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남영우 국립산림과학연구원 | 외래생명체, 외래병, 살아 남은 유전자를 찾아서
- Dhandhan Kim
- 9월 19일
- 5분 분량
2025-09-18 김복연 기자
국립산림과학원은 조기 예측과 선제 대응을 위해 재선충의 유입 가능성과 내병성 소나무 선발, 유전자 마커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재선충은 국내 산림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외래 병해충으로, 과학적 개입이 가능한 시간은 매우 제한된다. 감염목의 훈증·열처리 방제도 함께 병행되며, 과학은 자연의 시간을 앞당기려는 인간의 절박한 노력의 도구가 되고 있다.

남영우 산림과학연구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에서 근무 중이며 2015년 과학원에 입사했다. 초기에는 재선충을 제외한 일반 해충 연구를 맡아 왔으나, 2018년부터 소나무재선충병 연구를 본격 담당하게 되었다. 현재 소나무재선충병의 방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의 생태적 특성을 규명하고, 이들의 발생 시기와 이동 경로를 분석하며, 전국적인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는 일이다. 숲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적 대응을 지원하는 것이 그가 하는 연구의 핵심이다.
북미에서 유래한 외래침입병, 소나무재선충병

소나무재선충병은 북미에서 유래한 외래 침입병이다. 이 병을 일으키는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고, 반드시 매개충을 통해 전파된다. 국내에서는 토착 하늘소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솔수염하늘소가 매개 역할을 한다. 하늘소는 고사목에서 유충 시기를 거친 뒤 날개 있는 성충으로 우화(羽化)해 주변 소나무의 어린 가지를 갉아먹는데, 이때 재선충이 곤충 체내에서 빠져나와 나무 내부로 침투한다. 재선충은 건강한 수피를 뚫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물리적 상처가 감염의 전제 조건이다.
해충에 의해 나무가 죽어가는 과정
재선충은 나무의 물관을 막아 수분 공급을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최근 연구로 재선충이 나무를 죽이는 더 복잡한 생리적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 재선충은 수지 통로 주변 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세포 내부 지질 성분을 변성시켜 미세한 수분 방울을 생성하게 한다. 이 수분이 수분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나무 내부 수분순환이 붕괴되고, 나무는 건조 상태에 빠지며 수세가 약화된다. 송진 분비 기능이 멈추고 대부분의 나무는 감염된 그 해에 고사한다. 한 쌍의 재선충이 감염된 나무에서 20일 내에 20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25~28℃의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침입종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과학기술

국내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연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국내 최초 유입된 이래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 상황에 따라 크게 3단계로 구분되어 수행되어 왔다.
소나무재선충병이 1차로 대발생했던 시기(2007년 137만 그루)를 포함하는 연구 I 단계(1989~2009년)에서는 감염목 피해가 점차 증가하던 시기로, 소나무재선충병의 ‘기초 생태 및 방제 기술개발’ 연구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연구 II 단계(2010~2015년)는 2014년 피해목 218만 그루의 2차 대발생이 있었던 시기로, 국립산림과학원은 급증한 고사목 방제를 위해 ‘현장 지원형 방제 기술 다각화 연구’에 집중했다.
연구 III 단계(2016~2024년)는 2014년 2차 대발생 이후 피해가 점차 줄어들던 시기로, ‘예찰·진단’ 및 ‘방제 기술의 고도화’ 연구가 추진되었다. 예방 나무주사 약제는 약효 지속 기간이 2년부터 4년까지의 다양한 품목과 소나무재선충과 매개충을 동시 방제 가능한 ‘합제나무주사’(에마멕틴 벤조에이트+아세타미프리드 등)를 선발하였다.
그러나 최근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었고 화학적 방제법에 대한 사회적 우려로 인해 현재는 친환경·예측 기반 방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내병성 품종 육성 및 보급을 위한 내병성 개체 선별 마커 및 증식 기술 개발, 모델링 기반 발생 예측 시스템 개발 등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 가해지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침입종의 확산을 억제하는 정밀 방제가 과학기술에 의해 구현되고 있다.
자연의 방어 전략을 분석해 유전형질을 보관

