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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기후 대응 숲, 거버넌스에 성패 달려

2025-10-16 최민욱 기자

국내 산림정책은 여전히 조림 중심 행정에 머물러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숲은 기술보다 거버넌스의 전환을 요구한다. 지역별 생태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가운데, 중앙정부 예산 위탁 구조는 숲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전체 산림의 65%를 차지하는 사유림은 관리 공백 속에 놓여 있고, 주민과 산주가 배제된 행정은 실효성을 잃고 있다. 숲을 기후·안전·복지의 기반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해선 시군 단위 산림계획의 법제화와 참여형 복원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석사학위를,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와 울산연구원 정책연구실에서 근무하며 보호지역 관리, 환경정책, 지역 생태복원 등 공공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숲과 사회가 상호 돌봄의 관계 속에서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석사학위를,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연자원연구과와 울산연구원 정책연구실에서 근무하며 보호지역 관리, 환경정책, 지역 생태복원 등 공공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숲과 사회가 상호 돌봄의 관계 속에서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 대응 숲, 거버넌스 전환이 필요해


기후변화로 인해 숲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바로 산불이다. 대형 산불은 점점 장기화되고 상시화되고 있다. 올해 초 울주 지역에서는 초대형 산불로 약 1200헥타르가 소실됐다. 이후 진행된 복원 논의는 ‘자연 복원이냐, 조림이냐’로 양분되었지만, 이는 전국의 다양한 숲을 하나의 도끼로 섬세한 목각인형을 만들려는 시도에 비유될 수 있다. 각 산지는 고유한 생태적·사회적 맥락을 지니며, 그 숲과 관계 맺는 사람들, 지형의 경사, 수종 분포, 기후 조건 등이 모두 상이하다.


산불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단순히 나무를 심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덜 타는 숲, 혹은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숲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 구성과 연령 구조, 간벌 여부, 연료 축적량 관리, 완충지대 확보 등 다층적이고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맞춤형 설계는 단지 기술적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역별 생태 조건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산림 전문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복원 거버넌스 체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일률적인 지침에 따라 조림 위주로 결정되는 방식으로는, 각기 다른 산지의 맥락을 고려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지역마다 다른 같지 않은 숲, 다양한 해법이 필요해


각 지역의 숲은 각자 고유한 맥락 속에 있다. 밤 생산이 중요한 지역이 있고, 송이버섯이 핵심인 곳도 있다. 어떤 곳은 물 관리가 시급하고, 어떤 곳은 경관이 중요하다. 등산객이 많은 숲과 생물다양성 보전이 우선인 숲의 관리 목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는 사실상 부재하다. 숲에 대한 기초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와 사회적 변화에 맞춘 논의의 장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장기 산림계획이 없어, 데이터 기반의 설계와 사후 모니터링이 어렵다. 광역 단위의 산림기본계획은 있지만, 실제로 숲을 관리해야 할 기초지자체 단위의 계획은 없다. 울주군처럼 시범적으로 계획을 수립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50곳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계획의 공백은 사업 구조에도 반영된다. 현재는 중앙정부의 예산이 지자체로 내려가고, 다시 산림조합 등 민간위탁 구조로 실행되는 방식이다. 대부분 ‘무엇을 심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예산이 먼저 내려오고, 이후 위탁업체가 집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숲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빠진다. 지역의 필요를 반영한 계획을 만들려면, 행정 주체와 산주, 지역주민, 전문가, 숲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 간에 수차례의 회의와 조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의견 수렴’ 수준을 넘어서는 구조적 장치와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숲은 살아서는 국민의 재산, 죽어서는 산주의 재산"


국내 산림의 약 65%는 사유림이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기반은 사실상 없다. 국유림은 산림청이 10년 단위 영림계획을 수립해 관리하지만, 사유림은 지자체가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질적 계획이 없다. 대부분의 사업은 중앙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고 지자체가 이를 산림조합에 위탁한 뒤, 다시 민간 업체로 하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구조에서 숲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행위인 ‘어떤 나무를 벌채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하청 업체의 손에 맡겨진다. 수익성 있는 수종 위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장기적 생태 가치나 지역의 필요는 고려되지 않는다. 실적 중심의 단기 작업이 반복되고, 결과적으로는 수익이 낮은 나무만 남는 ‘역선택’ 현상이 고착된다.


문제는 행정 절차상의 미비만이 아니다. 살아 있을 때 숲은 국민 모두의 탄소 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의 터전이고, 수자원의 저장고다. 그리고 벌채 이후엔 개인 재산으로 환원된다. 공공성과 사유권 사이의 간극이 제도적으로 방치되면서, 숲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훼손되고 있다. 숲의 미래를 가장 깊이 염려하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는 산주와 지역 주민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질적 이해관계자임에도, 현재 구조에서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 이처럼 주인의식과 책임성이 사라진 산림 행정은 사업은 돌아가지만, 숲의 지속가능성은 사라지는 구조를 낳는다.


민주주의는 느리고 시끄럽다, 그러나 필요하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은 최근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3년간의 복원 계획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수립하고 있다. 복원 과정에는 주민, 산주, 자원봉사자, 행정 부서, 기금 지원 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함께 “우리 숲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논의하며, 어떤 나무를 살리고 어떤 동물의 서식처를 보장할지, 마을에 필요한 숲의 기능은 무엇인지 등을 결정한다.


이는 전통적인 재조림 방식과는 다르다.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계획을 수립하고, 산주의 동의를 받은 뒤 외부 업체가 일괄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방식에서는 지역 고유의 필요나 맥락이 반영되기 어렵다. 일회성 공청회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논의의 장이 필요하고, 그 의견이 실질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과정은 쉽지 않다. 회의에 무관심한 주민도 있고, 참여하더라도 기대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우리 산은 그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거나 “우리 마을은 왜 빠졌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갈등이 드러나는 과정 자체가 복원의 일부다. 논의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숲을 각자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되고, 서로 다른 인식 사이에서 새로운 공통점을 발견한다.


복원의 의미는 단순히 나무를 심고 생태적 기능을 부여하는 기술적 복구를 넘어선다. 복원은 단지 숲을 ‘복구’하는 기술 행위가 아니라, 사회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절차다. 이러한 복원 과정은 숲 자체를 회복하는 동시에 각 지역의 이해관계자를 발굴하고, 그들이 숲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기초 단위 산림계획 제도화가 필요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는 탄소중립 이행계획, 기후변화 적응 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산림 분야에서는 광역 단위의 계획만 존재할 뿐, 시군 단위의 산림계획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탄소 흡수를 늘리기 위해 숲을 가꾸거나, 산불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산림 구조를 바꾸거나, 지역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은 가능하지만, 이를 추진할 기초는 없다.


문제는 권한은 내려왔으나 실행 기반은 없다는 점이다. 기초지자체가 산림 행정의 실질적 주체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그에 걸맞은 계획 수립 체계는 여전히 비어 있다. 시군 단위에서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산림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관련 연구는 이미 축적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산림청 등에서 관련 제도 설계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국회 차원의 토론회도 이어졌지만 실제 법안 발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시군 단위 산림계획의 법제화는 산림을 단순한 자원 관리 대상이 아닌, 기후·안전·경제·복지 전반과 연결된 공공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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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2일 전

백년숲, 대통령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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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5일 전

어머 미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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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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