨끗하다. 문어(마다코マダコ라고 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의 주꾸미와 같은 종임)가 좋아하는 먹이가 모이는 곳이라 문어의 서식지로 안성맞춤이다. 문어밥은 본디 어민들이 먹던 것인데 이젠 인기 있는 지역 메뉴가 되었다. 예술제가 열리는 섬에서도 어디나 문어를 어획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타카미지마(高見島)에서 엄청나게 많은 어구나 어선들을 다수 볼 수 있어서 이 섬의 핵심 어획 수산물이 문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또 12개 섬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있는 이부키지마(伊吹島)도 재미있었다. 멸치를 위주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사는 섬인데 섬으로 가는 항구에서부터 멸치 문양이 눈에 띄고, 섬의 간이식당 같은 곳에서 멸치로 만든 메뉴들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이부키지마는 어딜 가나 멸치다. 멸치가 이 어촌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맛있는 멸치 우동도 좋았지만 우리에겐 멸치 햄버거가 인기 최고였다. 옆의 그림은 손님들이 낙서하는 식당 벽에 방문의 흔적을 남긴 것이다. 사진과 그림_제종길

현지산 생선을 현지에서 즐기기부터


세토나이카이의 북부 해안 중간에 있는 빙고지방(備後国)은 사계절 풍부한 어획량을 자랑한다. 세토우치의 해산물은 종류가 많고 양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현지 수산물을 가장 잘 아는 현지 어부들이 엄선한 25종의 생선을 ‘빙고 피쉬’라고 하는데 세토나이카이의 계절별 출현 어종을 알 수 있어서 종 목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봄에는 7종—조개, 오징어, 말쥐치, 삼치, 보구치, 참돔, 볼락, 여름에 8종—새우, 붉바리, 용치놀래기, 청보리멸, 일본농어, 문어, 열동가리돔, 병어, 가을에 3종—쏨뱅이, 도다리, 갈치, 겨울에 7종—붕장어, 참서대, 쑤기미, 꽃게, 감성돔, 갯가재, 가자미 등 총 25종의 물고기를 선정했다(한 호텔 홈페이지의 ‘세토우치의 별미 Setouchi Delicacy’에서 인용함). 계절에 상관없이 추천하는 제철 지역 산물은 먹기인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현지산 생선을 현지에서 즐길 수 있도록 착안한 것이다. 예술제를 즐기려면 잘 찾아 먹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지….

댓글 3개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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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Nov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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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나이카이 일본의 지중해로 불려지는데

생산량은 단위 면적당 20배라니

쫌 부럽네요 우리나라 어민들도 참고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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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Nov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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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시간 날때 더 자세히 읽어봐야 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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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Nov 29
Rated 5 out of 5 stars.

멸치가 들어간 햄버거.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네요. 한국도 특이하고 맛있는 메뉴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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