소나무류 중 일부는 내병성을 가지고 있다. 주요 방어 방식으로는 수지(樹脂, resin) 분비 강화, 방어 단백질과 효소 생산, 리그닌(lignin) 축적 및 세포 벽 강화, 재선충 침입을 감지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들(NBS-LRR 등)의 발현 등이 알려져 있다. 내병성 소나무 품종 개발은 바로 이 자연의 방어 전략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피해 지역에서 살아남은 소나무는 유전적으로 재선충에 대한 저항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공 접종’이라는 방식으로 많은 개체수의 재선충을 소나무에 반복 주입하여 내병성 여부를 조사하였다. 이 실험은 단발성 테스트가 아니라 해마다 1회씩, 총 4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수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단 한 해라도 감염으로 고사하면 내병성 판별에서 제외되며, 4차 접종까지 모두 생존한 개체만이 내병성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선별된다.
이처럼 유전자 수준의 특성을 검증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단순히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바람을 매개로 꽃가루를 퍼뜨리는 풍매화 수종이기 때문에, 주변 개체와 유전자가 쉽게 섞인다. 따라서 유전 형질이 동일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과학기술이 병행되고 있다. 하나는 내병성 마커 개발이다. 저항성 유전자가 존재하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분자마커를 개발함으로써, 긴 접종 실험 없이도 후보 개체를 사전에 선별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는 체세포 증식 기술이다. 삽목이나 접목, 조직배양 등을 통해 동일한 유전 형질을 가진 소나무를 복제하는 이 기술은, 유성 생식이 아닌 생물학적 복제에 가까운 방식이다. 내병성 유전형질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해충에 영향 미쳐
하늘소와 재선충은 모두 온도에 민감한 생물이다. 하늘소는 기온이 오르면 발육 속도가 빨라지고 활동 기간이 늘어나며, 후식 횟수도 증가한다. 이는 곧 감염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 여기에 가뭄이나 고온 건조 같은 조건은 소나무의 생리적 저항력을 더욱 약화시켜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온도 기반의 MB지수와 강수량까지 반영한 JPS지수를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정보와 입지환경 자료, 기상자료 등 관련 환경인자들을 토대로 기계학습법을 통해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위험도 평가 모형을 개발하고 미래에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 위험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있다. 또한,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매개충 성충의 우화시기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도 예측하고 있다.
감염된 나무의 처리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는 일정 지역을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고사목이나 감염 우려목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이는 병해충의 확산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장기적인 확산 저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 왔다.
감연된 고사목 처리와 활용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는 자원화가 가능한가이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라 하더라도 적절한 방제 처리를 거치면 자원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시행 중인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대용량 훈증 처리와 열처리 시설을 통한 고온 방제가 있다. 후자의 경우, 국제 기준인 ISPM 15에 따라 목재 내부 심부 온도를 56도 이상으로 30분 이상 유지하면 재선충이 모두 사멸되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열처리 시설은 별도의 인증 절차를 통해 관리되며, 인증된 업체에서 처리한 목재는 감염·전염 우려가 없는 자원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적절한 방제를 거친 감염목은 목재, 가구, 바이오매스 등으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감염된 나무를 써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인증된 방제 처리 과정을 거친 경우, 나무 내부에는 더 이상 재선충이나 매개충이 생존해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이 방식은 제도적으로도 시행되고 있으며, 방제와 자원 활용이 공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다.
외래병충의 유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려워
외래 병해충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조기 대응이다. 국제교역이 활발해진 오늘날, 병해충의 유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아직 국내에 유입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이미 큰 피해를 준 종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 종의 생태적 특성, 국내 기후 적합성, 정착 가능 지역 예측, 확산 시뮬레이션, 방제 시나리오 등을 사전에 준비해 ‘예상된 위협’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작업은 외래 병해충이 유입된 이후가 아니라, 유입되기 전부터 개입할 수 있는 ‘과학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재난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수습하기 위해
재선충은 애초에 인간이 만들어 낸 속도와 연결망 속에서 유입된 외래종이다. 자연의 시간에선 만날 일이 없었을 생물들이 무역, 포장재, 물류라는 이름 아래 낯선 생태계에 침입한다. 생태계는 언젠가 자기 방식대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그 ‘자연의 시간’은 인간에게 너무도 느리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방제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감염목을 베고, 성충을 막고, 내병성 소나무를 키우는 과학적 개입은 모두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결국 지금의 과학은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사이,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재난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수습하기 위해 과학은 서둘러야 한다. 생태계에 재선충이 흘러가게 두는 것이 자연의 방식이라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인간의 필요와 책임으로 만들어 낸 비자연적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과학의 시간’을 살아가는 일이다. 이 시간은 인간이 초래한 위협에 맞서 자연이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되찾으려는 노력이며, 그것이 오늘날 과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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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의 방식과 과학의 방식 사이에서 항상 고만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